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회장 승계 '선진 선례' 되려면...'투명성ㆍ소통' 개선 필요
입력 23.09.15 07:00
2014년ㆍ2017년 선정 땐 세부 기준 외부 공개해
이번 회추위선 5개 大기준만 공개했을 뿐
진부한 외부 주주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이슈
  • 투명성ㆍ공정성ㆍ독립성을 화두로 던졌던 이번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 추천 절차에 대해 금융권 일각에서 물음표를 제기하고 있다. 이전 회장 선정 절차 대비 오히려 공개한 정보가 훨씬 적은데다, 외부에 공개한 이사회의 추천 근거도 모호하다는 것이다.

    1위 금융그룹의 차기 회장을 정하는 과정이었던데다, 금융당국도 '선진 사례'로 언급한만큼 좀 더 절차상의 투명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던 것 아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주주들을 포함한 외부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다.

    KB금융은 지난 8일 양종희 부회장을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키로 했다. 12일 이사회를 열고 해당 안건을 주주총회의 부의하기로 결의했다. 이달 말 주주총회 소집을 결의하고, 10월 중순경 주주총회 소집 공고와 함께 주주들에 대한 설명회(IR) 및 의결권 행사 대리 권고가 진행될 예정이다.

    양 부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로 결정된 후 현재 이사회 사무국과 투자자관계(IR) 부서에서 주총 결의를 위한 설명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해당 자료에는 이사회가 양 부회장을 후보로 선정하게 된 이유와 향후 그룹의 청사진 등이 담길 전망이다.

    최종 후보였던 양종희 부회장과 허인 부회장 모두 차기 회장이 되기에 부족한 점이 없었다는 데엔 큰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공들인 논의 과정' 자체가 베일에 쌓여 당초 발표대로 투명하게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B금융은 지난 2014년, 2017년 회장 선정 절차에선 주요 평가 항목을 매우 세부적으로 공개했다.

    2017년엔 내부 후보자군 기준으로 ▲그룹 내 2개 이상의 회사에서 임원 경력 보유 ▲계열사 대표이사 또는 3년 이상의 부행장 경험을 제시했다. 앞서 2014년엔 외부 후보자군 기준으로 '금융그룹 규모 조직의 CEO 또는 CEO에 준하는 위치에서 조직을 이끌고 시장을 선도하는 경영성과를 낸 경험'을 적시하기도 했다.

    앞서 진행된 회장 선임 절차에서는 ▲리더십 ▲도덕성 ▲장단기 건전경영에 대한 노력 등 주요 평가 기준에 더해, 기준당 4~5가지의 세부 평가 원칙도 대부분 외부에 공개했다. 경영성과나 비즈니스포트폴리오, 정치적 중립성 등 평가 기준이 공개되면 공정성을 해칠 수 있는 일부 기준에 대해서만 비공개했다.

    이번 회장 선정 절차에서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이전에 활용한 것과 비슷한 수준의 기준을 근거로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번 회추위는 다섯가지 큰 선정 원칙만 공개했을뿐, 세부적인 사안은 '답안지를 유출하는 것'이라며 언급을 꺼렸다.

    선정 과정에서 결과를 외부에 알리는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KB금융답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2차 숏리스트 후보로 3명이 선정됐음을 알리는 공식 자료는 '인터뷰를 진행하고, 3명을 선정했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앞서 2017년 회장 선정땐 ▲12명의 내외부 후보에 대해 4개 항목 20개 세부문항에 대한 계량평가를 실시하고 ▲내외부 구분 없이 계량평가 득점순으로 상위 7명을 선정하며 ▲최종 후보자군에 대해서는 '그룹의 가치관과 비전 공유', '장단기 건전경영에 노력'이라는 핵심적인 두 가지 기준을 중심으로 면접을 진행하겠다는 등 절차를 상세히 공개했던 바 있다.

    회추위에서 어떤 내용으로 논의가 이뤄졌는지도 비공개였다. 만장일치였는지 여부도 베일에 쌓여있다. 회추위 의사결정 구조와 결과 발표 시간을 통해  7명의 사외이사 중 1차 투표에서 5명 이상이 찬성했다고 추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회장 선정 결과에 대한 발표 내용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회추위는 양종희 부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선정한 배경으로 ▲LIG손해보험 인수 주역 ▲은행ㆍ비은행 탁월한 전문성 ▲글로벌 ▲디지털 ▲ESG경영에 대한 통찰력 등을 꼽았다. 

    비은행 부문을 제외하면 이는 허인 부회장도 동일하게 갖춘 덕목으로, 양종희 부회장과 허인 부회장이 어떻게 차별화됐는지에 대한 판단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2020년 윤종규 회장을 재선임할 때 발표했던 것과 거의 비슷한 표현이 반복됐다. 당시 회추위는 윤 회장에 대해 ▲비은행과 글로벌 부문에서 성공적인 M&A ▲디지털 금융혁신 ▲ESG에 대한 남다른 철학과 소신을 회장 재선임 이유로 제시했다. 

    윤종규 회장과 양종희 부회장의 강점이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같은 선임 사유를 또 다시 주주들에게 내민 셈이다. 이 역시 논의 결과를 외부에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주주들이 진부하다고 느낄 수 있을만한 행보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M&A 성과나 비은행 경험이 회장 평가 기준이라면 왜 허인 부회장을 최종 후보에 포함시킨 것인지 알 수 없다"며 "그룹 수익의 70%를 차지하는 은행에서 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했던 경험이 없는 부분은 양 부회장의 핵심적인 약점으로 꼽히는데, 이에 대한 판단 기준이나 설명이 제시되지 않은 부분이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