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금융위 이관 26년째 공회전…이번엔 법 개정될까
입력 23.07.19 07:00
15~21대 국회 9개 법안 발의됐지만 대부분 폐기
부처 이해갈등에 새마을금고 입김 등도 영향 미쳐
야당 관련법 재차 발의에…여당 "정쟁화 목적"
총선 1년 안남은 시점, 지역 표심 영향 미칠까
  • 새마을금고의 총체적 관리 부실이 부각되며 뱅크런(예금대량인출) 위기감이 커졌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시장의 불안감은 일단 사그라들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금융기관에 걸맞는 감독체계를 갖춰야 한다. 국회에선 법을 개정해 새마을금고 관리감독을 행전안전부에서 금융위원회로 이관하자는 논의가 다시 시작됐다.

    새마을금고가 큰 파장을 일으킨 만큼 이번엔 법이 개정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있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간의 법 개정 시도는 부처간 이해갈등, 새마을금고의 입김 등 이유로 번번이 무산됐다. 기존 법안을 재탕한 법안이 다시 발의된 터라 개선보다는 '정쟁'에 방점이 찍힌 것 아니냔 시선이 있다. 이번 법 개정 시도 역시 소득없이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5대 국회부터 현재 21대 국회까지 새마을금고의 감독기관 이전과 관련해 발의된 새마을금고법 개정 법안(의안정보시스템 등록)은 총 9건이다.

  • 1997년 박종우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은 새마을금고의 신용사업 부문을 은행법 상의 금융기관으로 간주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해당 안은 금융기관의 업무를 대리하는 경우에 한해 은행법을 적용하고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도록 수정가결됐다. 사실상 감독기관 이전이 이뤄지지 않았다.

    2007년 노무현 정부에선 새마을금고에 대한 금융감독위원회의 감독권한을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소관 위원회에 회부됐지만 전체회의에 상정되지 않고 회기만료에 따라 폐기됐다. 이후 이번 국회 전까지 5건의 법안이 추가 발의됐지만 2009년 이은재 의원과 2016년 김관영 의원의 발의안 외엔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도 상정되지 않았다.

    새마을금고 관리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에선 관리감독권을 내주기 싫어하는 기조가 강했다. 행정을 총괄하는 입장에선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가진 새마을금고를 관리하는 것이 큰 힘이기 때문이다. 새마을금고법이 발의될 때면 금고 설립 취지에 맞지 않다거나, 서민금융이 위축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2017년 김관영 의원 발의안에 대해 당시 행안부 차관은 '새마을금고가 공적자금 투입 없이도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금융위원회도 현재 운영 체제에 대해 동의하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 최근 새마을금고 부실 우려가 불거졌을 때도 행안부는 '새마을금고는 안전하고 지급 여력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3일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새마을금고 신용·공제사업 감독권을 행정안전부에서 금융위원회로 이관하는 안을 담은 새마을금고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농협, 수협 등 상호금융기관들과 달리 새마을금고는 행정안전부의 감독을 받아 건전성 관리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이유다.

    이미 같은 당 이형석 의원이 발의한 거의 동일한 내용의 법안이 국회 계류 중이다. 강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이 의원 발의안(신용사업 감독권 금융위 이관)에 공제사업 감독권을 포함 수준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1997년 이후 26년간 별다른 성과없이 시간이 끌렸던 터라 이번에도 새마을금고법 개정은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행안부의 입장은 전과 달라지지 않았고, 금융위도 이렇게 부담이 커진 상황에선 새마을금고를 넘겨받길 원하지 않는 분위기다. 국회 지원 부서의 시각도 우호적이지 않다.

    한 국회 관계자는 "개별 의원들이 모든 법안을 잘 알지는 못하니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를 많이 참조하는데, 수석전문위원은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냈다"며 "관계 부처간 협의에서 특별한 진전이 있지 않는 한 이번에도 공회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2019년 전혜숙 의원 주도로 비상근이사장 연임 한도를 2회에서 3회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다. 작년 국정감사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나서 새마을금고 중앙회 직원의 증인 출석을 막기도 했다. 새마을금고에 특혜성 조치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야당은 당초 이번 새마을금고법 개정안도 여당과 협의 후 발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여당의 공동발의 요청을 모두 수렴하면 시간이 지체될 것이라 판단해 야당 의원들만 발의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수십년간 진척이 없었고, 같은 당에서도 비슷한 안이 걸려 있는 안을 서둘러 발의한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법안 발의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쪽에서는 야당이 정쟁 목적으로 이번 법안을 발의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가 1년이 채 남지 않은 상황이라 야당 입장에선 현 정부의 새마을금고 관리 실책을 지적하기에 좋은 시기다.

    새마을금고가 수많은 구설에 올랐음에도 지금까지 답을 찾지 못한 것은 그만큼 사안이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나라 경제가 시끄러워지며 추진 동력이 생긴 것은 맞지만, 단기간에 뚝딱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행안부의 관리 인력도 부족하지만, 금융당국 역시 수많은 개별 금고들을 통할할 여유가 없다.

    여당에선 아직까진 분위기를 지켜보다는 입장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가 '서울-양평 고속도로'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 문제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검찰이 새마을금고 비리를 열심히 들여다보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섣불리 움직였다간 정부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 전국의 새마을금고가 지역 민심과 직결돼 있어 건드리기 조심스럽다는 것이다.

    한 여당 관계자는 "새마을금고 우려가 불거진 직후 법안이 발의됐는데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디테일을 챙길 수 있었겠나"며 "과거 야당이 힘을 가졌 때 통과시키지 못한 법안을 토씨 하나만 바꿔서 다시 발의하는 건 새마을금고 이슈를 정쟁화해 현 정부를 공격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