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PF 정상화 펀드 외부 자금 모아야 하는데…투자 유치 ‘가시밭길’
입력 23.10.11 07:00
업계서 330억 출자했지만 목표액 1000억엔 한참 미달
투자 규모 작고 영세 PF 사업장 많은 탓에
외부 투자 유치 쉽지 않아
  • 캐피탈사에 이어 저축은행도 자체 펀드 조성을 통한 PF 정상화에 나서는 가운데 목표액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저축은행이 조성하고자 하는 목표액이 1000억원 수준인데 캐피탈사와 비교해 투자 규모도 작고 영세한 탓에 업권 내에서도 '누가 저축은행에 투자하려 할까' 하는 의구심이 나오는 까닭이다. 

    5일 저축은행중앙회는 'PF 부실채권 정리 및 정상화 지원 펀드' 조성을 발표했다. 해당 펀드는 저축은행 10곳 및 중앙회의 합산 출자금(330억원)과 재무적 투자자(FI)의 투자금을 합해 1000억원을 모집, 본PF로 전환되지 않은 브릿지론 단계의 부실채권(NPL)을 매입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골자다. 

    5대 저축은행 가운데 PF 투자 규모가 큰 OK·한국투자·웰컴저축은행이 출자에 나섰고,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KB·신한·하나·우리금융·NH·BNK·IBK저축은행)들도 참여한다. 출자한 저축은행들 간 PF 대출 잔액 차이는 크지만 동일한 액수를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OK(1조268억원)·한국투자(8875억원)·웰컴저축은행(6403억원)과 우리금융(628억원)·KB(2561억원)·신한(2582억원)·하나(2489억원)저축은행 등 4대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 간 차이는 크게 16배까지 격차가 벌어진다.      

    이렇게 저축은행업권이 자체적으로 펀드 조성에 나서는 데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조성한 PF 정상화 펀드로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전언이다. 최근 캠코가 PF 정상화 펀드 규모를 확대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PF 사업장의 이른바 '돈맥경화'를 해소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해당 자금이 저축은행업권까지 흘러갈 여유는 사실상 없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캐피탈사와 저축은행들은 자체적으로 돈을 모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은 PF 대출 규모가 크지 않음에도 불구 당국 압박에 출자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외부 투자로 670억원을 모아 목표액 1000억원을 채우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저축은행의 경우 그간 총여신의 20%로 제한된 PF 대출 한도, 총여신의 50%로 제한된 PF·건설업·부동산업 합산 대출 한도 규제를 받아와 그 규모가 크기 않기 때문이다.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침이었지만 사업장 별 대출 규모가 작은 탓에 FI 입장에서 투자할 구미가 당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그만큼 저축은행의 PF 리스크가 타 업권 대비 양호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공존하지만 저축은행이 투자한 PF 사업장의 상황과 수신으로만 운영되는 저축은행 구조를 고려하면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저축은행업권 특성상 상대적으로 열악한 PF 사업장에 들어가 있고 모든 자금이 수신으로만 운용되기에 리스크의 파장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특정 캐피탈사에서 취급한 PF 사업장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는 해당 캐피탈사의 부담으로 끝나는 문제이지만 저축은행의 경우 고객 수신이 기반이기 때문에 위험이 더 크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업계 투자만으로 1000억원을 채울 여력이 안 되는 만큼 외부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최대한 투자를 유치하려고 하겠지만 달성이 어려울 경우 개별 저축은행들에게 추가 출자를 받는 것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