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리베이트 사태로 사모펀드(PEF) 시장이 위축된다고?
입력 23.06.16 07:00
Invest Column
실력 있는 운용사들 새마을금고 비리 '유혹' 참아내다 피해
시장 위축이 아닌, 불법ㆍ비리 있는 운용사 선정 과정의 정상화
  • "마음만 먹으면 새마을금고 모 팀장에게 로비(?) 하는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눈 딱 감고 그러면 수천억원 펀딩도 가능할 터였다. 이런 저런 운용사들이 다 한다는데 나라고 못할 바 없었다. 그런데…아무리 봐도 그건 아니지 않나라고 생각했다" (국내 운용사)

    "공동 운용사(Co-GP)로 등재해 주면 새마을금고 자금을 대규모로 받아주겠다라는 제안이 오기도 했다. 대신 운용수수료(Management Fee) 일부는 다른 곳으로 보내야 한다고 했다. 거절했다. 이런 식으로 투자금을 받으라고 몇 곳에나 제안했을까… 궁금했다" (국내 운용사)

    "새마을금고 소속이라는 인사가 사무실을 찾아왔는데 약속도 하지 않고 본인 명함만 들이 밀고 나타났다. 무슨 일로 찾아 오셨느냐고 물어보니 '내가 당장이라도 수천억원씩 뿌릴 수 있는 사람인데 대표이사가 빨리 나오지 않고 뭐하는 거냐' 라고 화를 냈다. 차분히 얘기를 듣고서는 돌려보낸 후 '도대체 저 사람이 누구냐'라고 문의하니 업계에서는 유명한 분이라고 하더라" (외국계 운용사)

    2년 전 새마을금고 중앙회ㆍM캐피탈의 사모펀드(PEF) 운용사 선정비리ㆍ리베이트 의혹을 한참 보도할 당시부터, 최근 관련자들 구속까지 벌어진 지금까지. 위와 같은 '하소연'을 여러 운용사들로부터 들어왔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꾸준하게 트랙레코드를 쌓고 정석대로 자금을 모으고 투자해오던 곳들이다. 

    이들에게 있어 새마을금고의 투자금은 괴로운 '유혹'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10여 년 넘게 차근차근 업력을 쌓아오던 회사들이었다. 그런데 이와는 비교도 안될 수준 이하의 운용사들, 이른바 '설립 2년도 안된 직원 5명 회사', '업종 이해도가 낮은 운용사', '새마을금고 임원 전 직장인 회사' 등이 이런 저런 이유로 새마을금고로부터 수백억~수천억원을 단기간에 받아갔다. 

    언론에서 관계자들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의혹을 보도해도 가벼운 징계만 받고서는 각종 행사, 세미나와 출판 등에 참여하고 심지어 외국계 운용사에도 찾아가 권력을 과시한다. 주변에서는 "빨리 새마을금고 팀장을 찾아가라"고 조언한다.

    이런 유혹을 참아내는 과정에서 느낀 박탈감,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몰려오는 "나만 바보처럼 법과 원칙을 지키고 있나"라는 회의감이 오죽했을까. 어느 운용사 대표는 "너무 원칙을 고수하는 대표를 둔 직원들에게 미안하다고 해야 하나"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다행히 이들이 유혹을 참아낸 시간들이 보상을 받는 분위기다. 법과 원칙과 정도를 지키려고 한 그들의 판단이 옳았다. 

    반대 경우도 있다.

    새마을금고 팀장과 M캐피탈 부사장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그리고 구속 수감까지 벌어지는 동안. 여러 곳에서 연락을 받았다.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물론, 기관투자가(LP)들의 부탁을 받은 곳들도 있었다. 관심사는 하나였다. "이번에 새마을금고와 함께 검찰 압수수색을 받은 운용사(GP)가 어디냐". 몇몇 운용사의 이름이 거론되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물론 당사자들 상당수는 부인하는 분위기다. 

    수사 대상이 된 운용사들을 알아내려는 이유는 하나다. 빠르게 '손절'하기 위해서다. 기관투자가(LP)들이 특히 그렇다. 검찰의 수사망이 운용사를 조사하다보면 이 운용사에게 투자한 다른 기관들도 수사선상에 오르내릴까 두려워해서다. 

    사실 새마을금고의 모든 사모펀드 투자가 비리나 리베이트와 연루돼 있다고 섣불리 단정 짓기는 어렵다. 누구나 봐도 합리적인, 정상적인 투자도 많을 것이다. 아울러 기관이 평판 위험을 무릅쓰고 주목 받지 못한 '신생 운용사'를 찾아내 투자하는 일은 업계 발전에도 큰 도움을 주는 일이기도 했다. 

    다만 당사자들만큼은 안다. 그것이 순수한 투자 판단이었는지, 아니면 운용수수료를 빼돌리기 위함이었는지. 새마을금고 팀장 등에게 건넨 법인카드가 정말 리베이트 성격이 아닌지. 공동 운용사로 등재된 회사에 지급된 수수료가 최종적으로 어디로 흘러가는지. 마치 산타할아버지가 누가 착한 애인지, 나쁜 애인지를 알듯이. 

    당사자들이 아무리 은밀히 처리했다고 해도. 업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비리를 고발하고 제보하고 증언한다. 이들의 눈과 귀와 입을 모두 닫을 수 없으니 '들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비밀들은 지금도 어디선가 발설되는 중이다. 마치 후한(後漢)의 왕밀이 "아무도 모르니 이 뇌물을 받아달라"라고 스승 양진을 설득했으나 '천지지지아지자지!' (天知地知我知子知)라고 호통을 들었듯이. 불법인 줄 알면서 이를 수용한 운용사들. 또 이에 한 발 걸친 업계 곳곳의 인사들이 지금 밤잠을 편히 이루지 못한다면? 그건 본인들이 자초한 일이다. (He had it coming)

    새마을금고 비리 수사가 가시화되자, 투자업계에서는 "이러다 국내 M&A시장이 크게 위축되는 게 아니냐" , "국내 사모펀드들의 자금 모집이 어려워지고 신생 운용사들의 활동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그만큼 새마을금고 중앙회 투자관련 팀이 단기간에 많은 자금을 선뜻 M&A거래와 PEF 시장에 뿌려댔기 때문일터다. 공교롭게도 부동산 PF 리스크로 저축은행, 캐피탈 등 '쩐주'들이 곳간문을 걸어 잠근 시기와도 겹쳤다. 

    하지만…이런 우려도 새마을금고의 유혹과 비리를 참아낸 선량한 운용사들에게는 '상처' 혹은 '모욕'이 될지도 모른다. 

    "새마을금고가 위축되면 시장이 위축된다"는 말은 "리베이트나 운용사 선정 비리는 불가피한 일이고, 자금 모집을 위해 로비도 하는게 당연하다"로 해석될 수 있다. 비리를 은연 중에 '긍정'하고 '정당화'하는 효과를 가진다. 의도치 않았다고 해도 말이란 게, 문장이란 게 원래 그렇다. 

    당장은 아픔이 있을지언정 오히려 반대가 맞을 터다. 

    오랜 기간 업계 관계자들이 걱정하던 운용사 선정 비리가 밝혀지고 있다. 업계를 좀 먹었던 환부가 도려내지고 비리와 불법이 걷어지고 나면 사모펀드 시장은 오히려 정상화가 될 상황이다. 실력과 노력으로 승부하는 운용사가 대접 받고, 법인카드나 접대를 받지 않고 순수한 투자 판단을 내리는 기관투자가들이 환영받는 투자 시장. 그게 업계 전반이 장수하는 길이다. 

    행여나 새마을금고 사태가 사모펀드 업계 전반을 "수익에만 눈이 멀어 비리도, 로비도 불사하는 악덕한 기업사냥꾼"으로 비출까봐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비리가 계속 묵인되면 정말 그렇게 된다. 다같이 지키는 법과 원칙을 너나 할 것 없이 똑같이 지키고 룰(Rule)안에서 실력 경쟁이 일어나는 게 맞다. 

    그렇게 따지면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금감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사모펀드만큼은 재무제표 인식과정에서 예외를 적용해달라"는 식의 부탁도 하면 안된다. "너는 원칙을 지켜라, 나는 특별하니까, 정의로우니까 예외다"라는 내로남불이 어떻게 야금야금 사회와 시장을 좀먹는지를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목도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