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ㆍ증권사 등 M&A시장 과열…금융지주도 모자라 수협ㆍOK금융까지 '난립'
입력 23.08.11 07:00
보험사 인수 시장 기웃거리는 금융지주…한국투자ㆍ신한금융 등
지주화 선언한 수협, 캐피탈ㆍ운용사 중심으로 금융사 M&A 추진
非은행 확장 시급한 하나금융ㆍ우리금융 '한숨'…'매각가 높아져'
  • 보험ㆍ증권ㆍ캐피탈 등 국내 금융사를 대상으로 한 M&A(인수합병) 시장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도 ABL생명 등 생명보험사 인수에 관심을 두는 데다, 지주화를 선언한 수협은행과 대부업을 정리한 OK금융그룹도 자산운용사 및 증권사 인수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KB금융지주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시장 참여자가 많아질수록 기업가치와 상관없이 금융사들의 호가(呼價)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결국 비(非)은행 포트폴리오를 확장해야 하는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입장에선 적정가로 금융사를 인수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된 셈이다. 

    최근 금융지주들은 비은행 금융계열사 중에서도 보험 및 증권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은 이미 참여를 공식화한 상태고, 한국투자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까지 보험사 원매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나금융은 이미 KDB생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실사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우리금융은 국내중소형 증권사 위주로 매입 의사를 타진 중이다. 신한금융지주 내부에서도 업계 1위인 KB금융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손해보험사 인수가 필요하다는 기조가 형성되면서, 사모펀드(PEF) JKL파트너스가 대주주로 있는 롯데손보를 인수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여기에 한국금융지주까지 ABL생명과 KDB생명의 투자설명서(IM)를 수령하고 몇몇 사모펀드와 출자를 검토하는 등 보험사 인수 의사를 내비쳤다. 최근엔 KB금융지주도 중장기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비은행 계열사 확대’를 중점으로 두고, 구체적인 실행안을 마련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KB를 제외한 금융지주들은 대놓고 보험사 인수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고령화 시대에서 예대율(예금잔액 대비 대출잔액 비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비은행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이런 와중에 수협은행도 새로운 시장 참여자로 떠오르고 있다. 수협은 올해 초부터 지주회사 전환을 목표로 삼고, 은행과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자회사 인수를 추진 중이다. 

    수협은 올해 상반기 골든브릿지자산운용과 현대자산운용 인수를 추진했으나, 양사의 해외부동산 투자 손실 비중이 높아 검토 과정에서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웰컴캐피탈과 웰컴자산운용 인수를 위해 웰컴금융그룹과 협상을 시도했으나, 손종주 회장이 웰컴자산운용 매각을 반대하면서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선 OK금융그룹의 증권사 인수전 참전도 점쳐진다. 최근 OK금융은 대부업 계열사인 러시앤캐시(아프로파이낸셜)사업을 정리하고, 그룹의 주요 사업을 OK저축은행과 OK캐피탈로 재편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OK금융은 지난 2015년 LIG투자증권(현 케이프투자증권), 2016년 리딩투자증권 등 증권사 인수를 추진했고, 2017년에는 이베스트투자증권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으나 당시 금융 당국으로부터 '대부업 중심의 사업구조를 개편하라'는 요건을 내세워 무산됐다. 이에 대부업 비중을 최대한 줄인 후, 증권사를 인수해 저축은행ㆍ캐피탈과 함께 종합금융그룹으로 탈바꿈하는 것이 회사가 제시한 중장기 전략이다.

    시장에선 이 같은 '후보 난립'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매력적인 매물은 한정됐는데, 시장 참여자만 늘어나면서 기업가치와 상관 없이 매각가가 높아지고 있는 까닭이다. 

    특히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장이 선결 과제인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출자여력이 1조원도 되지 않는 회사들까지 M&A 시장을 기웃거리면서 매각가를 높이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당초 계획보다 비싸게 금융사를 인수해야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내부에선 부담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하나금융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25%, 우리금융은 95.5%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종속기업 및 공동기업 투자주식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지주사가 자회사에 대한 출자 여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낮을수록 투자 여력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해당 지표를 기준으로 하나금융은 약 9000억원, 우리금융은 8조원 가량의 출자 여력이 있는 셈이다. 

    반면 한국투자금융은 현행 금융감독원 규제치인 130%를 소폭 밑돈다. 수협도 현재 M&A에 쓸 수 있는 자금은 5000억원 안팎이나, 재무건전성 문제로 실제 출자 여력은 더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협은행의 올해 1분기 기준 BIS자기자본비율은 14.64%로, 4대 시중은행 평균치(17~18%) 대비 떨어진다. OK금융 역시 주력 계열사인 OK저축은행과 OK캐피탈의 부동산PF 위험도가 높아 부실채권 비중이 커지고 있으며, 최근엔 기업 신용등급 및 무보증사채 등급 전망까지 부정적으로 변경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자이익을 높인 회사들이 금융지주 또는 금융그룹으로 전환하겠다 선언하는 이유는 오로지 M&A"라며 "그만큼 M&A 시장이 과열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