요즘 대세 '파킹형 SOFR ETF' 줄줄이 손실...'상품출시=고점'의 저주?
입력 23.06.09 07:00
Weekly Invest
美 단기 금리 '일 복리'로 누린다더니 '환 손실'에 노출
4월 초 고점 찍은 원달러 환율 내리막...일제히 손실 진입
명품ㆍ이차전지 등 최근 상장한 테마 ETF 대부분 손실권
"특정 영역 ETF 출시는 곧 그 영역의 고점"...사례 잇따라
  • 최근 대세 상품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 '무위험 지표 금리'(SOFR·Secured Overnight Financing Rate) 추종 상장지수펀드(ETF)들이 줄줄히 손실을 내고 있다. '안전 지향'을 모토로 잠시 돈을 맡겨두는 '파킹'(Parking)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는데, 실제로는 원달러 환율 변동에 수익률이 좌우되는 구조였던 까닭이다.

    SOFR ETF의 시원찮은 수익률을 보며 운용업계에서는 'ETF의 저주'를 떠올리고 있다. 특정 테마를 추종하는 ETF가 출시되는 시기가 해당 테마 수익률의 '고점'이며 이후론 손실 확률이 크다는 것이다. 패시브 투자가 대세가 되며 지난해부터 각종 테마형 ETF 상품이 쏟아지고 있는만큼 당분간 이런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4월 초 첫 상품이 출시된 이후, 국내 SOFR ETF에는 두 달간 5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삼성자산운용을 비롯해 미래에셋운용ㆍ한국투신운용ㆍKB자산운용ㆍ한화자산운용 등 '빅5' 운용사들이 모두 참전해 각축을 벌이는 중이다. 

    앞서 지난해 4월 첫 선을 보인 '한국 무위험 지표 금리'(KOFR) ETF 상품이 1년 간 4조원을 끌어들이며 '빅 히트'한만큼, SOFR ETF에도 시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을 추월하며 1년 새 SOFR 금리(1일 기준 5.08%)가 KOFR(3.528%)보다 크게 높아진 점이 상품의 경쟁력을 키워줬다는 평가다.

    각 운용사들은  SOFR ETF를 '안정 지향형 ETF', '파킹형 ETF'로 선전했다. 5%가 넘는 미국의 초단기금리로 '일 복리' 이자를 받을 수 있으며, 환전수수료 없이 달러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잡았다. 변동성 장세에 안정적 수익을 원하는 자금들이 몰려든 배경이다.

    그러나 SOFR의 실제 수익률은 '안정'과는 거리가 있었다. 

    4일 현재 대부분의 SOFR ETF가 상장가 대비 1%, 고점 대비 2~3%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4월 초 상장한 삼성운용의 KODEX미국달러SOFR금리액티브 ETF만 간신히 플러스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SOFR ETF가 본질적으로 외환 투자 상품인 까닭이다. '달러에 투자한다'는 말은 곧 환 헷지(환율변동 위험회피)를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원달러 환율은 5월 초 1343원을 고점으로 이후 한 달간 36.6원, 2.73% 하락했다. SOFR 투자를 통해 일부 수익률을 만회했더라도, 1% 안팎의 손실을 기록하는 것이 당연한 상황인 것이다.

    연초만 해도 미국의 긴축정책으로 인해 달러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거란 전망이 많았다. 지금은 다소 상황이 바뀌었다.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격차가 사상 최대임에도 불구,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치며 수출 지표 역시 하락폭을 줄여가고 있고, 이에 베팅하려는 외국인 자금이 조 단위로 증시에 유입됐다. 

    일부 증권사 리서치 하우스는 하반기 원화가 조금 더 강세를 띄며 원달러환율이 1250원대까지 내려올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하반기 원달러환율 전망을 1230~1250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경우 SOFR ETF의 손실 폭은 지금보다 조금 더 커지게 된다.

    SOFR ETF 상품이 출시된 4월 초만 해도 상황이 이렇지 않았다. 2월부터 4월 사이 원달러환율은 1200원대 초반에서 1300원대 중반까지 급격히 치솟았다. 두 달 상승폭이 84원, 7%에 달했다. 만약 SOFR ETF 상품이 2월 초에 나왔다면 투자자들은 8~9%에 가까운 수익률을 누리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특정 영역에 ETF가 상품으로 나온다는 건 그 영역의 수익률이 고점에 이르렀다는 뜻이고, 이후에는 손실이 날 가능성이 크다는 '저주'가 떠오르는 상황"이라며 "실제로 올해 새로 나오고 있는 상당수의 테마 ETF 상품은 상장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손실 구간에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SOFR ETF와 비슷한 시기 상장한 KODEX 유럽명품TOP10 ETF는 불과 6주만에 상장가 대비 10% 넘게 하락했다. 이 ETF는 까르띠에ㆍ피아제 등 브랜드를 보유한 리슈몽(CIE FINANCIERE RICHEMONT), 버버리그룹(BURBERRY GRUP),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MOET HENNESSY) 등을 주력으로 담고 있다.

    지난해 말 중국이 코로나 일상회복을 선언한 이후 이들 유럽 명품 기업들의 주가는 평균 30% 이상 급등했다. 그러나 지난 4월을 기점으로 중국의 소비 지표가 꺾이고, 오히려 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며 주가 상승분을 반납하기 시작했다. 특히 5월 들어선 루이비통을 필두로 중국 비중이 높은 명품업체 주가가 급락하며 ETF 주가까지 끌어내렸다.

    역시 4월 말 상장한 신한자산운용의 SOL 이차전지소부장 ETF 역시 이차전지 하락세의 직격탄을 맞았다. 에코프로 및 에코프로비엠을 전체 자산의 30% 이상 담고 있는데, 에코프로 그룹주 주가가 급락한 탓이다. 1만원에 상장된 해당 ETF는 지난달 15일 7845원으로 거래를 마감하며 3주만에 20% 이상 손실을 내기도 했다. 이차전지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전략적 육성 등의 기대감을 반영하며 최근 손실을 상당 부분 만회했지만, 아직도 주가가 9000원선을 넘진 못하고 있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연초 증권사ㆍ운용사들이 개인투자자들에게 열심히 판매한 채권 관련 ETFㆍETN들도 이후 시중금리가 재차 치솟으며 대부분 손실권에 가 있다"며 "영역별ㆍ테마별 ETF 출시가 '빅 트렌드'가 된만큼 앞으로 상당 기간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