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까진 지속될 증시 부침...'중국발 악재'에 '기업 실적'마저 조정 시작
입력 23.08.24 07:00
중국발 경기 침체 우려에 위안화 약세 두드러져
원화 가치 동반 하락...외국인 8월 증시서 급격 이탈
코스피200 기업 내년 순익 전망도 8월 들어 조정 시작
"9~10월 사이 대외 상황 안정여부 확인할 시간 필요"
  • 상반기는 미국의 호(好)경기 덕을 봤다. 시중금리는 의외로 안정됐다. 국내 증시는 우려 속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모두가 기대했던 하반기가 시작됐지만, 기다렸던 호재는 오지 않았다. 중국의 경기 침체는 예상보다 극심했다. 반도체도 아직 바닥이 아니었다. 금리와 환율은 치솟고 있다. 적어도 10월까지는 이어지는 글로벌 리스크 속 변동성을 감내해야 할거란 분석이 나온다.

    8월 하순 들어 코스피 지수는 대표적인 지지선으로 꼽히는 2500선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7월말 지수가 2700선에 육박할 때까지만 해도 '3000 수복'을 예상하던 목소리가 많았지만, 한 달 사이 힘이 빠진 모양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소수론이었던 '상고하저'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외국인들은 8월에만 코스피ㆍ코스닥을 합쳐 1조6000억원을 순매도했다. 선물은 3조원이나 팔았다. 외국인이 매도에 나서자 5~6월엔 주식을 사는 듯 했던 국내 기관들도 방향을 돌렸다. 8월 들어 코스피에서만 3조4000억원을 투매했다. 이 중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 매도 물량만 1조2000억원이었다.

    올 상반기 코스피에서만 12조원의 순매수에 나서며 지수를 끌어올린 외국인이 왜 변심한 것일까. 하반기 들어 급변하기 시작한 환율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1300원 아래서 안정되던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보름새 70원이나 올라 1340원을 돌파했다.

    원화 약세의 배경으로는 중국 위안화 약세가 꼽힌다. 올해 초만 해도 달러당 6.7위안 수준이던 달러위안 환율은 지난 17일 장중 7.3위안을 넘어서기도 했다. 원화는 위안화의 '프록시 통화'로 손꼽힌다. 위안화 투자 위험을 헤지(hedge)하기 위한 대리(proxy) 자산으로 원화를 활용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위안화와 원화는 대체로 같은 방향성을 띈다.

    위안화 약세는 중국의 경기침체가 핵심 원인이다. 하반기 들어 미국과 중국의 경기 온도차는 점점 극심해지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지난 7월 미국의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0.73%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 0.4%를 크게 상화했다. 애틀랜타 연방은행이 최근 집계한 3분기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5.03%로 이전의 4.09% 대비 크게 상향 조정됐다.

  • 반면 중국의 7월 광공업생산과 소매 판매는 지난해 대비 3.7%, 2.5% 증가하는 데 그치며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도 불구, 기대를 밑도는 부진한 모습이었다. 여기에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벽계원(컨트리 가든)이 달러채 이자를 미지급하며 채무불이행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에 대한 대응으로 중국 인민은행은 21일 기준금리의 일종인 1년 만기 유동성지원창구 금리를 2.5%로 이전 대비 0.15%포인트 '깜짝 인하' 했다. 

    미국 경기 활황과 기준금리 인상 추세 유지로 인해 달러는 여전히 강한 상태인데, 중국이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낮추며 유동성을 풀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외환 시장이 즉각 반응한 것이다. 여기에 미국 시중금리가 급등하며 미국 투자자들이 주식보다는 단기자금시장(머니마켓)을 선호하기 시작한 것도 배경 중 하나로 거론된다. 

    국내 경제의 기초 체력도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8월 1일부터 20일까지의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5% 줄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10.7% 감소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11개월째 월간 수출액이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액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4% 줄어드는 등 핵심 산업의 수출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2분기가 바닥이었다'는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들의 예상과는 달리, 메모리 반도체 업황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주력 품목인 8기가바이트(8gb) 디램(DRAM)의 현물 가격은 지난 한 달 동안에도 2% 하락했다.

    주력 업종의 부진은 곧 국내 증시에 대한 기대감 하락으로 이어진다. 지난 4월 172조원이었던 2024년 코스피200 기업 순이익 합계 전망치는 이달 초 183조원까지 상향 조정됐지만, 최근 2주 사이 182조원으로 내려오며 다소 조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실적 추정치 상향 조정이 멈추며 지난달 말 13.5배까지 올랐던 12개월 선행 주가순이익비율(PER) 역시 12.2배로 떨어졌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올해 코스피200기업 순이익 합계도 연초 140조원까지 전망치가 치솟았다가, 반도체 업황이 예상보다 빨리 돌아서지 않으며 지금은 110조원대로 하향 안정화한 상황"이라며 "지난 3개월간 '2024년에는 반도체가 다시 본 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실적 전망치가 상향조정돼왔는데, 업황 호전이 늦어지며 전망치도 조정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반기 증시 강세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됐던 미국 기준금리 인하는 연내 인하 가능성이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오히려 미국 국채 선물 시장은 미국 기준금리가 11월에 한 차례 더 인상될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예상하는 첫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내년 2분기 전후다. 미국 경기가 소비 호조로 인해 의외의 강세를 보이며 물가상승(인플레이션) 우려가 잦아들지 않고 있고, 이로 인해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크게 뒤로 늦춰진 것이다.

    8월 증시 하락을 초래한 글로벌 이슈가 아직 현재진행형인데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실적도 예상보다 늦게 올라오고 있는만큼 9월~10월까지는 보수적인 관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치솟던 달러위안환율은 22일 달러당 7.2위안으로 내려오며 다소 안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이 부양책을 쓰기 시작한만큼 경기 침체를 벗어날 수 있느냐가 위안화 약세 추이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채무불이행 위기의 부동산업체 벽계원 역시 9~10월에 달러채 이자 지급일이 집중돼있다.

    미국의 경우 9월 기준금리 동결 확인 후 11월에 추가 인상을 할 지 여부가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각국 중앙은행 수장이 참석하는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어떤 수위의 발언을 할 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파월 의장의 연설은 오는 25일 예정돼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 조정 기간은 아직 1개월도 안됐고, 대외적 상황이 해결된 것도 아닌만큼 아직 조정 국면이 끝났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며 "당분간 지지부진한 등락이 반복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9~10월 사이 대외 상황의 안정여부를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