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發 '도미노 효과'…롯데그룹 계열사, 신용등급 무더기 하향
입력 23.06.20 19:04
롯데케미칼, 현금창출력 악화에 대규모 투자자금 부담
핵심계열사인 롯데케미칼…그룹 신용도 여파 커
  • 시장에서 우려가 크던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하락이 현실화했다. 이에 롯데지주를 포함한 일련의 계열사 등급도 함께 하락했다.

    NICE신용평가는 20일 정기 및 수시평가를 통해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이 여파로 ▲롯데지주 AA(부정적)→AA-(안정적) ▲롯데캐피탈 AA-(부정적)→A+(안정적) ▲롯데렌탈 AA-(부정적)→A+(안정적) 장기신용등급도 하향 조정됐다. 롯데캐피탈과 롯데렌탈은 단기신용등급은 A1에서 A2+로 떨어졌다.

    한국신용평가도 정기평가를 통해 롯데케미칼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변경했다. 롯데지주 통합기준신용도 산출 핵심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롯데지주 무보증사채 신용등급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떨어졌다.

    롯데케미칼은 영업창출현금 규모가 줄고 대규모 투자자금 소요로 차입금 부담이 커졌다. 올해 3월 말 기준 순차입금 규모가 3조3000억원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21년까지 순현금 구조를 유지하는 등 차입부담이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2021년 하반기 이후 업황 저하로 자체 현금창출력이 약해졌다.

    롯데케미칼은 2023~2025년 연평균 약 4조원 수준의 설비 및 지분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는 중단기간 이익창출력 저하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투자부담이 현 시점에서 과중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올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지분을 인수(2조4000억원, 인수금융 1조3000억원 조달)했으며, 인도네시아 LINE 프로젝트(약 1조9000억원)를 포함해 대규모의 자금 소요가 발생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1월 1조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일부 자산의 유동화를 계획했다. 그러나 상당 부분을 차입 조달에 의존하는 점을 감안하면, 롯데케미칼의 차입금 부담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NICE신용평가는 업황 저하로 중단기 차입금 부담이 줄거나 채무상환능력이 개선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 평가한다. 석유화학 제품의 전반적인 수요회복이 기대되나, 상당 기간 비우호적인 수급 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몇 년간 회사의 주요 제품인 기초유분을 중심으로 산업 내 생산능력 확대가 누적됐다. 중국 업체들의 증설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지주의 핵심 자회사이기 때문에 롯데지주도 계열통합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NICE신용평가는 "롯데지주의 신용도는 지주의 계열통합 신용도와 구조적 후순위성 강도 등을 감안해 결정된다"며 "롯데지주의 신용도를 검토할 때 적용되는 계열통합 신용도는 롯데지주가 직접적으로 지배하는 주력계열사인 롯데케미칼·롯데쇼핑·롯데웰푸드·롯데칠성음료 4개사의 자체신용도 가중평균을 중심으로 산출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롯데지주는 계열사 지분을 추가 인수하고 자회사의 유상증자 참여 과정에서 차입금이 증가하고 있다. 이중레버리지비율(자기자본 대비 종속관계기업투자지분의 비율)은 3월말 기준 164.5%로 상승했다. 

    지난해 4월 이후 한국 미니스탑 인수 과정에서 코리아세븐 유상증자(3984억원)에 참여했다. 신규 사업 추진으로 롯데헬스케어·롯데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하며 각각 700억원, 1789억원을 투자했다. 올해도 롯데케미칼 유상증자(2939억원), 롯데바이오로직스 유상증자(1700억원 예정) 참여 등 자회사에 대한 투자가 지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이중레버리지 비율이 지속해서 상승하며 자체적인 재무부담이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롯데지주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롯데지주가 연대보증하는 롯데쇼핑의 선순위 회사채 신용등급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떨어졌다. 롯데쇼핑이 발행한 롯데지주 연대보증채의 경우 롯데쇼핑의 분할 전 채무로 롯데쇼핑과 롯데지주가 연대해 변제할 책임이 있다.

    롯데캐피탈과 롯데렌탈의 등급 조정은 롯데그룹 계열지원능력(계열통합 profile)의 변동을 반영했다. 롯데캐피탈과 롯데렌탈의 자체신용도에 변동은 없었지만 롯데케미칼 장기신용등급이 하락하며 롯데그룹의 계열지원 여력도 감소, 최종 신용등급이 하락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