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구 찾기 분주한 韓빅테크…네이버는 '해외로', 카카오는 '군살빼기'
입력 23.07.05 07:00
여당 비판 등 눈총 받는 네이버…해외 거점 집중
日라인, 美웹툰 거점 등…AI·클라우드 다음타자?
카카오는 적자사업 등 구조조정 진행…직원 불안
AI 등 신사업 투자 부담도…정리 성과는 지켜봐야
  • 올해 들어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AI(인공지능) 시장 성장 바람을 타고 연일 신고가를 기록하는 것과 대비된다. 광고수익 부진, 규제 강화, 신사업 성과 지연 등이 이유로 꼽히는 가운데 네이버와 카카오 각자 전략대로 활로를 모색하는 분위기다. 네이버는 ‘눈총’을 피해 해외로 힘을 싣고 있고, 카카오는 투자를 이어왔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나지 않는 사업들을 정리하며 경영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6월 30일 기준 네이버는 18만2800원의 종가를 기록했다. 팬데믹 기간 2021년 7월 고점(46만5000원) 대비 60% 이상 하락한 수치다. 카카오도 2021년 6월 고점(17만3000원) 대비 70% 넘게 하락한 4만9100원으로 마감했다.

    주가 부진의 배경으론 경기 침체로 주 수익원인 광고 수익 감소한 것이 꼽힌다. AI ‘챗 GPT’ 부상에 검색 시장 우려 및 투자 부담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서 플랫폼 기업을 향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는 등 쉽지 않은 대내외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여당에서 네이버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고,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조종 혐의로 금융당국과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일찌감치 해외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해 온 네이버의 경영 기조가 더욱 공고해졌다는 평이 나온다. ‘보는 눈’이 많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사업을 해 나가는 것이 글로벌 확장에도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파악된다. IT 특성상 반드시 국내에 거점을 둘 필요가 없기도 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내부에선 ‘국내에선 법인세만 내자’ 식으로 국내 사업은 많이 정리하고 해외 쪽으로 무게를 두는 분위기”라며 “라인은 애초에 일본으로 정리했고 웹툰은 미국으로, 남은 클라우드와 AI 사업도 해외쪽으로 정리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라인 사업은 일본 계열사에 집중된 구조로 키웠다. 2019년 네이버는 라인과 소프트뱅크의 야후재팬 간 경영 통합을 결정하고 메신저, 검색, 핀테크, 이커머스를 망라하는 일본 최대 인터넷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했다. 네이버는 일본 관계사 Z홀딩스가 자회사인 라인, 야후재팬과 3자 합병도 추진한다. 2021년 라인과 야후재팬의 경영통합을 완료해 지배구조를 정비했고, 시너지 창출을 위해 합병에 나선 것이다. 올 10월 ‘라인야후’ 법인을 출범할 예정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펼치는 웹툰 사업 정비도 분주하다. 네이버의 글로벌 웹툰 사업은 미국 상장(IPO)에 방점을 찍고 있다. 5월 초 미국 자회사 웹툰엔터테인먼트(WEBTOON Entertainment)가 웹툰 관련 자회사들을 거느리는 구조로 수직계열화했다. 네이버가 자회사 왓패드 지분 전량을 웹툰엔터에 넘기는 방식이다. 웹툰엔터의 IPO 추진 전 몸집을 키우려는 준비 과정으로 풀이된다. 네이버가 재무 스토리 측면에서 웹툰의 미국 상장을 가장 신경쓰고 있다는 전언이다.

    최근엔 해외매출 비중을 확대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 개척에 힘을 쏟고 있다. 현재 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에 현지법인 또는 사무실을 설립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 관련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맺었는데, 이를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서다. 연초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PIF로부터 오일머니 수혜를 받았는데, 네이버도 중동에서의 수주 및 투자 유치 기회를 잡기 위해 힘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아직 내수 사업이 중점인 카카오는 경영 효율화 작업이 한창이다.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투자총괄대표는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현재 카카오 공동체 전체적으로 비용을 더욱 효율화하는 노력을 진행 중"이라며 사업 정리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후 카카오는 클라우드 사업을 담당하던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조직 개편 및 수장 교체를 단행했고, 카카오엔터 등 적자 계열사를 중심으로 사업부 개편 등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연초 북미 자회사인 타파스엔터테인먼트 한국 법인을 청산하는 등 저성과부문 몸집 줄이기를 진행하기도 했다.

    블록체인 사업을 하는 그라운드엑스나 크러스트유니버스 등의 사업은 이미 재조정이 완료된 것으로 전해진다. 2021년 골목상권 침해 논란 이후 철수 검토를 시작한 카카오헤어샵은 오랜 기간 매각 등 처리 방안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해외 투자자와 협상 테이블을 차리기도 했으나, 현재까지 답보 상태가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는 최근 ‘공동체 이동 프로그램’을 시작하며 전사적 구조조정에 시동을 걸었다. 사업 철수 등에 따라 업무 조정이 필요한 임직원들이 카카오 계열사 안에서 적합한 자리를 찾도록 하는 제도다. 강제성은 띠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이직 권고'라는 평도 나온다. 앞서 일부 자회사 법인 청산 과정에서도 퇴사 처리 과정에서 임직원들의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가 단기간 내 구조조정 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다만 AI, 헬스케어 등 신사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한동안 실적 개선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도 있다. 1분기 어닝쇼크의 이유도 AI 투자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작년 하반기까지는 AI에 소극적이었지만, 올해 4~5월부터는 ‘AI가 카카오의 미래니 공격적으로 투자하자’로 기조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AI 사업 기회가 갑자기 단기간에 찾아오긴 힘들 것 같고 카카오는 항상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펼쳐 왔기 때문에 성과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