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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상업용 부동산 손실이 현실화하면서 금융권에 긴장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메자닌 위주의 투자가 손실 리스크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선순위 채권자와 지분투자자 사이에서 '애매한' 성격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금융권에선 자산가치 하락으로 손실 위기에 직면한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 사례가 우후죽순 나오고 있다.
한국투자 리얼에셋운용이 2019년 벨기에코어오피스2호 펀드를 통해 운용 중인 브뤼셀의 투아종도르(TDO)는 공실률 상승 등으로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에 담은 독일 트리아논 빌딩은 리파이낸싱에 실패하며 매각 수순을 밟고 있다. 주요 임차인이 이탈하며 빌딩 가격이 크게 낮아진 터라 국내 투자자들의 지분이 전액 손실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내 금융사들이 손실을 상각하는 모습도 잇따라 관찰되고 있다. 미래에셋그룹 계열사인 멀티에셋운용은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 빌딩 대출을 위해 조성한 펀드 자산을 90% 상각 처리했다. KB증권은 런던 섀프츠베리애비뉴 오피스빌딩 가격이 하락하자 투자금의 60%를 상반기에 손실 처리했다고 알려진다.
이에 금융권에선 해외 상업용 부동산 손실 규모가 얼마나 커질지 숨죽이는 분위기다. 2010년대 중후반부터 설정이 급증했던 해외 부동산 펀드의 만기가 지난해부터 본격 도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크리스탈파크빌딩, 뤼미에르빌딩, 투어유럽빌딩, 르 크리스탈리아빌딩 등 다수의 해외 상업용 오피스는 매각 시기가 올해 도래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관련업계에선 국내 금융사가 해외 부동산 메자닌채권 투자를 선호한 점이 부실 규모를 키웠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금융사는 지분을 매입하는 것보다 리스크가 적고 상대적으로 수익률은 높은 메자닌 채권을 선호했는데 디폴트 위기에는 메자닌 채권자가 대응할 방법이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메자닌투자는 상업용 오피스 빌딩 등을 담보로 발행한 대출채권으로 중후순위에 해당한다. 오피스 빌딩과 같은 부동산을 인수할 때 인수자는 통상 자산의 50~70%를 대출로 채우는데, IB나 사모펀드들은 이를 구조화해 여러 곳에 셀다운(재매각)한다. 채권과 주식 사이에서 양쪽의 성격을 일정 부분 가지고 있다.
국내 금융업계에 해외 부동산 열풍이 불었을 때 메자닌 채권이 선호됐다. 저금리시기였던 만큼 중위험·중수익 투자상품으로 5% 수익률을 낸다는 점이 매력도를 높였다. 가격 하락으로 인한 리스크는 지분 투자자부터 부담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품이었다는 설명이다. 다수의 국내외 운용사를 통해 보험사, 공제회 등이 메자닌 투자에 열을 올렸다.
문제는 공실 등 요인으로 건물의 가치가 지금처럼 과도하게 떨어질 때는 대응 방법이 '딱히'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건물 가치 하락 영향을 직격타로 맞는 지분투자자는 건물이 EOD(기한이익상실) 위기 시 추가 출자 등을 통해 임의 매각으로 막을 수 있다. 선순위 채권자는 디폴트 시 담보권 처분을 결정해 가장 먼저 투자금 회수에 돌입한다. 다만, 중후순위 채권자인 메자닌 투자자는 자산 처분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는 데다 투자금 회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이다.
한 부동산 운용업계 관계자는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가 메자닌 위주로 이루어져 있어 특이 손실 위기가 커졌다"라며 "지분 투자자처럼 출자라도 해서 EOD 위기를 막을 수도 없고 선순위 채권자의 자산 매각처분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 투자금 회수 순위도 1순위가 아니라 손실을 그대로 감수해야 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SRA자산운용이 조성한 미국 오피스 메자닌펀드는 편입자산 두 건의 가격이 크게 하락해 손실 리스크가 대폭 증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뉴욕 237 파크애비뉴 오피스빌딩, 미국 뉴욕 485 렉싱톤애비뉴 오피스빌딩 등은 수요 저하 및 공실률 상승으로 가격이 하락세인 것으로 알려진다.
아울러 결이 다른 문화도 더욱 진땀을 빼게 하는 요인이란 설명이다. 국내는 이미 잘 구축된 네트워크를 통해 디폴트를 피하기 위한 선순위 채권자와 지분투자자 간 소통이 원활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글로벌 투자사들은 수익률 관리를 위해 손실률이 높아지기 전에 손절매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으로 알려진다.
한 금융사 해외투자 담당자는 "글로벌 투자사들은 펀드로 부동산 투자에 나선 경우 차라리 디폴트를 내는 등 펀드 수익률에 더욱 신경 쓰는 분위기다. 손절매하는 것이 내부수익률(IRR)에 유리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국내 금융사의 해외 부동산투자 경험 부족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분 투자를 통해 자산을 보유하거나 선순위 채권자로 투자할 역량이 안된 상황에서 투자만 과열됐던 것은 아니냐는 목소리다. 국내 상업용 부동산 분위기만 고려해 해외 상업용 오피스에만 투자가 쏠렸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글로벌 투자사 관계자는 "해외 상업용 부동산 메자닌 채권에 100~200억원씩 투자한 사례가 많은데 그게 오히려 독이 된 분위기다. 선순위 채권자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지분 투자자로 출자를 해 자산을 보유할 역량은 안 되는데 판만 많이 벌여놓은 것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금융권 부실 '뇌관'으로 떠오른 해외 부동산
메자닌 위주 투자가 손실 규모 키웠단 지적 나와
EOD 발생 시 선순위 채권자가 우선…손실 더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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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3년 08월 0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