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주식'은 열탕, '채권'은 냉탕…시장별 극명한 온도차
입력 23.07.31 07:00
주식시장선 황제株 등극…주식시장 출렁일 정도
첫 공모채 발행은 상당히 소극적으로 진행
"기업가치 평가에 있어 온도차 커"
  • 한국 주식시장은 에코프로에 울고 웃는 지경이 됐다. 황제주로 등극한 에코프로 3총사의 주가 흐름이 코스피, 코스닥 모두를 뒤흔들고 있다. 이렇게 주식시장에서 에코프로의 존재감은 뜨겁기만 한데 채권시장에선 낯설기만 한 모습이다. 증액 발행은 포기했고, 최대한 금리를 낮추는 데 집중했지만 낮은 신용등급상 한계가 있었다.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의 온도차가 에코프로의 기업가치에 대해 생각해 볼 여지를 많이 남기고 있다.

    지난 26일 에코프로 주가는 주당 150만원을 돌파했다. 불과 두달여 전에 50만원이 안됐던 주식이다. 그런데 다음날인 27일엔 20% 가까이 빠지면서 100만원대로 훅 빠졌다.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에이치엔 등 3총사의 나머지 일원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말 그대로 '롤러코스터'다.

    이유야 어찌됐든 에코프로그룹은 지금 이차전지 관련주 열기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표주자다. 회사의 '진정한' 기업가치 판단을 떠나 굴지의 대기업 계열사들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어버리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런데 채권시장에선 에코프로의 이 열기를 온전히 느낄 수 없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냉기'가 흐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5일, 에코프로는 첫 공모채를 발행했다. 만기 1년6개월 500억원, 만기 2년 500억원 등 총 1000억원어치다. 지난 17일에 있었던 수요예측은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주식시장에서 뜨거운 에코프로가 회사채 시장에서 얼마나 '흥행' 보증수표가 될지 말이다. 회사도 수요만 확인된다면 2000억원으로 2배 증액 발행하기로 했다. 마침 6월에 첫 회사채 발행에 나선 LG에너지솔루션이 수요예측 역사상 최대 규모의 매수주문을 확보, 1조원을 조달하며 이차전치 기업에 대한 채권 시장의 인기를 확인시켜준 바 있었다.

    그런데 결과는 생각보다 화제가 되지 못했다. 총 2060억원의 매수주문을 받긴 했지만 3분의 1 이상이 회사가 정한 금리밴드 상단을 넘어선 곳에 몰렸다. 만약 증액발행하게 되면 민평금리보다 30~40bp(1bp=0.01%포인트) 높게 발행해야 했다. 결국 에코프로는 증액발행을 포기하고 조달금리를 낮추기로 했다.

    그렇게 정해진 금리가 1년6개월물이 5.241%, 2년물이 5.259%다. 에코프로의 신용등급 A-의 민평금리보단 낮은 수준이긴 하지만 절대적 수준으로는 높다. 회사가 밝힌 발행목적은 1090억원어치의 주식담보대출 상환이다. 사실상 리파이낸싱인데 이 금리를 낮췄다고 보긴 어렵다.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빌린 각각의 300억원 금리는 5.41%, 5.45%이지만 신한은행(290억원), 국민은행(200억원)의 주식담보대출 금리는 각각 5.06%, 4.59%다. 만기 대부분은 내년 3월, 4월에 온다. 회사는 실제 자금 사용일까지 은행 예금 등 안정성이 높은 금융상품을 통해 운용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8개월간 이중으로 청구될 이자비용은 만만치 않다.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에코프로에 A- 등급을 부여했다. 주식시장에서 황제라고 하더라도 채권시장에서 'A-'라는 열위한 신용등급은 큰 벽이었다. 기업가치를 바라보는 관점은 다양하겠지만 채권시장이 보기엔 여러모로 부족한 면이 많다는 얘기다.

    신용평가 리포트를 보면 에코프로는 지난 5년간 연결기준 매출기준이 크게 늘어나는 만큼 마이너스의 잉여현금흐름도 늘었다. 총차입금 역시 2018년 2842억원에서 2022년 3월말 기준 2조2227억원으로 8배가량 증가했다. "2차전지 재료 사업의 높은 성장성과 이익창출력 개선으로 계열 전반의 신용도가 제고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NICE신용평가가 등급전망을 '긍정적'으로 한 정도가 주식시장의 열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다.(한기평은 '안정적' 등급전망을 부여했다)

    앞으로도 자회사에 대한 대규모 CAPEX 계획 등으로 출자 부담이 있는데 지금 같은 규모의 회사채 발행으로 채우기엔 역부족이다. 결국 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열기'를 체감할 수 있는 주식과 관련된 자본성 자금 조달을 늘리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온다. 이달에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이 유상증자로 4000억원을 조달했고, 하반기엔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IPO를 추진한다. 그럼에도 매년 1조원을 웃도는 투자가 지속되면서 순차입금은 확대, 순차입금/EBITDA나 차입금 의존도 등 주요 재무지표는 저하할 것이라는 평가다.

    차입금 구조가 단기화돼있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3월말 기준 총차입금 중 1년내 만기도래하는 단기성 차입금이 1조7247억원으로 78%를 차지한다. 현금성자산은 4000억원을 좀 넘는 수준이다보니 단기성 차입금의 비중이 과중한 수준이다. 신용평가사가 봤을 때 좋은 점수를 따기엔 어려워 보인다. 에코프로의 중장기적 기업가치를 봄에 있어 참고할 만한 시선이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과거의 재무 스토리를 기반으로 평가하는 신용평가사 입장에서 에코프로 및 계열사들은 아직 증명한 것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앞으로 상황이 크게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이른바 우량등급의 가장 밑단인 A+까지 가기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고, 이게 에코프로에 대한 채권시장의 온도라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