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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그룹의 차기 회장 윤곽이 드러났다. 큰 이변 없이 양종희 부회장과 허인 부회장이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누가 10년 가까이 KB금융을 이끌어 온 윤종규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을 적임자냐에 대한 최종 검증이 남았다는 평가다. 두 후보 모두 장단점이 뚜렷해, 결판이 나려면 최종 면접까지 지켜봐야 할 거란 분석이 나온다.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29일 1차 숏리스트(적격후보자) 6명에 대한 면접을 진행하고, 이 중 양 부회장, 허 부회장, 김병호 베트남 호치민개발은행(HD은행) 회장을 최종 후보자인 2차 숏리스트로 선정했다.
KB금융 회추위는 오는 8일 2차 숏리스트에 선정된 3명을 대상으로 최종 면접을 진행한 후 1명을 선정해 주주총회에 추천할 계획이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양 부회장과 허 부회장 두 명 중 한 명이 차기 회장을 승계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양종희 부회장은 윤종규 회장의 복심(腹心)으로 통한다. 윤 회장이 중용했던 전략ㆍ재무 전문가 중 한 명으로, KB손해보험(옛 LIG손해보험) 인수를 주도했다. 인수 후 KB손보 대표를 맡아 5년간 경영했다. 이후 지주로 돌아와 개인고객부문ㆍWM연금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양 부회장은 윤종규 회장이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로 근무하던 시절 경영관리부장으로 호흡을 맞췄다. 윤 회장이 2014년 회장으로 취임한 직후 전략담당 상무에서 재무담당 부사장으로 발탁됐다. KB손보 인수 후 관례를 깨고 3연임하며 5년간 대표로 재직했고, 2020년 그룹 내에서 처음으로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지난 2017년, 2020년에도 회장 최종후보 리스트에 포함된 바 있다.
부장 이후 지주ㆍ계열사에서만 커리어를 쌓으며 은행 영업 업무를 해본 경험이 없다는 점은 양 부회장의 약점으로 통한다. KB손보 대표 취임 후에도 인수 후 통합(PMI)에 애를 먹었다. 임금 및 단체 협상(임단협)이 지속적으로 밀리는 등 노동조합과 마찰을 빚었다. 2017년 3600억여원에 달했던 순익이 2020년 1400억여원까지 줄어들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양 부회장의 출신 지역을 약점으로 꼽는 목소리도 나온다. 양 부회장은 전북 전주 출신으로, 회장이 될 경우 전남 나주 출신인 윤 회장에 이어 호남 출신이 회장직을 이어가게 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전북 임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전남 보성)도 호남계 인사라 주요 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에 지역 편중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일 것"이라며 "과거 금융그룹 CEO 자리가 영남 인사 일색이었을 당시, 호남 출신인 윤 회장이 안배를 받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허인 부회장은 KB국민은행 최초의 3연임 행장으로, 개인ㆍ기업 영업을 두루 경험한데다 은행 CFO를 맡으며 재무적 감각도 갖췄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KB금융이 'KB사태' 이후 회장ㆍ행장직을 분리한 2017년 처음 발탁한 은행장으로, 국민은행이 신한을 제치고 '1등 리딩뱅크'가 되는 데 공헌했다는 평판이 많다.
현 정부 출범 직후 허 부회장(80학번)이 윤석열 대통령(79학번)의 서울대 법대 후배라는 점이 부각되기도 했다. 허 부회장은 당시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에 대해 부정했지만, 금융권 전반에 관치(官治) 압박이 강해진 상황에서 이런 배경은 득(得)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허 부회장은 경남 진주 출생으로 CEO 지역 편중 논란에서도 자유로운 편이다.
다만 허 부회장이 행장 시절 국민은행이 인도네시아 부코핀 은행 투자에 나섰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거란 분석이다. 국민은행은 2018년부터 부코핀 은행에 투자를 집행해 지금까지 2조원 가까운 자금을 투입했지만, 투자 이후 지난해까지 부코핀 은행 누적 적자는 7000억원에 달한다. 은행 안팎에서는 국민은행이 2008년 1조원을 투입했다가 2017년 전액 상각 후 철수한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사태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다른 금융권 인사는 "허 부회장은 장기신용은행에 입행해 1999년 국민은행으로 흡수된 케이스로, 국민은행ㆍ주택은행 출신들에 비해 기반이 열악하다는 분석도 있다"며 "은행 노조위원장 출신이 지주 회장까지 갈 수 있을지도 지켜볼만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김병호 HD은행 회장은 하나은행장,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을 거친 외부 후보다. 지난 2020년 윤종규 회장 연임 당시에도 최종 후보로 올랐던 바 있다. 지난해 11월 신한금융 차기 회장 숏리스트에도 포함됐는데, 당시 "HD은행 경영에 전념하겠다"는 이유로 면접을 고사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추위가 '외부 인사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제공했다'는 명분을 위해 상당기간 고심해왔지만, 일년에 4~5차례씩 그룹 현안을 두고 발표 및 토론회를 진행한 내부 육성 후계자와는 간극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금융당국에서도 KB금융의 승계 시스템을 '선진 선례'라고 지칭한만큼 내부 승계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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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3년 08월 29일 18:4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