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권주 600억원 SK리츠처럼 될라'...리츠 증자 주관 꺼리는 증권사들
입력 23.10.11 07:00
SK리츠 증자 일반청약 경쟁률 0.03대 1 그쳐
실권주 떠안은 증권사들은 부담스러운 기색
타 상장 리츠 유상증자에 여파 미칠라 '조마'
할인율 높이는 등 실권주 발생 막을 방안 고민
  • SK리츠의 유상증자 흥행 실패가 타 리츠의 자금조달에 영향을 주고 있다. 상장 리츠 대장주인 SK리츠의 유상증자 미달 사태로 타 리츠의 유상증자 흥행 여부를 담보할 수 없게 되면서다. 당장 SK리츠의 실권주를 떠안게 된 증권사들은 추가적인 리츠 유상증자 주관에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다. 

    지난 4일 SK리츠는 일반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유상증자 일반공모 청약률이 0.03대 1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1495만여주 모집에 45만여주의 청약이 들어온 것이다. 일반공모 청약금은 19억원에 그쳤다.

    앞서 진행한 구주주 청약 결과와 합산한 최종 청약률은 80.29%에 불과했다. 당초 3161억원을 모으려고 했으나 이에 미달한 2458억원만을 모으는 데 그친 것이다. 남은 600억여원 규모의 실권주는 계약에 의해 주관사 및 인수사에서 총액인수한다.

    SK리츠가 유상증자를 진행할 당시부터 적지 않은 잡음이 일었다. 종로타워를 고가에 인수한다는 논란이 있었던 데다 최대주주인 SK의 참여율이 저조했기 때문이다. 주주환원보다 SK그룹의 이해관계가 우선이라는 의심이 나오는 상황에서 잇따라 대규모 증자로 주가가 낮아지는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권주를 떠안게 된 주관사들은 속내가 자못 복잡한 분위기다. 북(book)이 여유롭지 않아 실권주에 자금이 묶여있는 상황이 해당 부서엔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고금리 아래 증권업계가 리스크관리에 고삐를 죄면서 미매각을 떠안지 않도록 신경쓰는 분위기라는 점에 이번 미매각이 더 뼈 아플 수도 있다. 실권주 물량을 셀다운하기 전까지 리츠 유상증자를 추가로 진행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시선이 나오는 까닭이다. 

    리츠업계에선 이번 SK리츠의 흥행 실패가 다른 상장 리츠의 자금조달에 부정적 여파를 미칠지 관심을 쏟고 있다. 이번 실패로 증권사들이 리츠의 유상증자 참여를 꺼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상장 리츠 중 대장주격인 SK리츠가 흥행에 실패하며 상장 리츠의 유상증자 흥행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상장 리츠 대장주인 SK리츠의 흥행 실패로 타 리츠의 유상증자 흥행을 더욱 담보하기 어려워졌다"라며 "회사 간 관계를 고려했을 때 무조건적으로 거절하는 경우는 없겠지만 내부적으로 유상증자 주관 승인에 인색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다수의 대형 증권사들은 리츠의 유상증자 참여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전엔 충분히 논의가 가능했던 조건도 어려워진 시장상황을 고려해 증권사 측에서 부담을 느낀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리츠 업계에선 미매각이 발생하지 않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할인율을 대폭 늘려서 유상증자 참여유인을 높이는 등 증권사의 부담을 덜어줄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상장 리츠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자산편입을 위한 유상증자를 검토 중이었는데 SK리츠 흥행 여파로 증권사들의 허들이 높아진 것 같아 걱정이다"라며 "시기를 조절하거나, 할인율을 높이는 등 실권주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안을 생각해봐야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고금리로 리츠 투심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상장 리츠의 자금조달 환경이 가시밭길이라는 하소연이 나온다. 공모 회사채 발행도 쉽지 않아 증권사들이 리츠 자금조달을 꺼릴 수밖에 없어서다. KB증권은 지난 제이알글로벌리츠의 공모채 발행 미매각분을 대거 떠안았다.  

    한 대형운용사 관계자는 "SK리츠의 상장부터 돕던 삼성증권이 이번 유상증자에서 빠지면서 의아하단 시선이 나왔는데 결과적으로는 잘된 일이 됐다"라며 "이렇듯 참여를 안하는게 오히려 득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리츠 자금조달에 더욱 소극적인 분위기가 생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