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내부통제 개선안 발표…지주·은행부터 책무구조도 마련 '카운트다운'
입력 23.06.23 16:32
'책무구조도' 도입 공식화…종전 논의보다 진일보 평
대표이사가 C레벨 임원 책임소재 기재해 당국 제출
지주·은행은 1~2년 안에 노하우 쌓아야…대응 본격화
금융사 전반 내부통제 대응 비용 본격 불어날 전망
  • 책임지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이 발표되며 금융지주사와 은행의 책무구조도 마련 등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발표가 늦춰진 만큼 취지에 부합하는 방안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자문 시장을 시작으로 관련 인력 확보까지 금융권 전반의 내부통제 대응 비용도 부쩍 늘어날 전망이다. 

    22일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책임지도 제도 도입 계획을 공식화했다. 금융회사 각 경영진이 '책무구조도' 형태로▲내부통제 책임 영역을 미리 확정하고 ▲기준 마련부터 운영·준수 등 과정 전체를 관리하되 ▲이사회에 최종 책임이 있다고 법에 명시하는 것이 개선안의 기본 방향이다. 

    올 들어 대통령 지시 등으로 개선안에 담을 내용이 늘어나며 예고한 것보다 발표가 늦어졌으나, 결과적으로는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개선안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당국 발표대로 내부통제 실패에 따른 금융회사 제재보단 스스로 관련 시스템을 강화해 예방할 수 있는 방향에 맞춰졌다"라며 "지난 수년 동안 내부통제 강화 논의가 도돌이표에 그친 것에 비하면 최소한 금융사들이 이전보다 내부통제에 비용을 많이 써야 하는 유인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개선안의 핵심 대목으론 책무구조도 도입이 꼽힌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상 대표이사(CEO)를 시작으로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 등 C레벨 임원 전반의 업무상 책임 범위를 사전에 분류한 문서다. 사전에 책임 소재가 가려지게 되는 만큼 각 임원에 관리 의무가 부과되며 이사회는 내부통제 체계 운영 전반의 최종 책임을 부담하는 구조다. 법안이 통과할 경우 금융사 CEO는 의무적으로 책무구조도를 작성하고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 개선안 발표에 따라 금융지주와 은행권을 필두로 책무구조도 마련 작업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금융위는 하반기 중 공청회와 업권별 설명회 등을 거쳐 입법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개정안의 국회 통과 및 공포 시점을 특정하기 어렵단 우려도 나오지만 법조계에선 금융지주와 은행의 경우 1~2년 이내 책무구조도 마련 노하우를 쌓아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개정안 공포 1년 이후 금융지주와 은행 대표이사는 예외 없이 책무구조도를 마련해 당국에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개선안 발표 이전에 책무구조도를 마련할 경우 매몰비용에 그칠 수 있단 시각이 있었지만 윤곽이 드러난 만큼 일단 비용을 써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가 전해진다. 금융권에선 신한금융이 가장 선제적으로 대응한 편으로 꼽히다 보니, 자문을 담당했던 회계법인과 법무법인에 경쟁 금융사의 문의가 집중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당국에서도 책무구조도 관련 구체적인 조문 작업이 한창인 상황이지만 지주나 은행 모두 시험 격으로 책무구조도 작성 대비에 들어가야 할 전망"이라며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실패 유형과 범위를 어느 정도 좁혀두긴 했지만, CEO가 각 임원의 책임소재를 일일이 분류하는 작업인 만큼 미리 노하우를 쌓아놓는 게 중요한 탓"이라 설명했다. 

    책무구조도 대응을 필두로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관련 비용 부담도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선안은 내부통제 실패에 해당하는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자가 '상당한 주의'를 다하였는지를 따져 책임을 경감하거나 면제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상당한 주의를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우려도 있지만 금융권에선 결국 인력이나 시간, 예산 등에서 얼마나 많은 비용을 들였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란 평이 나온다. 

    개선안 작업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지난해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TF를 출범했던 시점부터 국내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체계 마련 비용이 글로벌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이 많았다"라며 "단순히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지 따지자는 건 아니지만 관련 인프라를 갖추는 과정에서 투입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각 금융회사 별로 매출에서 내부통제 관련 비용 투입 비중이 어느 정도 되는지가 지표로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