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아쉬운 SK에코플랜트, 애써 모은 환경자산 결국 재매각이 대안?
입력 23.09.07 07:00
친환경 기조에 재무압박 확대…백방으로 자금 조달
높은 조달금리 발목…기업가치 갱신도 어렵다 평가
안팎에서 진짜 친환경 사업이 뭐냐 고민 이어질 듯
일부 "환경자산 팔자" 목소리…회사는 "더 키울 것"
  • SK에코플랜트는 친환경 사업에 힘을 실어 증시에 입성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지만 난관이 많다. 기존 주력 일감이 주춤한 반면 친환경 사업은 아직 이익 기여도가 크지 않다. 금리 높은 차입성 자금에 재무압박이 커지다 보니 투자자 사이에선 실익이 없는 일부 환경 사업을 정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친환경 관련 신규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데 최근 핵심 고객인 SK하이닉스와 SK온이 주춤하며 투자금을 마련하는 데 애를 먹었다. 회사는 작년 SK에코엔지니어링 지분 매각, 우선주(RCPS, CPS) 발행을 통해 재무 압박에 대응했다.

    SK에코플랜트의 자금 확충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평가다. 회사는 환경시설관리(옛 EMC홀딩스), 싱가포르 TES 인수 등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폈고 그 과정에서 재무 상황이 악화했다. 2020년엔 금융비용보다 7배 이상 많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냈으나 작년엔 2배 이하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EBITDA 대비 순차입금은 3.6배에서 10배 이상으로 늘었다.

    작년 우선주 발행 시 SK에코플랜트의 기업가치는 4조원 수준이었는데, 상장 시 목표는 10조원까지 거론된다. 지금 멈춰서는 상장에서 높은 기업가치를 받을 수 없다. 친환경 확장 행보를 계속해야 하는데, 만만찮은 자금 압박도 신경써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 SK에코플랜트는 올해도 메리츠증권과 해외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에 1135억원 규모 환경시설관리 지분을 매각했고, 3000억원 규모 교환사채(EB)도 발행할 예정이다. 해외 투자자로부터는 최대 5000억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행보에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상장을 앞둔 기업의 신규 투자유치라면 기존보다 높은 가치가 필수인데, 투자자를 설득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일부 기존 투자자는 상장으로 회수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EB 이율은 9%대로 거론되는데 사채를 끌어쓰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SK에코플랜트가 지금까지 끌어온 외부 투자금과 차입성 자금의 금리 부담이 상당하다. 상반기말 기준 장단기 차입금의 금리는 최대 8%대 중반대로 낮지 않다. 장기 효과를 따지는 회사와 달리 투자자는 당장의 투자 효과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5년간 자금을 균분 상환받는 RCSP 투자자보다, 상장에 기대야 하는 CPS 투자자의 불안감이 큰 모습이다.

    SK에코플랜트의 자금 조달 전망이나 실효성에 의문 부호가 붙다 보니 현재 상황을 다시 꼼꼼히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환경이라는 방향성엔 공감하지만 그 중에서도 옥석은 가려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쓰레기 매립이나 소각은 고부가가치 친환경 사업으로 보기 어렵고 마진율도 높지 않다. 매립지 확장이나 추가 인가 등 부담도 생각해야 한다. 수익성 낮은 사업을 위해 고금리 부담을 질 이유가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최근 전주원파워 인수전에서 발을 뺐다. 신재생에너지원(바이오매스우드칩)을 발전 열원으로 한다는 점에 주목했지만 지난달 내부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목재 쓰레기를 압축해서 태우는 것을 진정한 친환경 발전으로 볼 수 있느냐는 문제 제기에 막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일부 열원은 해외에서 수입하는 터라 매력적인 상장 재료로 보기 어려웠다. 인수자금 중 90%를 차입성 자금으로 조달하겠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 사이에선 기존에 사들인 환경 자산 일부를 파는 것이 현실적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환경시설관리나 그 일부 사업은 회사의 미래 가치에 큰 득이 되지 않으며, 매각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가 최근 소규모 자회사 지분 매각도 검토하고 있지만, 그 정도론 효용이 없다 보니 대형 매각 소식이 필요할 것이란 시선도 있다.

    물론 회사가 적극적으로 매각 시도를 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친환경 기업을 표방하며 사들인 자산을 이제 와서 다시 매각하는 것은 시장에 혼선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단기간에 폐배터리 리사이클링과 같은 고부가 환경 사업으로만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한 투자사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가 1조원 이상을 투입한 환경시설관리는 내부수익률(IRR) 5% 정도를 낼 수 있는 안정적인 사업이지만 지금처럼 차입 금리가 높을 때는 오히려 손해일 수밖에 없다”며 “메리츠증권에 고금리를 주는 것은 적절치 않고, 높은 가치로 새 투자금을 받는 것도 녹록지 않다 보니 환경시설관리의 사업을 정리하자는 의견을 전했지만 회사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SK에코플랜트 측은 “기존에 인수한 기업을 매각하자는 제안이나 요청은 없었고, 회사도 이들 기업을 잘 다듬고 키워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