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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이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서 투자 재원을 마련한다. 한화그룹의 한화오션 인수 대금 마련에 힘을 보태며 주주명부에 오른 한화그룹 계열사들은, 자연스레 출자에 참여하게 됐다. 해당 계열사들의 개선된 영업현금 창출력으로 부담을 줄이겠지만 갑작스런 동원에 이들의 투자시계는 느려질 전망이다.
23일 한화오션은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건을 이사회에서 결의했다고 밝혔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이다. 구주주 청약은 11월 8일부터 이틀간 진행된다. 신주상장 예정일은 11월 28일이다. 대신증권, 신한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이 대표주관사로 참여한다.
한화오션은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잠수함·수상함 시장 진출을 위한 해외 생산거점 확보(9000억원) ▲암모니아·메탄올·수소 기반 친환경 추진 시스템 개발 및 운반선 개발(6000억원) ▲자동화 기반 스마트 야드 구축 및 생산 숙련직 감소 대처(3000억원)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 투자(2000억원) 등에 자금을 투입한다. 2040년까지 매출 30조원과 영업이익 5조원을 달성한다는 복안이다.
일단 한화오션 지분 27.55%를 보유한 KDB산업은행(이하 산업은행)은 출자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이미 구조조정 대상 매물을 매각한 이상, 부여받을 신주인수권증서를 외부에 매각할 공산이 클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로 산업은행 구조조정실은 한화오션 관련 업무를 기업금융부문으로 이관한 상태다.
그렇다면 한화그룹 계열사들의 출자 부담은 어느정도일까. 한화그룹은 지난해 산업은행으로부터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당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한 6개 계열사를 주체로 세웠다. 이들은 2조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 주주가 됐다.
우리사주조합 비중 미고려 시, 한화오션 지분 48.16%를 보유한 한화그룹의 출자 부담은 9632억원 수준으로 단순 추산된다. 계열사별로 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지분율 24.08%) 4816억원 ▲한화시스템(12.04%) 2408억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9.63%) 1926억원 ▲한화에너지싱가포르(1.69%) 338억원 ▲한화컨버전스(0.72%) 144억원을 출자해야 지분율 희석을 막을 수 있다.
한화오션을 인수한 이래 해당 계열사들은 '추가 자금 수요'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들은 바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갑작스런 증자 소식에 이들은 또다시 수천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재투입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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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해당 계열사들의 순이익 개선세를 감안하면 재무 부담이 우려하는 만큼 크진 않다. 그러나 이들의 투자 계획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됐다. 주식시장도 이를 반영하듯,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의 주가는 보합이거나 일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한화시스템은 설비확충 및 연구개발 관련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었다. 에어모빌리티, 위성통신 사업 관련 신사업 투자도 이어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화시스템은 투자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현금 확보에 신경을 써왔다. 그럼에도 이들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올해 상반기 개별 기준 4500억원 수준으로 전년동기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든 상태다.
실적 개선세가 두드러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투자 부담에 대한 우려가 끊이질 않고 있다. 실제로 투자활동에 따른 현금 유출·유입액 차이가 벌어지는 상황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 유출액은 늘어난 반면 올해 상반기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 유입액은 지난해(4908억원)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728억원을 기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항공우주 사업 관련 투자를 지속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항공우주 사업의 실적이 중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산업인 만큼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추후 레이더나 위성 관련 기업 투자를 이어갈 가능성이 시장에서 제기되는 중이다.
한화컨버전스(前 에스아이티)는 영업창출 현금을 상회하는 수준의 배당금을 감내하면서도 미국 태양광 설비 제조업체에 지분투자를 단행해 한화그룹 계열사들과의 시너지를 도모하고 있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한화컨버전스의 재무부담이 2023년 이후로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신규사업 추진으로 영업가변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화오션의 기업가치를 키우려는 한화그룹의 움직임에 '그룹 승계'와 연관지어 보는 시각이 짙어지고 있다. 일단 한화오션 인수단에 포함된 계열사들은 그룹 오너와 관련성이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새로 취임한 계열사다. 한화시스템과 한화에너지 해외 계열사, 그리고 한화컨버전스는 한화그룹 3형제가 지분을 보유한 한화에너지의 자회사다.
이에 계열사들이 '한화오션 살리기'에 동원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오지만 이들이 계획한 투자 계획은 지연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외국계 자문사에 승계 관련 자문을 꾸준히 받고 있는 등 승계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화그룹이 추진하는 모든 인수합병(M&A) 건이나 조달 건은 승계와 연관이 있다고 보면 된다"라며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출자한 돈으로 한화오션의 기업가치를 띄워 지분가치를 높이려는 의도로 보이는데 계열사들의 투자활동은 그것보단 후순위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화그룹 측은 “한화오션의 조기 정상화 및 사업 경쟁력 확보는 최초 투자 목적 달성을 위해서도 시급한 과제다”라며 “한화오션의 기업 가치 상승은 결국 ㈜한화로 귀속되기에 승계와는 무관하다“라고 말했다.
2兆 증자 추진하는 한화오션에 출자해야 할 5개 계열사
늘어난 손익에 부담 크진 않지만 투자계획은 밀릴 듯
"승계가 먼저"…한화오션 기업가치 확대에 동원 불가피
늘어난 손익에 부담 크진 않지만 투자계획은 밀릴 듯
"승계가 먼저"…한화오션 기업가치 확대에 동원 불가피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3년 08월 2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