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먹여살린 '운용' 부문…금리 변동성에 향후 실적 불투명
입력 23.08.22 07:00
Weekly Invest
증권사 실적 발목 잡던 채권 평가손, 흑자로 전환했지만
금리 재차 상승하며 하반기 채권운용 불투명성 커져
  •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채권운용 실적에 힘입어 올 상반기 컨센서스를 넘어서는 실적을 거뒀다. 시중금리 하락으로 지난해 증권사 실적에 직격타를 입힌 채권평가손실이 대폭 줄어든 영향이다. 다만, 인플레이션 등으로 금리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하반기 채권운용 실적 불투명성이 커졌단 관측이 나온다.

    20일 인베스트조선 집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7곳 중 채권 평가이익 규모가 가증 큰 곳은 NH투자증권이다. 지난해 연간 채권 평가차손 5981억원을 기록하며 증권업계에서 압도적으로 손실 규모 1위를 기록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금리하락으로 채권평가손실이 흑자전환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채권평가손실 우려가 감소하며 NH투자증권의 트레이딩 부문은 호조를 기록했다. 주식ㆍ채권 등의 운용 및 파생상품 투자를 담당하는 트레이딩(Trading) 부문은 올해 상반기에 2004억원의 영업수익을 기록하며 상반기 어닝서프라이즈에 톡톡히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NH투자증권의 채권운용 실적이 극과 극을 오가는 건 금리 변동성에 취약한 회계 처리 방식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보유채권의 70%가량을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FVPL)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해당 자산의 평가손익은 곧바로 당기순이익으로 잡힌다. 반면 타사는 FVPL로 분류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채권의 평가손익이 곧바로 당기순이익에 반영되지 않고 자본으로 인식된다.

    지난해 치솟던 시중금리는 올 초 하향 안정세를 보이자 채권 운용 실적이 반등하는 분위기다. 작년 4.5%까지 치솟았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3월 말 기준 3.3%까지 떨어졌다. 저금리 채권의 매력도가 회복되며 증권사가 보유한 채권의 평가손실이 흑자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금리 하락 영향으로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상품 이익 수준도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올 상반기 채권평가이익이 1049억원으로 NH투자증권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 미래에셋증권은 채권보유액이 많은 증권사로 알려져 있는데 금리 하락으로 1분기에 채권 평가이익이 반등한 영향이 컸다는 설명이 나온다. 다만 당기순이익이 반영되는 채권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 채권 평가이익이 NH투자증권보다 크진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금리가 내려오며 1분기에 채권평가익이 많이 증가했고 작년에 매수한 채권이 이익을 낸 부분도 영향을 미쳤다"라며 "지난해 크레딧 스프레드가 비정상적으로 확대되면서 채권을 대거 매수했는데 1분기에 크레딧 스프레드가 줄어들며 수익이 났다"라고 말했다.

  • 한편, KB증권은 지난해 2342억원의 평가손실을 기록한 데 반해 올 상반기 129억원의 평가이익을 내는 데 그쳐 이목을 끌었다. 평가이익 규모가 경쟁사 대비 낮은 수준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KB증권은 작년 금리 급등 과정에서 손실을 줄이기 위해 크레딧채권을 대폭 축소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보유 채권을 대거 매도한 영향으로 기대되는 채권평가이익도 타사 대비 작다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신한투자증권(894억원) ▲한국투자증권(859억원) ▲메리츠증권(496억원) ▲삼성증권(247억원) 등 채권평가손실에서 벗어나 흑자로 전환했다.

    다만, 지난 6월부터 금리가 다시 상승하며 하반기 채권운용에 대한 실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시중금리가 높아질 조짐이 지속적으로 목격되는 가운데 채권평가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한 증권사 금융 연구원은 "당초 금리가 고점을 찍고 하반기엔 안정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미국 국고채 금리가 오르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라며 "채권 평가이익이 줄고 부동산 평가손실이 예상되는 등 운용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분기 3.3% 수준이었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8월 17일 기준 3.8%를 기록 중이다. 3개월 만에 50bp(bp=0.01%)가량 상승한 것이다. 이에 상반기 대형증권사들의 채권운용 호실적은 대체로 1분기에 근거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증권사의 채권운용 부문 어닝서프라이즈는 주로 1분기에 발생한 것으로 2분기에는 감소하는 추세가 보이고 있다. 증권사들도 하반기엔 포트폴리오 재조정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