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급한 SK에코플랜트, 셈법 복잡한 1兆 투자유치 방정식
입력 23.07.11 07:00
작년 1조원에 이어 올해도 최대 1조원 유치 검토
환경기업 통합관리 회사 신설해 자금 조달할 듯
이 경우 기존 SK에코 투자자와 이해상충 가능성
모-자회사 가치 희석 우려…회사 "정해진 바 없다"
  • SK에코플랜트가 최대 1조원 규모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움직이는 가운데 어떤 구조와 조건을 투자자에 제시할지 관심이 모인다. 회사는 환경기업들을 통합관리할 회사를 설립하는 안을 검토 중인데, 투자자 입장에선 유망한 신설회사에 자금을 넣는 편이 유리할 수 있다.

    다만 신설회사가 다시 투자를 유치하면 작년 1조원 규모 SK에코플랜트 상장전투자(프리 IPO)에 참여한 투자자들과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다. 모회사와 자회사가 모두 시장 자금을 끌어들이는 데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다 보니 최종 투자유치 구조를 짜기까지 고민이 이어질 전망이다.

    SK에코플랜트는 2021년 SK건설에서 지금의 사명으로 바꿨다. 이후 국내외에서 여러 건의 M&A를 수행하며 친환경 기업으로서 행보에 주력했다. 작년 분할 신설회사 SK에코엔지니어링 지분 50%를 4500억원에 팔았고, 1조원 규모 프리 IPO를 진행하는 등 자금 조달 작업도 분주했다.

    SK에코플랜트는 올해 최대 1조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회사는 이르면 올해 상장한다는 계획이었는데, 작년부터 건설 경기 침체가 본격화한 터라 환경사업이 더 중요해졌다. 최근 전주페이퍼·전주원파워 인수에 나섰고, 환경사업 경쟁사들을 압도하려 추가 M&A를 할 가능성도 있다.

    시장에선 SK에코플랜트가 그간 인수한 환경기업을 통합 관리할 회사를 새로 만들고, 그 회사 지분을 활용해 투자금을 유치하는 안이 유력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환경기업들은 장기적으론 신설 회사의 팀이나 사업부로 편입될 가능성이 있다. 신설 회사가 중간에서 환경사업의 중요 축이 되는 셈이다.

    국내 대형 증권사나 인프라 투자에 관심이 많은 해외 자본들이 이번 투자 기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SK에코플랜트 경영진도 최근 해외 출장을 나가는 등 투자 유치 마케팅에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회사에서는 외국계 투자은행(IB) 출신 임원이 이번 투자유치 작업을 맡은 것으로 전해진다.

    새로 투자를 받으려면 기존 투자자들과 조율이 이뤄져야 한다. SK에코플랜트는 작년 4000억원 규모 상환전환우선주(RCPS)와 6000억원 규모 전환우선주(CPS)를 발행했다. RCPS는 회사가 일정 수익률을 보장해주고 투자금을 상환(투자 후 1년까지 30%, 2년까지 60% 한도. 2년 이후 한도 없음)하는 조건도 있다. 사실상 하방 위험만 막아둔 채권성 투자다.

    RCPS 투자자 측 관계자는 "정해진 수익률에 따라 분할 상환받는 하방이 막혀있는 구조기 때문에 회사가 새로 투자를 유치하더라도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CPS 투자자는 상황이 좀 다르다. RCPS보다 투자금을 안정적으로 상환받기 어려운 대신 IPO를 통한 추가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환경사업을 관리하는 신설회사가 별도로 자금을 끌어오면 투자 효과가 희석된다. CPS 투자자들은 정관개정이나 신주발행 등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 사전 동의권을 갖고 있다. SK에코플랜트도 향후 투자유치 계획과 관련해 CPS 투자자들과 소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시장 자금을 끌어가는 데 대해 불편한 시각이 적지 않다. 두 회사가 모두 상장이라도 한다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누가 먼저 상장하느냐에 따라 투자자들의 회수 성적표가 크게 갈릴 수 있다. 토스와 토스뱅크, 카카오와 주요 자회사 등도 이런 문제로 시장의 빈축을 샀다.

    한 외국계 IB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가 신설회사를 통해 8천억~1조원을 유치하기 위해 해외에서도 투자자를 접촉하고 있다”며 “SK에코플랜트에 투자한 기관투자가 입장에선 신설회사가 투자받고 상장하기라도 하면 기대 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 입장에선 공정거래법 상 행위제한 규제를 신경써야 한다. 신설회사가 거느리는 환경기업들은, 그룹 전체적으로는 SK㈜의 증손회사가 된다. 신설회사 아래에는 지분 100% 기업들만 둘 수 있는 셈이다. 신설회사가 유치한 자금으로 M&A를 나설 때도 100% 지분 거래만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중간에 회사를 새로 세우는 것보다 SK에코플랜트가 재차 투자를 유치하는 편이 수월할 것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기존 투자자 입장에서도 새 투자자가 들어와 후한 기업가치를 찍어주면 향후 상장 및 투자회수 때 유리하기 때문이다. 반면 새 투자자 입장에선 썩 매력적이지 않은 건설 부문에도 돈을 넣는 셈이 된다.

    다른 외국계 IB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들이 SK에코플랜트 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지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신규 투자자들은 신설회사 쪽에 투자하길 바라지만, 기존 투자자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회사도 아직 투자유치 구조를 정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 역시 아직 투자유치와 관련한 내용들이 유동적이라는 입장이다. 중간지주를 만든다기보다는 여러 곳에 퍼진 환경기업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 측은 “지방에 있는 작은 환경기업들은 경영이나 마케팅 면에서 대기업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며 “회사의 설립 시기가 정해지거나 윤곽이 드러난 것은 아니고 투자유치 구조나 규모도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