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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과 금융투자협회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공모펀드 상장' 건을 두고 은행권에서 불편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공모펀드가 상장지수펀드(ETF)처럼 증권사를 거쳐 거래소에 직상장될 경우, 공모펀드를 판매하며 수수료를 얻는 은행 PB(프라이빗뱅커)들의 수익 창구가 줄어드는 까닭이다.
이를 두고 국내 자산운용사들 사이에선 판매사인 은행과의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공모펀드를 리테일(개인 투자자)에 판매하는 과정에서 영향력이 큰 은행이 공모펀드 직상장을 문제삼아, 중소 운용사들의 상품 판매를 거절할 가능성도 있어서다. 금투협과 은행 사이에 끼어 입장이 난처해졌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최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투협은 서유석 회장을 중심으로 공모펀드를 거래소에 직상장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당국을 비롯해 한국거래소ㆍ국내 운용사들의 의견을 취합, 공모펀드에 AㆍBㆍC와 별개의 '상장 클래스'를 신설하고 기존 펀드를 직상장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상황이다. 펀드는 동일 상품이라도 판매 수수료와 보수 등에 따라 클래스 유형이 나뉜다.
특히 거래소는 공모펀드가 ETF와 비슷한 금융 구조를 가져야만 상장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ETF는 LP(유동성공급자)인 증권사로부터 초기 자금(신탁원본액)을 모집해야만 상장할 수 있는 반면, 공모펀드는 은행 창구에서 모인 투자자들의 자금으로도 운영된다. 공모펀드가 초기 자본이 훨씬 적게 드는 구조다.
금투협이 공모펀드 상장을 숙원사업으로 삼고 전면에 나서자, 초기엔 머뭇거리던 증권사들도 점차 상장형 공모펀드의 LP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대형 증권사가 참여 의사를 밝혔고, 중소형 증권사들도 공모펀드의 인기가 시들해지자 LP 수수료라도 늘려야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당국과 금투협의 압박도 영향을 미친 분위기다.
증권사 관계자는 "ETF는 상장 시작부터 유통 물량이 정해져 있어서 초기 목표 금액 설정만 잘 안하면 리스크 관리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또 이미 다양한 운용사들의 ETF 상품을 상장시키는 LP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상품이 한 두개 더 추가된다고 해서 부담이 크게 가중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당국까지 밀어붙일 경우 증권사가 이를 외면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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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은행권에서는 공모펀드 직상장을 두고 은행 PB센터를 중심으로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펀드판매를 통해 판매보수 등 수수료를 얻는 은행 입장에선 수익원을 하나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중에서도 '펀드 도매상'의 역할을 하는 PB의 경우, 상장 후 직거래를 하겠다고 나서는 소상공인(운용사)들이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은행은 증권사처럼 ETF의 LP 역할을 담당하지 않아 부가적인 수익 창출이 어려운 탓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장외에서 펀드를 판매하고 있는 은행은 수수료 창구가 하나 줄어드는 상황인데, 당연히 긍정적일 수가 없다"며 "정부 눈치를 살펴야 하는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반대 성명을 낼 가능성은 적지만, 분명 당국에게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하려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모펀드 상장을 추진하는 금투협과 이를 반대하는 은행 사이에 낀 중소 운용사들은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판매량이 지속 줄어들고 있는 공모펀드를 살리기 위해 금투협 방안에 동의해야 하지만, 갑(甲)의 위치에 있는 은행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까닭이다.
통상 업계에선 펀드 판매사는 갑, 운용사는 을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운용사가 펀드를 잘 짜놓더라도 판매사가 걸어주지 않으면 수익을 낼 수 없다.
결국 새 공모펀드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은행을 거치지 않고 직접 거래소에 상장시킬 경우, 기존 거래 은행과의 관계 설정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짙은 상황이다.
앞선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나 증권 계열사가 없는 중소 운용사의 경우, 은행 PB들이 '공모펀드를 상장시키면 앞으론 상품을 팔아주지 않겠다'는 식으로 협박할 일들을 두려워하고 있다"며 "협회장까지 나선 건이라 운용사는 중간에 끼어 난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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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3년 09월 0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