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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년간 국내외 투자를 늘려 신사업 동력을 모색하던 주요 대기업들의 행보에 변화가 일고 있다. 본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비주력 자산을 매각한 자금을 투자재원으로 활용하거나 수익성이 저하된 해외법인을 정리해 효율화를 꾀하는 식이다. 신규 투자 대상도 본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기업들로 좁혀진 분위기다.
불어닥친 불황기에 대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선택과 집중에 나서는 모양새다. 올해 상반기 달라진 이들의 자산 활용법을 정리해봤다.
현금 확보 위해 보유한 주식 처분
삼성전자와 CJ ENM은 각사의 사정에 따라 보유 주식을 매도해 현금을 확보했다.
삼성전자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 지분을 0.9%가량 매각해 3조원 현금을 확보했다. 그 외에도 중국 전기차 기업인 비야디(BYD)와 국내 종합 장비회사 에스에프에이(SFA) 주식 일부도 처분했다. 일각에선 성장성이 작지 않은 전기차 기업 지분마저도 매도한 데, '현금이 급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투자 부담이 있는 상태다. 올해 상반기말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은 80조원 수준인데 이를 상회하는 수준의 투자를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300조원을 투자해 경기 용인시에 세계 최대 규모의 시스템 반도체 산업단지를 조성,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내 입지를 다지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CJ ENM 또한 10년 넘게 보유하고 있던 삼성생명(0.2%)과 LG헬로비전(1.5%) 지분을 매각해 현금화했다. 21일 종가 기준으로 계산하면 각각 264억원, 46억원 수준의 유동성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 보유하던 빌리프랩 지분 51.5%를 하이브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CJ ENM의 이같은 행보에는 '재무구조 개선'이 배경으로 꼽힌다. CJ ENM은 경기 악화에 따른 광고매출 축소, 피프스시즌 등 보유 계열사의 적자 지속에 재무안정성 관련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구조조정 필요성까지 거론되는 만큼 CJ ENM이 보유 자산을 활용하려 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벤처시장 큰손들도 '선택과 집중'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서 존재감을 보였던 현대차와 네이버, 한화는 포트폴리오 정리 수순을 밟는 분위기다. 그 와중에도 본업 관련 투자는 지속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미국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 '미고'(Migo)와 미국 AI 스타트업 퍼셉티브 오토마타(Perceptive Automata)의 지분 전량을 처분했다. 두 기업은 모두 지난 상반기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수익성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투자한 해외 스타트업의 실적 부진에 포트폴리오 정리 고민을 거듭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의 최고 의사결정자들이 신규 투자를 꽤나 꺼려한다"라며 "투자한 기업들의 손실이 회복되려면 기간이 얼마나 소요되는지 불확실한 데다 자율주행 등 주력사업에 투자할 돈이 필요하다보니 '팔자' 추세로 돌아선 모습"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자율주행' 관련 출자는 지속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1분기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업인 '포티투닷'에 조(兆) 단위 추가 증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자율주행 기업 앱티브(Aptiv)가 요청한 모셔널(Motional) 추가 증자 건도 여전히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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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와 커머스 투자 큰 손이던 네이버도 투자 자산을 정리하고 있다. 지난 상반기 일본 자회사인 라인(LINE) 주식회사와 함께 설립한 메뉴추천서비스 코노미(Conomi) 지분 50% 전량을 처분했다. 코노미의 지난해 상반기 순손실은 51억원 수준이다. 2018년 투자한 모바일 콘텐츠 제작사 칠십이초(8.81%)나 웰시콘(6.04%) 보유 지분도 청산했다.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는 AI 관련 투자는 현재진행형이다. 신규 투자를 줄여나가는 와중 올해 상반기 네이버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네이버D2SF는 데이터 생성 및 비식별화 기술기업 큐빅(CUBIG)에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해 상반기 온더룩, 그린앤그레이 등 커머스에 방점을 찍고 투자에 나섰을 때와는 관심사가 달라진 모습이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한화솔루션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커머스 사업 계열사인 엔엑스이에프를 청산했다. 한화솔루션 측은 "기후테크 사업을 위해 투자한 중고거래 플랫폼이지만 사업성이 생각보다 더뎠고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해 조기 철수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부진한 해외법인은 정리
글로벌 시장에 적극 진출하던 기업들의 해외 법인 청산도 눈여겨볼 만하다. 다소 수익성이 부진한 해외 법인은 정리, 경영 효율화를 택하는 모양새다.
먼저 해외법인 수를 경량화하는 차원의 청산 사례다. 지난 상반기 롯데케미칼의 폴란드법인이 청산됐다. 이후 폴란드 영업활동은 롯데케미칼의 독일법인이 맡는다. CJ대한통운 유럽법인 지분 전량은 중동, 유럽 시장을 관할하는 CJ ICM에 넘겨졌다. CJ ICM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사업전략 강화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사업전략 변화에 따른 법인 청산도 이뤄졌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의 석탄판매 관련 인도네시아 법인 'PT. Insam Batubara Energy'는 그룹의 탈석탄 기조에 따라 지난 분기 청산됐다. 카카오 일본법인 'KAKAO IX JAPAN' 또한, 일본 시장 진출 전략을 수정하면서 정리됐다.
여타 배경을 불문하고, 청산 대상이 된 법인들의 실적은 대체로 부진한 편이다. CJ대한통운 유럽법인과 삼성물산 인도네시아 법인의 수익성은 1년간 하락세를 기록했다. 카카오 일본법인 실적은 다소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여전히 마이너스(-)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법인 청산에 대해 사업전략 수정 등 여러 이유가 제시되긴 하지만 이는 명분에 불과하고 수익성 저하가 주요 원인으로 보여진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유럽 지역은 중국 화학사들이 수출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라며 "이런 까닭에 향후 유럽지역 내 롯데케미칼 등 화학기업들의 해외법인 철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불황기에 달라진 대기업들의 자산 활용법
현금확보하려 보유 주식 매도한 삼성·CJ
네이버·현대차, 투자 포트폴리오 정리 중
수익성 낮은 해외법인 청산해 효율화도
현금확보하려 보유 주식 매도한 삼성·CJ
네이버·현대차, 투자 포트폴리오 정리 중
수익성 낮은 해외법인 청산해 효율화도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3년 08월 22일 12:1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