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확장 두고 맞붙을 하나금융ㆍ우리금융, '피차 자본 여력은 적어'
입력 23.08.03 07:00
하나ㆍ우리 두 지주 모두 2분기 CET1 비율 하락세
하나, 자본여력 상대적 크지만 이중레버리지 발목
우리, CET1 비율 경쟁사 중 가장 낮아...M&A도 신중
'주주환원' 생각하면 M&A 쓸 수 있는 여력 더 줄어
  •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올 하반기 금융회사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잠재 인수자들이다. 중소형 증권사ㆍ보험사 매물이 산적해 있는 매수자 우위 시장인 까닭이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두 회사는 롯데카드ㆍ롯데손해보험ㆍ유안타증권ㆍABL생명 등 중형급 매물 인수를 진지하게 검토해왔다.

    문제는 구매 의지과 구매 능력이 별개라는 점이다. KB금융ㆍ신한금융과 달리 두 회사는 충분한 자본 여력을 쌓지 못한 상황에서 '주주환원율 이슈'를 맞이했다. 없는 살림에 주주환원부터 챙겨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권에서 '자본비율과 비은행 확장 사이의 외줄타기'라고 표현할 정도다.

    하나금융은 27일 올 상반기 말 기준 보통주자본(CET1)비율이 12.80%라고 발표했다. 1분기 말 대비 3bp(0.03%포인트), 지난해 말 대비 36bp 줄어든 수준이다. 3년 전만 해도 하나금융은 자본적정성이 4대 대형금융지주 중 가장 우수한 회사였지만, 지금은 그 장점이 다소 희석된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롯데카드 인수를 검토했고, 올해에도 ABL생명 인수 가능성을 내부적으로 검토해왔다. 이달 초엔 KDB생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27일 진행된 실적발표회에서도 하나금융은 "비금융, 비은행 부분에 대해 M&A 투자나 신사업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의 시선은 자연스레 하나금융의 자본여력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국내 금융지주사의 CET1 비율의 '하한선'은 보통 10.5%로 통한다. 바젤III에서 지정한 기본적립비율 4.5%에 자본보전 완충자본 2.5%, 시스템적 중요은행ㆍ은행지주(D-SIB) 1%, 그리고 경기 상황에 따라 금융위원회가 지시할 수 있는 최대 2.5%의 경기대응 완충자본 의무를 합친 수치다.

    하나금융의 경우 대략적으로 1조9000억원가량 위험 자산이 늘어날 경우 CET1 비율이 10bp 감소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를 감안한 위험 자산 인수 여력은 대략 43조원 정도다. 총자산 17조원, 자기자본 1조원 안쪽인 KDB생명이나 ABL생명 정도는 인수할 여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이중레버리지비율까지 따지면 여력이 훨씬 줄어드는 게 사실이다. 올 상반기 말 기준 하나금융지주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25%다. 현 시점에서 자회사 출자여력은 9000억여원에 그친다. 지난 5년간 하나증권에만 2조7000억원을 보통주로 출자했고, 하나손해보험에도 4000억원 가까운 자본을 쏟았다.

    주주환원 부담도 작지 않다. 하나금융은 CET1 비율 13.5%를 목표치로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13%를 넘겼지만, 지금은 오히려 12%대 후반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경쟁 금융지주들이 분기배당과 분기별 자사주 매입소각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나금융만 빠지기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난 상반기 주주환원으로만 20bp의 CET1 비율 하락 요인이 발생했다. 

    하나금융은 실적발표회에서 "극심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 소각이 중요하다는 점은 최고경영자들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3분기 자사주 매입 소각 계획은 내놓지 않았지만, 하반기 중 상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소규모라도 이뤄질 경우 M&A 여력은 좀 더 줄어들게 된다.

    우리금융은 올 상반기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2분기 순이익 전망치 컨센서스는 8800억원이었으나, 실제론 6249억원으로 추정치를 30% 하회했다. 저조한 순이익으로 인해 CET1 비율 역시 기존 전망보다 다소 낮은 수준인 12.0%를 기록했다.

    하나금융과 같은 기준으로 분석하면 우리금융의 위험 자산 추가 인수 여력은 대략 최대 30조원으로 분석된다. 4대 지주 중 가장 적은 수준으로, KB금융의 절반 이하로 평가된다. 

    우리금융의 경우 이중레버리지비율 규제보다는, CET1 비율 이슈가 더 중요한 상황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주력 계열사가 우리은행밖에 없어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95%로 매우 낮은 편이다. 이중레버리지비율에 따른 자회사 출자 여력은 8조원이 훌쩍 넘지만, 이에 따른 위험 자산 증가분에 대해 자본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우리금융 역시 신중하게 매물을 고르고 있다. 지난해 인수를 검토하던 유안타증권의 경우 총자산 13조원, 자기자본 1조5000억원의 알맞는 매물이었지만, 대주주인 대만 유안타그룹에서 매각 의사가 없는 상태다. 우리금융이 MG손보 등 일부 보험사 매물에 관심을 보일 수 있다는 일각의 전망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우리금융은 27일 실적발표회에서 "M&A 우선순위는 증권사이며 필요하면 우량 보험사도 검토할 생각"이라면서도 "현재 적정한 매물이 없으며 서두르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량 매물을 모색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우리금융 역시 CET1 비율과 주주환원율이 연계돼있어 자본 여력 유지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금융은 앞서 CET1 비율 10.5~12% 구간에서는 주주환원율 3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상반기 어닝 쇼크로 인해 올해 연간 주당 예상 배당액 눈 높이도 낮아진 상태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주당 1130원을 배당했는데, 올해 시장에서는 연간 배당액을 이보다 16% 가량 줄어든 950원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 모두 비은행 확장 의지에 비해 인수 능력이 충분하진 않은 셈이다. 여기에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완성한 KB금융, 주주환원에 집중하고 있는 신한금융의 상황을 고려하면, 예상보다 금융회사를 인수할 잠재 인수자 풀(pool)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감당가능한 중소형 매물 1~2개가 하나금융ㆍ우리금융 등 현재 잠재 인수자들이 베팅할 수 있는 최선인만큼, 한동안 매수자 우위 시장은 지속될 것"이라며 "최고경영자(CEO)가 M&A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싶은 욕구가 크더라도, 먼저 주주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