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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 공실 급증 등으로 국내 증권사들이 투자한 해외 상업용 부동산의 자산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20년을 전후해 해외 부동산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대형 증권사들이 보유한 자산에서 조금씩 부실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이번 2분기 실적 시즌에 반영된 대손충당금 규모는 크지 않았다. 해외 부동산 자산의 경우 시장가격 파악이 쉽지 않아 부실이 실적에 반영되는 속도가 비교적 느린 편이다. 당분간 해외 부동산 손실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17일 한국신용평가와 하나증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한신평 평가 대상 증권사(28개사)의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는 13조7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약 85%에 달하는 약 11조6000억원은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의 몫이다. 2018년을 전후로 해외 부동산 투자 열풍이 불면서 미국, 프랑스 등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액이 급증한 결과로 풀이된다.
증권업계에선 해외 부동산 손실 발생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운 분위기다. 지난 2017~2018년 해외 부동산 열풍 당시 투자했던 건들의 만기가 올해 대거 도래하고 있어서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9조5000억원)와 내년(11조6000억원) 만기가 도래하는 해외 부동산펀드는 21조원으로 집계됐다.
손실도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미래에셋그룹 계열사인 멀티에셋운용은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 빌딩 대출을 위해 조성한 펀드 자산 90%를 상각 처리했다.
해당 펀드에는 미래에셋증권을 비롯한 국내 투자자들이 지난 2019년 중순위(메자닌)로 2800억원을 대출을 내줬다. 미래에셋증권은 PF 부실 우려로 이번 2분기 200억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쌓았다. 우려에 비해서는 적은 규모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KB증권은 런던 섀프츠베리애비뉴 오피스빌딩 투자금의 60%를 상반기에 손실처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KB증권은 지난 2018년 해당 빌딩에 에쿼티로 18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대부분은 기관투자자에 셀다운(재매각)했기 때문에 잔여지분은 수백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현재 해당 빌딩은 매입가 대비 시가가 25% 떨어지면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KB증권은 이번 2분기에 PF 관련 충당금을 거의 쌓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나증권도 독일 트리아논 빌딩에 투자했다가 전액 손실 위험에 처했다. 하나증권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에 담은 독일 트리아논 빌딩에 약 1350억원의 자금을 댔다. 리파이낸싱(차환) 실패로 이지스자산운용이 매각을 진행 중인데 낮아진 자산 가치로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해졌단 설명이다.
하나증권은 차액결제매매(CFD) 충당금 등 2분기에만 1000억원이 넘는 충당금을 쌓았다. 이 중 400억원 안팎이 해외 부동산 등 IB 관련 충당금으로 추정된다.
이외에도 NH투자증권이 2018년에 투자한 런던 캐논브리지하우스 오피스빌딩도 가격이 하락하며 손실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NH투자증권은 최근 리파이낸싱이 완료됐고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해 손실이 근시일내 현실화할 가능성은 적다는 입장이다.
2분기에는 증권사들이 예상보다 해외 PF 관련 충당금을 많이 쌓지 않으며 무난히 넘어가는 분위기지만, 하반기 해외 부동산 투자 관련 추가 손실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해외 자산의 경우 시가평가가 실시간으로 되지 않기 때문에 부실을 반영하지 않고 버티는 방향으로 실적에 반영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최소한으로 충당금을 쌓으며 해외 부동산 업황이 호전되길 기다리는 전략인데, 예상보다 글로벌 금리 인하 시점이 늦어지며 부동산 시장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게 부담"이라고 말했다.
국내 금융사가 집중 투자한 파리 라데팡스 등 일부 지역의 공실률은 2019년 4%대에서 올 초 20%까지 치솟았다. 미국의 오피스 공실률 역시 2019년 말 13.4%에서 올해 6월 말 20.6%로 뛰었다. 해외 상업용 오피스 빌딩의 가격은 공실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컨대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2019년에 투자한 프랑스 투어유럽빌딩은 최근 추가 출자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다. 자산 가치 하락으로 대출 상환 압박이 본격화된 영향이다. 수익자 간 추가 출자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최악의 경우 임의 매각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외에도 올해 다수 건물의 매각 시기가 도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보통 해외 부동산 투자 시 펀드 만기가 5년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와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펀드가 많을 것"이라며 "해외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자산가치평가 및 엑시트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형 증권사, 2018년 전후 해외 부동산 집중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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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3년 08월 1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