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차훈 회장 해임안 놓고, 새마을금고 이사장들 VS 김인 부회장 등 경영진 갈등 비화?
입력 23.09.06 07:00
이사장, 협의회 등 박차훈 회장 해임 결의 움직임
"최측근 이사진 총사퇴" 요구도
21일 대의원회 논의, 13일 이사회 안건 통과는 미지수
"김인 부회장(직무대행) 미온적 태도" 책임론도 부각
김 직무대행 "가장 먼저 박차훈 회장 자진사퇴 요구"
류혁 대표 5일 사의…박차훈 회장 5일 "억울하다. 명예회복 할 것"
  • 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차훈 새마을금고 중앙회 회장을 '해임'하기 위한 새마을금고 내부 구성원들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각 지역금고 이사장, 이사장들이 모인 협의회를 중심으로 박 회장을 해임하기 위한 의견이 모이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고, 현재 박 회장을 대신해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김인 부회장 등 현직 경영진이 이 같은 단체 움직임을 자제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다만 김인 부회장은 "박차훈 회장에게 자진 사임할 것을 누구보다 가장 먼저 요구했다"며 이런 논란을 일축했다. 그럼에도 불구, 김인 부회장 및 현직 이사진의 퇴임을 요구하는 지역금고 이사장들, 현직 중앙회 이사진들의 갈등은 깊어지는 양상이다.

    이같은 논란 속에서 류혁 새마을금고 신용공제대표이사는 5일 오전 사임 의사를 밝혔다. 같은 날 오후 박차훈 회장은 각 지역 이사장들에게 장문의 메시지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고,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 이사장협의회 박 회장 해임 결의…박 회장 최측근 포진, 이사회 통과는 미지수

    복수의 새마을금고 관계자에 따르면 경기도 및 서울지역 새마을금고 이사장협의회 회장단은 박차훈 회장의 검찰 기소 직후 중앙회장과 임원진 등이 현 사태에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를 촉구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어서 각 지역별 금고 이사장, 협의회 회장 등이 대의원총회에서 해임안건이 상정할 수 있도록 서명을 받는 등 의견을 모으기 위한 작업을 진행했고 현재까지도 의견을 모으는 중이다.

    일부 금고 이사장이자 현직 협의회장은 "금고를 대표한다는 중앙회이사들이 그간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런 비상 시기에도 오로지 박차훈 회장의 호위무사가 돼 쉬쉬하고, 자신들의 자리 보전에 급급한 모습을 보며 허탈감에 빠진다"며 대의원총회서 해임 안건을 상정해 줄 것을 각 지역금고 이사장들에게 촉구했다.

    다른 금고 이사장 또한 "중앙회장을 비롯해 현재의 임원진은 이 사태에 공동책임을 지고 일괄 사퇴하고, 새로운 중앙회장과 임원진을 선출, 집행부를 구성하여 정통성 있는 새로운 리더십을 통해 위기극복과 재도약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 최선이며 유일한 대안"이라고 밝혔다.

  • 박 회장을 해임하기 위해선 대의원총회의 의결이 반드시 필요하다. 새마을금고는 현재 지역금고 이사장에 선출된 350여명의 대의원을 통해 회장을 뽑고, 아직은 전례가 없지만 경우에 따라 해임을 의결할 수 있다. 임원의 선임과 해임은 새마을금고법 제 58조에 따라 3분의 2 이상의 출석 및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오는 21일 대의원총회를 연다. 본래 목적은 새마을금고중앙회 이사(경기 김의중 이사)와 감사위원의 결원이 발생해 이를 선출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러나 지난달 박차훈 회장이 수재 혐의로 검찰로부터 기소됐고, 이후 행안부로부터 직무정지 명령을 받으면서 본래 목적과는 별개로 이번 대의원총회에서 박 회장을 해임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아직까진 대의원총회 안건으로 상정할 수 있을진 단언하기 어렵다. 대의원총회 안건은 통상 이사회를 거쳐 상정된다. 현재 중앙회 이사진들은 사실상 박차훈 회장의 최측근으로 구성돼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사회 논의를 통해 대의원총회 정식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하면, 대의원 3분의 1이상의 동의를 얻어 안건을 상정하는 방안도 있다.

    이사회 구성원인 전북 김성진 부회장, 광주전남 안세찬 이사, 대전세종충남 천순상 이사, 제주 김용석 이사를 비롯해 김인 부회장(현 회장 직무대행), 충북 민병선 이사 등은 박 회장의 측근 중의 측근으로 꼽히는 인물들이다. 

    여기에 박 회장의 지역기반인 울산경남 지역의 김치규 이사, 부산의 박수용 이사 등 새마을금고혁신위에 포함한 이사들도 박 회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사들로 분류된다.

  • 서울과 경기 지역 협의회장을 중심으로 박 회장의 해임을 위한 의견이 모이던 지난달 말, 김인 부회장이 회장 직무대행을 맡았다. 이후 일부 협의회장들에게 박 회장에 대한 해임 촉구 움직임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새마을금고 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김인 부회장은 직무대행직을 수행하면서 각 금고 이사장들에게 '본인을 믿어달라'며 단체 행동을 자제해 달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후 서울시협의회 회장단에서 박 회장의 해임에 대한 의견이 모아졌고, 김인 부회장 또한 서울시협의회가 결의한 박 회장의 해임안에 결국 동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새마을금고 협의회 한 관계자는 "김인 부회장이 직무대행직을 맡은 이후 앞으로 이 사태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쇄신을 어떻게 할 것인지, 박 회장의 해임과 관련해서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등 협의회와 논의하는 자리가 없었다"며 "(대의원총회가 열리는) 9월 중에는 아마 계획이 없는 것 같다. 박 회장이 현재 상황을 오래 끌어서 직무대행직을 최대한 오래 수행하는 것이 김 부회장의 가장 큰 목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인 부회장 측은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부터) 박차훈 회장에게 자진 사임할 것을 가장 먼저 요구했다"며 "박 회장의 해임과 같은 각 이사장과 협의회장들의 움직임에 대해 (설득 또는 회유 등) 어떠한 의견도 이야기하지 않았다"라는 반박 입장을 밝혔다.

    ◇ 같은 날 기소된 류혁 대표 사임, 박차훈 회장 "명예회복 하겠다"

    기소된 임원들은 물론이고 현직 임원진들에 대한 사퇴 여론이 힘을 얻는 상황에서 박차훈 중앙회장과 류혁 대표는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5일 새마을금고 중앙회 관계자에 따르면 류 대표이사는 이날 오전 사임 의사를 밝힌 상태다. 류 대표이사는 지난달 24일 수재 및 증재, 배임 등 특경법 위반으로 검찰로부터 기소됐고 이튿날 행안부로부터 직무정지 명령을 받은 바 있다.

    같은 날 수재 등 특경법 위반으로 검찰로부터 기소된 박차훈 회장은 5일 오후 각 지역금고 이사장들에게 메시지를 발송하며 억울하단 입장을 호소했다.

    박 회장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은 절대 사실이 아님을 제 이름을 걸고 맹세할 수 있다"며  "돈을 마련해달라거나 대납을 요청했다는 것은 절대 해본적도 없고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이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태에 대해 오해하시는 부분과 모함과 거짓 등 잘못된 것은 법정에서 소상히 밝혀 저 개인의 명예 뿐만 아니라 전체 새마을금고의 명예를 반드시 회복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