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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국부펀드 싱가포르투자청(GIC)이 금리인상기 사모펀드(Pirvate Equity) 시장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세계에서 가장 큰 기관투자가 중 하나인 GIC는 사모펀드의 저금리 특수가 끝났다고 분석한 가운데 국내에선 투자회수 부진이 겹치며 주춤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조심스러운 출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한국 시장 역시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의 '싱가포르의 GIC가 PE 시대의 종말을 경고하다(Singapore’s GIC warns of the end of an era for private equity)'제목의 기사에 따르면 제프리 젠수바키(jeffrey Jaensubhakij) GIC 최고투자책임자(CIO)는 “PE 산업에 순풍을 불게 한 많은 요소들이 끝이 났다. 그것들이 빠른 시일 내에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Many of the things that were tailwinds for the private equity industry have come to an end . . . and I don’t think they are coming back any time soon)
그는 지난 몇 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PE에 유리한 사업 환경이 조성된 요인으로 ▲수익 실현을 이끌어낸 고 밸류에이션 ▲낮은 레버리지 비용 ▲저금리 환경 등을 언급했다.
GIC는 싱가포르 국영 투자사로 운용자산(AUM) 규모만 900조원에 달하는 세계적인 투자 회사다. 글로벌 에쿼티, 채권, 부동산 등 전방위 투자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데 PE 분야에선 바이아웃, 성장기업 소수지분, 프리IPO, 벤처캐피탈(VC), 사모크레딧, 스페셜시츄에이션(부실채권, 세컨더리 사모펀드) 등 다양한 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GIC는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PE 직간접 자산 비중을 꾸준히 늘려왔다. 2015년 3월 9%였던 사모펀드 투자 비중은 2023년 3월 기준 17%까지 늘었다.
꾸준히 PE 투자를 늘려 온 GIC가 비관적인 시각을 내비치면서 출자 전략에 변화를 줄지 주목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GIC가 PE 투자 회수가 잘 되지 않아 재출자가 어렵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는 분위기도 전해진다.
GIC는 국내에서도 보수적인 투자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GIC는 작년 상반기 말 일부 기업과 운용사들에 투자 검토 중단의 의사를 밝혔다고 알려진 바 있다. 지난 몇 년간 성장기업의 IPO(기업공개)가 늦어지면서 회수 전망이 비관적으로 변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데이터센터, 부동산, 인프라 등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올 상반기 KT클라우드 투자도 검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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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C가 직·간접 투자한 건들의 밸류에이션 저하가 한국 시장 투자를 고민하게 만드는 요소가 된 것으로 보인다. GIC가 주요 출자자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는 컬리 IPO가 지연되고 있다. 앵커PE는 지난 5월 컬리 가치를 2조9000억원으로 보고 추가 투자를 단행했는데, 2021년 프리IPO 투자 때 평가한 가치는 4조원 수준이었다. 티몬, JB금융지주의 투자 성과도 아쉬움을 남겼다는 평가다.
올초 GIC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PIF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각각 6000억원을 투자했다. 앵커PE가 카카오엔터의 2대 주주이기도 한데, 카카오엔터의 상장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GIC와 앵커 PE는 최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보통주를 담보로 과거 지분투자 당시 빌린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재조달)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이외에도 GIC는 2022년 2월 리디북스에 리드 투자자로 산업은행 등과 1200억원을 투자했다. 해당 투자로 리디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에 올랐지만 최근 시장 분위기는 유니콘이 최종 회수 성과를 내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2021년엔 스타벅스코리아(에스씨케이컴퍼니)에 8000억원을 투자해 현재 32.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GIC는 장기 투자 목적으로 스타벅스에 투자했는데, 최근 성장세가 둔화한 점은 부담이다.
GIC는 교보생명 투자에서도 애를 먹고 있다. 2012년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IMM PE, 베어링PEA 등과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했지만 회사가 상장기한을 지키지 못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데 FI가 원하는 수준의 회수 성과가 날지는 미지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GIC가 국내 투자 회수가 잘 안되고 있다보니 더욱 보수적인 시각으로 투자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글로벌 큰 손들도 잠잠하고 국내도 시장 상황이 쉽지 않다보니 PE들이 투자자를 모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져 최근 딜들이 많이 연기 혹은 중단되고 있다"고 말했다.
GIC는 앞으로 1년은 전세계 금리인상 기조와 경기침체 가능성, 지정학적 위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의 어려운 환경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 봤다. 다만 GIC는 적절한 기회가 부상한다면 PE 투자를 늘릴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뒀다. 올해 PE 시장은 시장 변동성, 높은 금리, 떨어지는 밸류에이션으로 펀드레이징이 어려운 상황인데 GIC는 이러한 펀드레이징 기근이 오히려 기회를 불러올 수 있다고 언급했다. 회수가 늦어지는 많은 글로벌 PEF들이 투자자들로부터 보유 자산들을 ‘합리적인 가격’에 팔도록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한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금리인상 기조가 언제 끝날지 모르고 레버리지를 이용해 수익을 추구했던 건들은 지금은 어려워졌다”며 “현금 많은 PE들은 자산들을 헐값에 인수하려고 시장을 주시하고 있지만 매각자와 잠재 인수자의 밸류에이션 ‘눈높이 차이’가 여전히 크다보니 생각보다 거래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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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3년 08월 01일 09:5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