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내부통제 중요성 커지는데...법조계서 준법감시인은 '기피직'
입력 23.06.21 07:00
거액 금융사고 발생하며 법무비용 느는 금융권
"수십억원 과태료 내느니 준법감시 강화하자"
다만 인정 적고 책임 커서 변호사들 사이에서 '기피'
  • 금융사 내부통제에 대한 금융당국의 압박이 강해지며 준법감시인의 중요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금융권에선 향후 관련 부서 인력 및 인프라 정비에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법조인들 사이에선 금융권 준법감시인 자리를 '기피'하는 분위기도 관찰된다. 비수익부서라 사내에서 인정받긴 어렵지만, 새로운 제도 도입으로 책임은 막중해지며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로펌 자문 등으로 인한 대형 금융사의 법무 비용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부실 사모펀드 사태 등에서 비롯된 분쟁 및 제재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금융감독원 검사에도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수시가 아닌 정기 검사의 경우 내부 인력으로 대응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금융당국의 검사가 깐깐해지며 로펌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금융사의 대표이사 등이 내부통제 부실의 책임자로 지목되면서 금융사들이 법적 대응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대형 금융사들의 법무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한 대형은행의 경우 부실 사모펀드 사태, 이상 외화 송금 등에 대응하기 위해 로펌 비용을 수십억원 단위로 쓰고 있다"라며 "대표이사와 고위 임원들이 제재 대상이 되면서 사측에선 사활을 걸고 있다"라고 말했다.

    금융사 준법감시인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는 건 이런 배경에서다. 거액의 금융사고로 몸살을 앓았던 금융권이 재발 방지를 위한 재정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과 은행권은 지난해 준법감시부서의 인력을 늘리기로 하고 전문성 확보를 위한 구체적 기준을 설정하기도 했다.

    앞선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 내 리스크 관리부서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는데 이는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인다"라며  "금감원 감사로 과태료를 수십억원씩 내야 하는 상황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준법감시 관련 직무 전문가들인 법조인들 사이에서는 '금융사 준법감시인'이 기피 직종으로 꼽히고 있다. 비수익부서로 사내 이익 기여도가 작다는 인식이 있는데, 내부통제 등 준법 감시 책임은 나날이 커지고 있어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금융사고가 나면 지배구조법에 따라 준법감시인이 최종 책임자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내부에선 비수익부서라는 인식 때문에 인정이 적은 편"이라며 "금감원에서 한 번 검사를 나오면 몇 개월 동안 마음을 졸이기도 하는데 변호사들 사이에서 가려고 하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 번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게 되면 향후 금융권 재취업 길이 막힐 수 있고 커리어에도 치명적이다. 변호사들 사이에서 금융사 준법감시에 대해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지배구조법 개선안에 '책임지도'가 도입되면 금융사 대표이사 및 준법감시인의 책임이 더욱 무거워질 전망이다. 사전에 금융당국에 제출한 책무구조에 따라 내부통제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게 되는데 대표이사 및 준법감시인의 책임 범위가 더욱 넓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