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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스퀘어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업체 웨이브(Wavve)와 CJ ENM의 OTT 티빙(TVING)의 합병 논의가 시작된 가운데 결과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수익성 부진으로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 합병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합쳐야 한다는 대전제와 별개로 주주 구성과 기업가치, 합병비율 산정 등 변수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SK스퀘어와 CJ ENM은 과거부터 웨이브-티빙 합병을 논의했지만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다만 최근 들어 SK와 CJ 모두 OTT 사업의 적자 부담이 이어지면서 대책을 마련해보자는 공감대가 높아졌다. 실적 개선은 요원한데 콘텐츠 제작엔 계속 돈을 들어야 하니 힘이 두 배로 들고 있다.
다만 양측의 상황은 미묘하게 다르다보니 각각 경쟁사와의 합병이 어떤 ‘실익’을 가져다 줄 지 주판알을 튕기는 분위기다.
콘텐츠가 주업인 CJ ENM에 있어 티빙은 ‘돈은 많이 들지만’ 시너지가 분명한 사업이다. 넷플릭스 등 콘텐츠 사업 주도권이 OTT로 옮겨간 지 오래고, ‘오리지널 콘텐츠’가 핵심인 만큼 CJ ENM이 자체 OTT인 티빙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SK스퀘어는 웨이브가 ‘아픈 손가락’이 된 지 오래다. 비통신 강화 차원에서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실익이 적고 투자금이 계속 들어가면서 안팎의 우려가 이어졌다. 자금 부담이 계속되는데 '마음대로 할 수도 없는’ 곤란한 대상이다.
현재 콘텐츠웨이브 주주 구성은 SK스퀘어가 최대주주로 40.5%를 보유하고 있고, 지상파 방송국인 KBS, MBC, SBS가 나머지 19.8%씩 지분을 갖고 있다. 회사가 부진해도 돈을 낼 수 있는 주주는 SK스퀘어 뿐이고, 지상파와 컨텐츠 시너지 효과도 크지 않았다.
SK로선 회사를 키워야 하는데 지상파 주주들의 입김에 밀려 강한(?)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고 전해진다. 시장에선 티빙과의 합병이 성사되면 MBC와 KBS는 주주에서 빠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SK로서는 ‘숙원’을 해결하는 셈이다.
한 외국계 투자은행(IB) 관계자는 "SK와 CJ 모두 OTT 합의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는 했다"며 "지상파 주주들은 합병 회사 주주에서 빠지는 것으로 조율이 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금 회수 시기까지 돌아와 SK 측이 조급함을 보일 수밖에 없다. 콘텐츠웨이브는 2019년 미래에셋벤처투자와 SKS PE를 대상으로 2000억 규모 5년 만기 사모 CB를 발행했는데 4년 내 상장 작업 착수, 5년 내 상장 완료 조건을 합의한 바 있다. 상장은 쉽지 않다 보니 최근 추가 투자 및 투자 조건 변경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는 SK나 CJ 모두 잘 알고 있다. 양쪽 모두 급하지 않다는 태도지만, 상대적으로 CJ 쪽이 더 여유로운 분위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양사의 복잡한 주주구성이 합병의 걸림돌이다. 웨이브는 SK스퀘어, 지상파 방송국 등이고 티빙은 CJ ENM(48.85%), KT스튜디오지니(13.54%), 미디어그로쓰캐피탈제1호(13.54%), SLL중앙(12.75%), 네이버 (10.66%) 등이다. 모든 주주가 만족할 몸값 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쪽 대주주 입장에선 지분 희석 비율을 최소화하길 바랄 수밖에 없다.
과거 티빙-시즌 합병 때도 핵심은 시즌의 기업가치였다. 양측이 시즌의 몸값 수준을 어느 정도로 보냐에 따라 합병 비율이 정해지는데, 당시 티빙은 이미 외부 투자자가 많아 주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밸류여야 합병을 통한 지분 희석을 납득할 수 있었다. 몸값 산정 이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효과가 나타나면서 KT 측이 아쉬웠을 것이란 관측도 있지만 KT는 통신망을 이용한 가입자 증가를, CJ ENM은 콘텐츠 제작 능력을 앞세우면서 양측 모두 결과에 만족했다고 전해진다.
시장에선 티빙-웨이브 합병 시 그나마 넷플릭스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토종 OTT가 탄생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다른 국내 OTT인 쿠팡 플레이는 쿠팡의 ‘부가 서비스’고, 왓챠는 시장 영향력은 높지 않다. 모바일인덱스가 발표한 5월 기준 OTT 활성 이용자 수(MAU)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1153만으로 1위, 이어 티빙(514만명), 쿠팡 플레이(431만명), 웨이브(391만명) 순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티빙과 웨이브 모두 적자가 이어지고 성장이 요원하니 힘을 합쳐보자는 차원이겠지만 양측이 얻을 실익에 대해선 여러 면을 살펴야 할 것”이라며 “이제 와서 플랫폼을 합친다고 크게 시너지가 있을 것인가는 의문도 있다”고 말했다.
합병 논의 진행 중인 CJ의 티빙·SK의 웨이브
적자 이어지며 "힘 합쳐보자" 공감대 있지만
'더 급한' SK와 '상대적 여유' CJ 미묘한 온도차
몸값·시너지 효과 고민…지상파 족쇄 풀지도 주목
적자 이어지며 "힘 합쳐보자" 공감대 있지만
'더 급한' SK와 '상대적 여유' CJ 미묘한 온도차
몸값·시너지 효과 고민…지상파 족쇄 풀지도 주목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3년 07월 0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