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체계 개편하는 KIC, 떠나는 운용역 잡을 '카드'될까
입력 23.07.07 07:00
운용역 이탈 수시채용으로 충당하지만 쉽지 않아
성과급 상·하방 늘리고 지급 한도 높이는 방향
"처우 개선 긍정적" vs "여전히 열악" 반응 엇갈려
  • 국부펀드 한국투자공사(KIC)가 성과급 지급 체계를 개편한다. 성과급 지급 한도를 높여 초과 성과를 달성한 운용역들에게 확실한 보상을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번 개편을 통해 민간 대비 낮은 처우로 이탈이 잦아진 KIC 내부 운용역들을 잡아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안승구 KIC 사모주식투자실 부장이 아랍에미리트(UAE)의 국부펀드인 '무바달라'로 이직이 확정됐다. KIC는 안 부장의 잔여 휴가 소진이 끝나는 8월 사직서를 수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전인 2021년에는 차훈 부동산투자실장이 중동의 한 국부펀드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이직하기도 했다.

    이처럼 KIC 핵심 운용역들의 이탈이 잦아지면서 내부 고민도 깊어지는 분위기다.

    KIC 핵심 운용역들이 해외 국부펀드 등으로 이직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민간 대비 열악한 처우가 꼽힌다. 낮은 기본급을 성과급으로 충당하긴 하지만, 공공기관의 특성이 짙은 KIC가 민간 수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올해에는 성과급 지급일도 늦어져 KIC 내부 운용역들의 불만이 많은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KIC는 1분기에 지급했어야 할 성과급을 이번 주에서야 지급했다. 그런데 최근 경영평가 등급이 'B'등급으로 떨어져 성과급 액수도 크게 준 것으로 전해진다. 'A'등급을 받았던 지난해 성과급이 3000만원 초반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에는 3000만원이 채 안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KIC 내부 관계자는 "줄어든 성과급에 팀장급들이 팀원들을 달래느라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KIC 측은 "작년부터 5~6차례 경력직 수시 채용을 하고 있는데 공공기관 특성상 보수 수준이 제한돼 있다보니 사람을 뽑기가 쉽지 않다"며 "다만 작년 31명을 신규 채용했는데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경력직 채용이다"라고 전했다.

    이에 KIC가 성과급 체계를 개편한다. 바뀐 성과 보상 체계는 내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며, 2023년 성과에 대한 성과급이 지급되는 2024년부터 실질적으로 적용된단 설명이다.

    지난해 6월 KIC는 민간 대비 상대적 열위에 있던 보상 수준을 현실화하기 위해 '한국투자공사 보상경쟁력 제고 컨설팅 용역' 입찰을 공고했다. 이후 외부 컨설팅을 거쳐 지난해 말 성과 보상 체계 개편안을 확정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기본급 수준은 큰 틀에서 유지하되 투자 성과에 기반한 성과급 중심으로 조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성과급 지급률의 상·하방을 확대해 성과와 보상 간의 연계를 강화하고, 성과급 지급 한도를 높여 초과 성과 달성을 확실하게 보상한다는 내용이다.

    근속년수에 따라 성과급 지급액을 늘리는 '장기 성과급' 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으나, 기존에 존재하던 제도의 활용도도 높지 않아 이번 개편안에서는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KIC의 이번 성과 보상 체계 개편은 진승호 사장의 의중이 컸단 평가다. 2021년 5월 취임한 진 사장이 내부 핵심 운용역들의 이탈 문제를 심각하게 의식하고,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다수 운용역들은 성과 보상 체계 개편을 반기는 분위기지만, 일부에서는 국부펀드라는 '자부심'만 갖고 일하기에는 여전히 처우가 열악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사장이 바뀐 뒤 운용역의 처우를 많이 신경 써주는 분위기고, 성과급 체계도 곧 개편이 예정돼 있어 내부 운용역들의 반응이 좋은 것은 맞지만 여전히 민간과 비교하면 처우가 열악한 것도 사실이라 일부 불만을 갖고 있는 직원들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