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투자금 1.8조원 불과한 캠코…새마을금고 부실채권만 2조원 떠안을 판
입력 23.09.08 07:00
정부, 3조 규모 새마을금고 부실채권 매각 추진
캠코 인수 규모 연초 1000억에서 2조까지 급증
한 해 투자금 1조8000억 넘는 수준
정부 지원 없이 채권 발행, 자체 재원으로 마련 계획
“대규모 채권 발행시 재무부담 커질 수도”
“부실채권 인수에 따른 실익도 예단하기 어렵다” 평가
  • 정부가 최대 3조원에 달하는 새마을금고의 부실채권(NPL)의 매각을 추진한다. 올 하반기 매각이 목표다. 구체적으론 새마을금고중앙회 손자회사 MCI대부에 1조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2조원을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올해 초 캠코를 상대로 1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매각할 계획을 발표했는데, 불과 수개월 만에 캠코가 인수해야 할 새마을금고 부실채권 규모는 2조원으로 20배가량 증가했다. 갑자기 조 단위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캠코의 부담이 상당히 커졌다는 평가다.

    캠코 측은 "현재로선 정부의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일단 보유 자금과 공사채 발행을 통해 인수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도한 차입을 통해 인수에 나설 경우엔 부작용을  무시할 수 없단 평가도 나온다.

    캠코가 올해 4월에 발표한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올해 총투자 집행 규모는 1조2722억원이다. 캠코는 해당 투자 규모의 최대 150%, 약 1조9083억원까지 집행 가능하다. 그러나 해당 한도 내에선 2조원 규모의 새마을금고 부실채권을 인수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올해 투자 집행 한도 내에서 재원을 쓰고, 나머진 내년에 집행할지를 비롯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캠코 한 관계자는 "최근 새마을금고에 뱅크런 같은 이슈가 생기면서 행안부 및 관련 부처들이 수습하려고 하는 상황"이라며 "갑자기 새마을금고 NPL을 최대 2조원까지 인수하게 되면서 (올해 초) 사업계획서상 숫자의 의미가 없어졌다”고 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한 관계자는 "캠코의 투자 집행 계획은 수시로 변경되며, 경제 상황이 나빠지다 보면 애초에 생각지 못한 업무를 하는 경우가 있다"며 "연초에 생각한 것만 할 거면 기관(캠코)의 존재 의미 자체가 없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캠코는 2020년 말 기업자산 매각 지원 프로그램을 실행하면서 채권 발행을 크게 늘렸다. 이에 지난 2016년 말 46.7%였던 부채비율은 2020년 189.2%까지 급등했다. 정부의 공공기관 부채 감축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캠코는 자본확충을 통해 지난해 말 135.7%까지 낮췄다. 현 상황에서 새마을금고 부실채권 인수를 위해 대규모 채권 발생에 나선다면 재무건전성에 또 한번 경고등이 켜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초우량 신용등급(AAA)을 보유한 캠코가 채권 발행에 나서면 시장에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엔 한국전력이 국내 채권 시장 교란 주범으로 지목되자, 정부는 공공기관과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국내 채권 발행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캠코 또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 재원 마련을 위해 계획했던 3조원 규모의 채권 발행을 연기하기도 했다.

    국내 한 증권사 채권 담당 연구원은 "(캠코가 채권 발행에 나선다면) 공사채 금리가 올라가고, 단계적으로 은행이나 하위 등급까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가뜩이나 지금 우량 등급을 중심으로 수요들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인데, 상위 등급에서 금리가 올라가 버리면 하위 등급의 회사채 수요가 더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NPL을 캠코가 떠안은 이후 실익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NPL 시장 거래 규모는 올해 3분기 약 4조원으로 지난해 약 2조원 대비 급증하긴 했지만, 이 같은 흐름이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예단하기는 어렵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NPL 거래 규모가 급증 했는데,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 상황에서 기관투자자들이 자금줄을 조이기 시작하면 신규 NPL 투자자 모집도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단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각에 대해 금융위 한 관계자는 "현재 NPL을 취급하는 투자자들이 많아 시장에서 소화하는 데 무리가 없고, NPL을 빨리 파는 게 중요한데 캠코가 그 역할을 맡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