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과점깨기'로 등장한 대구銀 시중전환…체급 차이로 '메기효과'는 미지수
입력 23.07.06 11:32|수정 23.07.06 11:38
금융당국 "은행권 진입 문턱 낮춰 경합시장으로 전환"
지방은행→시중은행으로…대구은행, 올해 중 인가 목표
전환시 영업망 확대·조달금리 하락·평판 제고 등 기대
금융위, 보폭 맞추는 가운데 기존 시중은행도 관심
  • 대구은행이 정부의 은행 독과점 해소 대안으로 부상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적극 허용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대구은행이 연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다. 

    금융당국도 호응하는 가운데,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경우 영업망을 확대하고 조달금리를 낮출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금융당국이 바라는대로 여·수신 경쟁이 본격화할진 미지수라는 평가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5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신규 사업자 진입 문턱을 낮춰 과점 구조인 은행산업을 언제든 경쟁자가 진입할 수 있는 경합시장으로 바꾸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지방은행은 시중은행으로, 저축은행은 지방은행으로 전환을 적극 허용하고 신규인가 요건을 완화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대구은행이 가장 먼저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의향을 드러냈다.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으면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1년 만에 새 시중은행이 출범하게 된다.  

    금융위는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경우 지역에 본점을 둔 첫 시중은행으로서 수도권 및 지방은행이 없는 충청·강원 등에서 여·수신 경쟁이 확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구은행의 원화대출금은 약 51조원 규모로 외국계 은행에 준하는 신규 대출처가 마련될 거란 설명이다.  

    발표 당일 은행지주회장 간담회에 참석한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이 "올해 안에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할 예정"이라 밝힌 가운데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도 "빠르면 올해 안에 인가가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대구은행 연내 금융위로부터 시중은행 인가를 이끌어내기 위해 이달 중 전담 조직을 꾸릴 예정이다. 

    금융권에선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경우 영업망을 전국 단위로 확대하는 등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대면채널 개설에 제한이 사라진다는 얘기다. 

    지방은행은 은행법에 따라 설립된 일반은행이다. 업무 범위에선 시중은행과 차이가 없지만 소재지 지역으로 영업 구역이 제한된다. 소재지 외에는 특별시와 광역시에만 지점을 낼 수 있는데, 지난 2015년 경기도에도 지점을 낼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됐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한다면 강원ㆍ충청ㆍ전라 등 지방은행이 없거나 타 지방은행의 영업권에도 지점을 낼 수 있게 된다.   

    지방은행은 영업권역 문제로 수신 경쟁에서도 상대적으로 불리한 편이다. 또 총 기업여신의 70% 이상을 지역 중소기업으로 채우도록 하는 규제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소재지 기반 영업망을 촘촘히 깔고 지역민과 중소기업 충성도 기반으로 관계형 금융에 특화하며 성과를 올려 왔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성장성이나 수익성, 생산성 등 주요 경영지표에서 시중은행보다 성과를 냈으나 2017년 이후 꾸준히 경쟁력이 약화했다. 지역 경제 둔화와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시중은행의 디지털 전환 등이 맞물리며 총자산성장률이나 순이익률(ROA) 등 지표가 역전됐다. 규모가 작으니 전산시스템 투자, 금융상품 개발, 인재 영입 등에서 불리한 데다 수도권 쏠림 탓에 영업 여건이 지속 악화한 탓이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으로 전환해 영업망을 넓혀 수신 기반을 확충하는 동시에 조달금리 하락과 평판 제고 등을 노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정부 차원의 은행 과점 해소 논의가 충청권에 새 지방은행과 특화은행을 도입하기 위한 복안으로 통했던 만큼 현재 지방은행이 없는 행정구역을 중심으로 영업망 확대가 예상된다.

    실제로 대구은행이 치고 나가며 BNK금융 등 경쟁사에서는 당혹스런 분위기가 전해진다. 지방은행이 조달 금리에서 시중은행 대비 5~30bp(0.05~0.3%포인트)를 더 부담하고 있는 만큼, 경쟁 지방은행 대비 유리한 구도를 점할 수 있을 거란 분석이 나와서다. 대구은행은 인가 전후로 디지털 기반 개인 영업을 확대하고 기업금융에선 시중은행 퇴직자를 채용하는 등 전략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 체급차이로 인해 '메기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회의론도 나온다. 

    DGB금융지주의 지난 3월말 기준 총 자산은 91조원으로, 5대 시중은행 기반 금융지주 중 가장 작은 우리금융지주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대구은행 지점 수도 현재 200여곳으로 700곳 이상의 지점망을 갖춘 시중은행과 곧바로 경쟁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경기ㆍ강원ㆍ충청 등 현재 거점 지방은행이 없는 지역의 경우에도 이미 지역을 선점한 은행들이 있다. 과거 경기은행은 한미은행에 합병된 후 현재 씨티은행 경인사업부가 됐다. 충청은행은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로, 강원은행은 신한은행 강원영업부로 이름을 바꾸고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다.

    시중은행만이 경쟁자인 것도 아니다. 수도권 외 지방의 금융망은 지역 농협과 새마을금고, 신협 등이 이미 장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DGB나 대구은행 브랜드로 얼마나 지점 확장이 가능할 지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주요 은행들 역시 새 시중은행 출범을 앞두고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아직 인가 전이지만 금융당국이 전폭적으로 대구은행의 행보에 보폭을 맞추는 모습인 까닭이다. 대구은행 역시 인가를 전후해 금융당국 의중에 부합하는 영업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현재 기존 시중은행 역시 금융당국 발표 내용과 함께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따른 영향 등을 살피는 중"이라며 "기존 시중은행보다 규모의 경제를 갖추지 못했지만 영업점 개설 제한이 풀릴 경우 영업망을 전국 단위로 확대할 수 있고 조달금리를 낮추는 등 방식으로 시중은행 간 여·수신 경쟁 강도가 높아질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