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착시'로 부실 가린 카카오뱅크, '김범수 대주주 적격성' 이중고
입력 23.08.17 10:19|수정 23.08.17 10:20
2분기 어닝서프라이즈에도 주가 13% 급락
저수익성 주담대로 NIM 하락세...'매도' 의견도
김범수 센터장 SM 시세조종 의혹 검찰 조사중
대주주 적격성 이슈로 신사업 발목 잡힐 가능성
  • 김범수 카카오 이니셔티브 센터장의 사법 리스크가 부각하며 카카오뱅크도 진퇴양난에 빠졌다. 확장과 성장으로 부실을 가리며 숫자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칫 신사업 진출이 봉쇄될 수도 있는 처지가 된 까닭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 카카오뱅크의 '깜짝 실적'과 '깜짝 건전성'은 '신사업'인 주택담보대출의 급증 덕분이었다. 월간활성자수(MAU)와 40대 이상 침투율 등 'IT 지표'가 선전했지만, 실적에 주는 영향은 미미했다는 지적이다. 마이데이터와 신용평가 등으로 확장을 거듭해야 하는 상황에 발목을 잡혔다는 평가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16일 전 거래일 대비 1.85% 하락 마감했다. 이달 들어서만 고점 대비 13% 급락했다. 호실적을 기대하며 실적 발표일 전날인 1일 급등했지만, 발표 이후 오히려 급락하며 이전 박스권 상단인 2만7000원을 다시 하향 돌파한 상황이다. 2분기 82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44% 성장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이 날을 기점으로 주가가 고꾸라지며 보름 넘도록 반전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금융권에서는 카카오뱅크 실적을 두고 '겉은 화려했지만 내실은 기대만 못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2분기 카카오뱅크 실적의 핵심은 주택담보대출이었다. 2분기 신규 취급액만 3조5290억원에 달했다. 1분기를 포함해 상반기에만 4조9660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했다. 카카오뱅크의 여신 잔액은 지난해 말 27조9000억원에서 올 상반기 말 33조9000억원으로 6조원 늘었는데, 이 중 주택담보대출 증가분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 셈이다.

    이는 착시효과도 불러 일으켰다. 2분기 카카오뱅크의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0.42%로 1분기 0.43% 대비 0.1%포인트 하락했다. 그러나 이 기간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1249억원에서 1423억원으로 14% 증가했다. 지난해 연말 대비로는 반 년만에 41% 늘어난 규모다.

    그러나 총여신이 2분기에만 4조6000억원 급증하며,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오히려 안정화한 것처럼 보이게 됐다. 고정이하 여신 전단계인 '요주의 여신' 역시 2분기에만 39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6% 증가하며 여신 부실화 추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 은행 수익성의 척도인 순이자마진(NIM)은 올 2분기 2.26%로 전분기 대비 36bp(0.36%포인트) 하락했다. 상대적으로 저수익성인 담보대출이 급증하면서 대출 수익률이 1분기만에 10bp 줄었고, 초과 조달된 예금 부담으로 조달비용률이 20bp 상승한 영향이란 분석이 나온다. 

    여신 규모가 커지며 이자수익(매출)은 급증했지만, 마진은 박해지며 이자이익이 지난해 4분기 2774억원에서 올 1분기 2621억원으로, 2분기 2542억원으로 2개 분기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카카오뱅크 실적 발표 직후 '매도' 의견을 낸  한화투자증권은 "중도상환 해약금이 없는 (카카오뱅크 주택담보대출) 특성상 최저금리를 유지해야 잔액이 유지된다"며 "해당 자산의 성장에 대한 한계가치는 낮다고 판단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다른 증권사 금융 담당 연구원은 "실적자료에 MAU와 40대 이상 침투율 확대, 신규고객 유입 수 증가 등 IT 기업 설명회 같은 성장치를 내놨지만, 실제로 플랫폼 수익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 중이고 이자수익 성장은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절대적이었다"며 "신용대출 성장이 둔화되자 전월세대출을, 전월세대출 성장이 둔화되자 주택담보대출을 내놓으며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신용대출 등 카카오뱅크의 가계 일반 대출 증가율은 지난 2021년 하반기 이후 줄곧 한 자릿 수를 유지하고 있다. 전월세대출을 위시한 주택관련 대출 역시 2021년 3분기 이후 지속 하락해 지난해 하반기 한 자릿 수에 진입했다. 올 상반기 생각보다 안정됐던 시중금리와, 이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수요 회복이 카카오뱅크의 사그라들던 성장 동력에 불씨를 되살린 셈이다.

    지난해 1분기 이후 카카오뱅크 순이익이 꾸준히 늘고 있음에도  주가는 지지부진했던 배경이 '성장성 우려' 였음을 고려하면, 카카오뱅크에 '신사업'과 이에 따른 '성장성 제고'는 다른 은행주에 비해 큰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김범수 센터장 및 카카오에 드러워진 사법 리스크 우려 역시 주가 약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는 현재 엔터회사인 에스엠 인수 과정에서 시세를 조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에스엠 인수합병(M&A) 경쟁사였던 하이브의 진정에 따라 서울남부지검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지난 2월부터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검찰과 특사경은 지난 10일 김범수 센터장의 개인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등 관련 경영진에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카카오에서 시작된 의혹이 창업주인 김범수 센터장까지 번진 것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위법 행위가 발견되면 최고 수위로 징계하겠다고 공개석상에서 밝힌만큼 최고경영진이 시세조종 행위에 개입했다는 게 발견되면 형사처벌이 불가피할 거란 전망이다.

    문제는 카카오와 김범수 센터장이 카카오뱅크의 '대주주'라는 점이다. 인터넷전문은행법은 한도초과보유주주(대주주)의 요건으로 '최근 5년간 금융 관련법 및 공정거래법을 위한해 벌금형 이상에 해당하는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을 것'을 제시하고 있다. 신규 사업 진출 과정에서 다른 금융회사와 마찬가지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진행한다.

    해당 이슈는 이미 카카오뱅크의 신사업 진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카카오뱅크의 마이데이터 및 개인 대안신용평가 사업에 대한 허가 심사를 보류했다.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사법 리스크가 지속되는 한 카카오뱅크는 신사업은 물론, M&A 등 외연 확장에도 자유롭게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2000년대 중반 키움증권의 고성장기 당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3배 안팎이었는데, 이 숫자로 카카오뱅크 목표주가를 계산한 리서치가 종종 보인다"며 "2007년 키움증권은 3년 전 대비 매출액은 3배, 당기순이익은 11배 성장했고 자기자본이익률(ROE) 25%를 달성했는데 카카오뱅크의 현재 ROE는 4%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