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샤 주가 1만원 벽도 훌쩍…새 주인 찾기엔 오히려 독?
입력 23.09.20 07:00
작년 인수금융 EOD, 대주단 원리금 회수에 M&A 방점
실적 개선에 중간배당까지…두 달 새 주가 2배 급등
주가대로 팔자니 원매자가, 낮추자니 대주단이 부담
매각 서두르지 말자 한뜻…기한이익 회복할까 주목
  • 에이블씨엔씨(미샤)의 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실적 개선에 배당 호재까지 더해진 영향인데 당장의 회사 M&A에는 되레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 인수금융 기한이익상실(EOD) 이후 대주단이 관리 권한을 행사 중인데, 잠재 후보들은 대주단의 원리금을 인수가의 마지노선으로 봤다. 주가 상승분을 그대로 인정해줄 가능성이 크지 않다. 대주단 역시 지분을 시가보다 낮게 매각하면 책임 추궁이 따를 수 있어 섣불리 움직이기 어렵다. 이에 대주단과 IMM PE도 매각을 무리하게 서두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IMM PE는 지난 2017년 이후 4000억원 이상을 들여 에이블씨엔씨 경영권을 확보했다. 인수 후 부진하던 실적은 2019년 잠시 반등하는 듯했으나 이후 다시 내리막길을 걸었다. 중국과 외교 갈등, 팬데믹에 따른 소비재 수요 감소 등 영향이 컸다. IMM PE 인수 후에도 2만원 안팎을 오가던 주가는 2020년 이후엔 대체로 1만원 아래서 유지됐다.

    에이블씨엔씨 주가가 최근 들어 급등세다. 7월 말만 해도 6000원 미만이었으나 꾸준히 상승해 1만원 벽을 넘어섰다. 회사는 수출을 늘려 체질 개선에 나섰고 작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매출과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4일 330억원(주당 1270원) 규모 중간배당을 결정하며 주가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첫 중간 회수에 주가는 1만원 중반대로 향하고 있다.

  • 실적과 주가가 모두 힘을 내고 있지만 현 시점 에이블씨엔씨 매각에는 반드시 호재라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IMM PE는 에이블씨엔씨를 인수하며 1200억원(한도대출 430억원 제외) 규모 인수금융을 활용했다. 1년 전인 작년 9월 이 인수금융 만기를 앞두고 금리 인상 후 만기를 연장하는 안이 논의됐지만 막판 신협중앙회가 반대하면서 EOD가 발생했다. IMM PE의 에이블씨엔씨 지분(61.52%, 1600만2699주)에 대한 담보권을 가진 대주단이 표면적으로 회사 경영권을 확보했다. 여전히 EOD 상태가 이어지고 있어 회사 매각 권한도 행사할 수 있다.

    이러니 에이블씨엔씨 매각 가격의 마지노선은 대주단의 원리금이 될 수밖에 없었다. 현재 인수금융 원리금은 약 1500억원인데, 중간배당을 이자 상환에 쓴다면 1300억원가량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IMM PE 보유주식 수 감안 시 대주단은 주당 8000원 초반대 금액을 받는다면 손해없이 대출금을 상환받을 수 있다.

    IMM PE는 작년부터 에이블씨엔씨 매각을 추진했으나 만족스러운 값을 제시하는 원매자를 찾기 어려웠다. 잠재 인수후보들도 에이블씨엔씨의 현재 상황을 잘 알기 때문에 대주단이 챙겨야 하는 금액을 기준선으로 인식한 분위기다. 올 상반기 진행된 매각 절차에서도 인수후보들은 1000억원 초반대 금액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는 주가가 호조를 보인 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 주가대로만 회사를 팔아도 원리금은 너끈하지만, 대주단의 회수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인수후보 입장에선 굳이 많은 돈을 쓸 이유가 없다. 대주단 입장에서도 매각가를 낮추면 빠른 회수가 가능하지만 엄연히 있는 시장가보다 낮춰서 팔기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잠재 원매자들도 에이블씨엔씨와 대주단의 상황을 잘 알기 때문에 원리금이 매각가의 마지노선이 된 분위기인데 주가가 상승하면 괴리가 커지게 된다”며 “대주단 입장에선 빠른 회수를 하려면 시장가보다 낮게 회사를 팔면 되지만 이 경우 그 판단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 있어 선뜻 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에이블씨엔씨의 경영 상황이 점차 개선되고 배당을 통해 차입금 규모도 줄일 수 있다 보니 대주단이나 IMM PE 모두 지금 무리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후한 값을 쳐주는 인수자가 나타난다면 언제든 협상에 임하겠지만 당장 매각을 서두르지는 말자는 데 양측이 뜻을 모았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에이블씨엔씨의 실적이 좋아지고 배당으로 빚도 줄일 수 있다보니 대주단도 M&A를 천천히 추진하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더 중요한 것은 에이블씨엔씨 인수금융을 다시 정상 여신으로 되돌릴 수 있느냐다. 신규 차입을 일으키거나 차환을 통해서 기한이익을 부활시키면 시간 압박을 줄 만한 변수가 사라지고, 실적 개선세를 확인해가며 여유롭게 매각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주단과 IMM PE가 이와 관련해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상황에서 다시 기한이익을 부활시키려면 대주단 전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기존 인수금융 주선사인 신한은행과 신한투자증권이 신한론펀드, 중국건설은행, NH농협은행, 신협중앙회 등 대주단과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작년 만기 연장을 거부했던 신협중앙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사다. 중국건설은행은 중국 본사에서 이 사안을 다루고 있어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