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일찍 문 닫을 연말 회사채 시장…'옥석가리기' 본격화 관측도
입력 23.08.25 07:00
상반기 자금조달 마친 기업들…"9~10월 문 닫을 것"
"인플레이션 안 끝나"…9월 FOMC까지 변동성 지속
韓 PF리스크·中 컨트리가든 디폴트·美 은행 신용강등
AA급 우량채 위주로 수요 쏠릴 '옥석가리기' 본격화
  • 회사채 발행시장이 반기보고서 및 여름휴가 시즌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연말장세로 진입할 예정이다. 상반기 회사채 시장이 활기를 띠며 마무리된 가운데, 연말 회사채 시장은 금리 변동성이 지속되면서 예년보다 일찍 문을 닫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있더라도, 신용등급에 따라 수요가 엇갈리는 '옥석가리기'가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회사채 발행시장은 기업들의 반기보고서 제출이 마무리되면서 본격 재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17일 동원F&B(A+)를 시작으로 포스코인터내셔널(AA-)과 롯데케미칼(AA), SK실트론(A+), 현대로템(A-) 등이 이달 하순까지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올해 회사채 시장은 예년보다 일찍 문을 닫을 것이란 목소리가 많다. 

    통상 연초와 상반기에 기업의 자금 조달이 집중돼 있어 하반기 회사채 발행량이 상반기보다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올해는 높은 금리 탓에 회사채 발행 비수기가 끝나는 9월에도 회사채 발행량이 늘지 않고, 이른 시점에 시장이 문을 닫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 증권가 기업금융본부장은 "웬만한 기업들은 상반기에 자금조달을 마친 상황"이라며 "하반기에는 금리 불안이 지속되면서 회사채를 통한 조달이 쉽지 않아 9~10월경 회사채 시장이 일찍 문을 닫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금리는 장기물을 중심으로 상승 압력이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채 금리는 3년물 기준 월 초 3.65%에서 14일 3.749%로 10bp(1bp=0.01%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미국의 예상보다 강한 경기 흐름과 중장기 국채 발행 물량 확대 등으로 장기물 중심의 금리 상승 압력이 지속되면서 국내에서도 베어스팁(단기금리보다 장기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단 분석이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크레딧 금리 역시 국채 금리에 연동해 회사채 AA- 3년물이 월초 대비 8.3bp 상승한 4.522%를 기록했다"며 "중장기적으로 9월 FOMC까지 대내외 금리 변동성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금리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국내 크레딧 리스크는 여전한 상황이다. 증권사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PF 리스크는 현재진행형이며, 저축은행의 연체율도 6년만에 5%대로 상승했다.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많지만, 글로벌 크레딧 이슈도 존재한다. 미국에서 은행을 중심으로 신용강등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디폴트 위기에 처하는 등 글로벌 채권시장의 불안감도 높아진 상황이다.

    이에 금리 변동성과 크레딧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자금조달을 해야만 하는 기업들 위주로 회사채 시장을 찾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 대형 증권사 연구원은 "일부 A급 기업들을 중심으로 8~9월부터 다시 발행을 재개할 것으로 보이는데, 발행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신용등급별로 수요 예측이 갈리는 '옥석가리기'가 심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A급과 AA급의 스프레드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AA급 우량채 위주로 기관의 수요가 몰릴 것이란 설명이다.

    한 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현재 금리 레벨이 높아 우량채 위주로 분할 매수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기업 자금 수요가 없을 순 없기에 회사채 발행은 해야 할텐데 AA급 이상의 고등급 채권에 대한 수요는 계속 있을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