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손실 부담 충당 필요"…자본 확충 나서는 증권사들
입력 23.07.06 07:00
한국·하나證 이어 타사도 조달 가능성
건설사의 위기, 증권사에 이어질 우려
부담되는 PF 익스포저 확대·만기 도래
  • 최근 대형 증권사들이 자본성채권 발행·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자본을 충당하는 배경으로 작년부터 급등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꼽힌다. 금융당국도 증권사의 PF 리스크 관리를 위해 재무 건전성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6월28일 6년 만기 후순위채를 발행해 2100억원을 조달했다. 2020년 이후 3년 만에 발행하는 후순위채다. 하나증권은 조달한 자금을 단기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이번 조달로 하나증권의 순자본비율(NCR)은 1052%에서 1208%로 개선된다.

    한국투자증권은 6월16일 4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모회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전량 인수한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한국투자캐피탈에서 3800억원의 중간배당을 받아 유상증자 대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지난 3월 한국투자캐피탈 운영자금 조달 목적으로 44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바 있다.

    이외에도 몇몇 증권사에서 자본성자금을 조달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PF 신용공여 잔액이 높은 증권사가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의 부동산 PF 신용공여 잔액은 약 21조4700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사별로 ▲한국투자증권 2조5700억원 ▲삼성증권 2조5300억원 ▲메리츠증권 2조3000억원 ▲KB증권 2조600억원 ▲미래에셋증권 1조4500억원 ▲NH투자증권 1조700억원 ▲하나증권 1조300억원 순이다. 이중 한국투자증권은 잔액이 작년보다 32.1%, 메리츠증권은 18.9% 증가했다.

    지난해 말부터 급격하게 상승한 부동산PF 익스포저가 최근 증권사의 자기자본 확대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이 연이어 떨어져 건설사의 위기가 증권사로도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동산 PF 만기 도래도 부담이다. 한신평에 따르면 26개 증권사의 부동산 PF 잔액은 28조5000억원이며, 올해 만기가 다가오는 금액은 약 14조원이다. 이 가운데 58.4%가 브릿지론이다. 지난해 하반기 만기가 다가왔지만, 상당수가 본 PF로 전환하지 못하고 만기를 연장한 결과다.

    공문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브릿지론의 만기 부담이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상당수의 브릿지론이 본 PF로 전환되지 못하고 3~6개월의 만기 연장을 통해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향후 분양 성과에 따라 PF 사업장들의 만기 시점에 증권사들의 건전성 부담이 확대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부동산 PF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완화하기 위해 재무 건전성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증권사의 PF 대출 연체율이 지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에도 불구 부동산 자산유동화기업어음(PF-ABCP) 보증 규모는 작년 말과 유사한 규모로 유지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단기 PF-ABCP를 만기가 일치하는 대출로 전환 유도 ▲부실채권의 신속한 대손상각 추진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금융당국의 지침으로 증권사는 PF-ABCP 일부를 대출로 전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기자본 확충이 필요하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ABCP 대출 전환 시 자본건전성 지표인 NCR 위험 값이 상승해 추가적인 자기자본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 증권사 PF 담당자는 "모 증권사에선 올해 신규로 진행한 PF 사업이 한두 개밖에 없을 정도로 시장에 돈이 돌지 않으며 중장기 이익이 악화하고 있다"며 "우발부채 현실화·자산의 건전성 저하 위험을 막기 위해 다른 증권사도 자금 조달 수요가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