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 강화' 카드 통했나…정치권 '공개 저격'에도 국감 출석 최소화한 쿠팡
입력 23.10.11 07:00
정치권 '타깃' 예상됐던 쿠팡, 환노위만 출석
정무위·농해수위·복지위는 논의 과정서 빠져
배테랑 인력들 합류한 대관 조직 역할에 주
반복되는 '인맥 국감'에 일부 보좌진은 불만도
  • 오는 10일부터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시작된다. 현재 대부분의 상임위원회가 기관 및 일반 증인 의결을 마무리하면서 국감에 출석하는 기업들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유통·식품사 경영진들이 올해도 다수 국감에 출석하게 됐지만, 이름이 가장 많이 거론됐던 쿠팡은 예상보다 출석률(?)이 낮단 평가다. 이에 수년 전부터 꾸준히 정치권에서 인재를 영입하며 대관 조직을 강화해온 쿠팡의 전략이 성과를 거뒀단 평가가 나온다.

    오는 11일 환노위 환경부 대상 국감에 산디판차 크라보티 쿠팡CPLB(쿠팡 PB 전담 자회사) 대표가 출석할 예정이다. 기존 환노위를 포함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와 정무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 복수의 상임위에 출석이 거론됐던 것과 비교하면 출석을 최소화했단 평가다.

    지난해 무허가 자가진단키트 유통과 물류센터 사고 예방조치 점검과 관련해 복지위와 환노위에, 2021년에 개인정보 유출 및 배달 라이더의 안전 문제, 노동자 과로 문제, 이천 물류센터 화재 사고 등과 관련해 과기방통위와 국토위, 정무위, 행안위에 출석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정치권은 국감을 앞두고 공개적으로 쿠팡을 언급하며 대대적인 감사를 예고했다. 지난달 25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 위원장 박주민)는 기자회견을 열어 "쿠팡과 입점업체의 거래 관행을 점검하고, 부당한 부분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겠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행위의 감시자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다하고 있는지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한준호 민주당 의원과 류호정 정의당 의원 등 개별의원들도 쿠팡의 노동 실태와 기업 갑질 등의 실태를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에 쿠팡이 복수의 상임위에 출석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달랐다. 환노위 한 곳에만 출석하게 됐고, 이마저도 쿠팡에 제기됐던 이슈들 중 중요도가 떨어진단 평가다. 현재 쿠팡은 'PB 출시 과정에서 폐기법 안내 미비' 관련 안건으로 출석이 예정돼 있다.

    아직 각 상임위별로 추가 증인을 채택할 여력이 남아 있지만, 쿠팡이 다른 상임위에 추가 증인으로 출석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한 국회 관계자는 "현재 쿠팡을 둘러싼 이슈 중요도를 전체 100으로 본다면, 이번에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안건은 10에도 못 미친다"며 "정작 중요한 것은 노동 실태와 거래 관행에서의 불공정 행위인데 그런 이슈는 모두 빠졌다"고 말했다.

    쿠팡이 이처럼 국감 출석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배경으론 강한 대관 조직이 거론된다.

    쿠팡은 지난 2020년 추경민 전 서울시 정무수석을 부사장으로 영입한 것을 시작으로 추경호·김종석 당시 미래통합당 의원실의 보좌관들을 잇따라 영입하는 등 대관 조직 강화에 공을 들여왔다. 이 국회 보좌진들은 당 내에서도 인맥과 경력이 상당한 배테랑인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정무위와 농해수위, 복지위 등의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논의 과정에서 빠졌다. 이때 대관들의 역량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쿠팡을 증인 명단에 올린 의원실에는 쿠팡 측 인사의 읍소 전화가 여러 차례 갔던 것으로 전해진다.

    어찌됐든 대관 조직의 주요 역할은 국감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문제를 사전에 소명해 경영진들의 출석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쿠팡의 대관 조직이 맡은 역할을 잘 수행해 소기의 성과를 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 쿠팡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은 새로운 이슈가 아닌 과거부터 꾸준히 언급됐던 것들"이라며 "여러 차례 국회에 소명을 했던 것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국회 일각에서는 매년 반복되는 '인맥 국감'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한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올해 쿠팡과 관련한 논란들에 문제 의식을 느꼈고 국감에서 이를 지적하기 위해 증인 신청을 했지만 이름이 빠져버렸다"며 "오랜 기간 공들여 질의서를 준비한 만큼 허탈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