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ㆍ건전성 악화에 금융사고까지...롯데카드 매각 '산 넘어 산'
입력 23.08.30 07:00
순익 크게 줄고 건전성 급격히 훼손되는데
100억원 배임 금융사고까지 터져...금감원 적발
지난해 3兆 매각 추진하다 불발...가치 하락 중
내부통제 정착에도 시간 필요..."지난해가 매각 적기"
  • 대형 비은행 잠재매물 중 하나로 손꼽히는 롯데카드가 위기에 직면했다. 수익성과 건전성이 악화일로인 가운데 100억원대 금융사고까지 터지면서다. 매물 가치를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내부통제시스템에 대한 시간 및 비용 투자가 불가피해졌다는 평가다.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롯데카드를 3조에 매각하려다 인수자들과의 눈높이 차이로 인해 매각을 보류했다. 카드업황의 '겨울'이 이제 막 시작됐음을 감안하면, 오히려 지난해가 매각 적기였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29일 롯데카드에서 105억원대 배임 행위를 적발하고, 직원 2명과 협력업체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카드상품 프로모션 협력업체와 짜고 프로모션 대가를 지급받아 빼돌린 것이다. 이들은 지급받은 105억원 중 66억원을 부동산 투자나 자동차 구입에 사용했다.

    금감원은 이번 배임을 조사하며 롯데카드의 내부통제시스템을 크게 문제 삼았다. 업체 선정이나 계약체결 등의 과정에서 계약서 검토 등 핵심적인 내부통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계약에 문제가 있다는 걸 나중에 인지한 후에도 별도 조치를 하지 않아 사고 규모가 커졌다고도 명시했다.

    이번 사고는 2020년 10월부터 2023년 5월 사이 진행됐다. 조좌진 현 롯데카드 대표가 2020년 3월 취임한 직후부터 회사 자금 빼돌리기가 시작된 것이다. 롯데카드는 해당 사고를 지난달 4일 금감원에 보고했고, 이틀 뒤 금감원이 현장검사에 착수해 배임 혐의를 확인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르면 연내 재매각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큰 롯데카드가 암초에 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올해 들어 롯데카드의 실적은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올 상반기 롯데카드 반기순이익은 3066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786억원대비 72% 급성장했지만, 이는 계열사인 로카모빌리티를 4000억원에 매각하며 일회성 이익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계속영업사업에 한정한 롯데카드 반기순이익은 107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7% 역성장했다.

    건전성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상반기 말 기준 1개월 이상 연체율은 1.36%로 지난해 말 1.15% 대비 반 년새 21bp(0.21%포인트)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 채권 비율도 1.12%에서 1.24%로 상승했다. 

    문제는 하반기 전망이 훨씬 좋지 않다는 것이다. 롯데카드는 결제성 리볼빙 자산이 2020년말 1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2조1000억원 규모로 주요 카드사 중 가장 급격하게 늘어났다. 

    카드 대금 중 일부만 먼저 내고 나머지는 추후로 돌리는 리볼빙 서비스는 경기 침체 시기 가장 부실화 가능성이 큰 자산으로 꼽힌다. 실제로 할부자산과 카드론 연체가 증가하며 롯데카드의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은 지난해 말 6.1%에서 불과 한 분기만에 7.1%로 뛰어오르기도 했다.

    현재는 신규 취급을 중단했지만, 카드사 중 유일하게 부동산금융 익스포저(위험노출)가 있다는 것도 이슈다. 롯데카드는 현재 1조5000억여원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 PF 자산은 조 대표 취임 이후인 2020년부터 취급하기 시작해 불과 3년만에 현재 규모로 불어났다.

    아직까진 본PF와 선순위 위주로 이뤄져있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며 점차 악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당장 올해에만 3건의 부동산PF대출이 고정이하로 신규 분류됐다. 부동산PF대출의 요주의여신비중은 지난 3월말 기준 13.9%에 달한다. 현재 부동산 금융 시장의 경색을 고려하면 상당기간 건전성에 큰 부담을 줄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자회사 로카모빌리티 분리 매각 후 롯데카드의 가치는 2조5000억원 안팎으로 언급된다. 지난해 언급되던 3조원에서 분리 매각 금액 4000억원을 뺀 수준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로는 0.8배 안팎이다.

    시장 점유율이 롯데카드의 두 배인데다, 충성고객층도 두터운 삼성카드의 현재 PBR은 0.4배다. 롯데카드의 잠재 인수 후보는 주로 금융지주사인데, 이들의 자회사 목표 자기자본이익률(ROE)은 보통 10배 안팎이다. 롯데카드의 상반기 기준 ROE는 연환산 7%에 불과하다. 하반기엔 실적이 더 안좋을 수 있다는 분석도 많다.

    금감원은 이번 롯데카드 금융사고와 관련해 내부통제와 관련있는 임직원 전원에 대한 엄정 조치를 요구했다. 금감원 내부적으로도 롯데카드 내부통제 관련 기관 제재 및 임직원 제재를 검토 중이다. 조좌진 대표 역시 책임론을 피할 수 없을 거란 지적이다. 이후 내부통제 재구축 및 시스템화 정착에도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될 전망이다. 롯데카드가 하반기엔 영업에 전념하기 어려울 거란 예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19 이후 가계 소비도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라 카드업계는 당분간 저(低)성장 고(高)부실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라며 "돌이켜보면 소비와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있던 지난해 말이 매각 적기였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롯데카드는 "현재 수사 중인 사안으로,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아울러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통제 전반을 재점검해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였으며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 측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