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공모주'의 한계...서울보증 IPO, 국민연금ㆍGIC에 성패 달렸다
입력 23.10.12 07:00
배당성향 50%, 배당수익률 8%…문제는 순이익ㆍDPS 하락
전세사기ㆍ역전세 논란에 금융지주 등 고배당 옵션 많아
운용업계 '채권이 낫다' 분위기에…해외 기관 참여 관건
해외 기관도 오버행 이슈에 주저…수요예측 흥행 불투명?
  • 올해 코스피 기업공개(IPO) 최대어이자 대표적인 배당 공모주로 꼽히는 '서울보증보험'(이하 서울보증) 흥행의 성패가 '앵커 투자자' 참여 여부에 달렸다는 평가다. 

    배당 공모주에 대한 국내 기관들의 시선이 기본적으로 시큰둥한데다 상장 후 오버행(물량부담) 이슈까지 작용하는 상황에서, 장기 보유가 가능한 롱텀펀드(long-term fund)의 참여 여부가 타 기관의 의사결정에 미칠 영향력이 큰 까닭이다. 

    13일 수요예측을 앞둔 서울보증에 대한 국내 기관의 반응은 그렇게 뜨겁진 않은 상황이다. 사실상 공기업으로 보증보험 핵심 영역에서 독점적 지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은 다들 인정하지만, 수익성의 지속 성장에 대한 의구심이 기본적으로 자리잡고 있는데다 상장 후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옅은 까닭이다.

    서울보증은 기업설명회(IR) 과정에서 독점적 보증회사라는 점과 배당성향 50%를 강조하고 있다. 배당주로서의 투자 매력을 전면에 세운 것이다. 

    서울보증은 지난해 배당성향 50.2%, 주당배당액 약 4000원을 기록했다. 배당 성향은 회사가 해당 회계연도에 벌어들인 순이익 중 배당금으로 지급하는 비율로, 기존 배당 성향이 유지될 경우 청약 참여자들의 배당수익률은 연 8% 수준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회사의 순이익 규모가 올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서울보증의 연결순이익은 189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3274억원에 비해 42% 감소했다. 서울보증이 운용하는 자산의 75%를 차지하는 채권들의 평가손실이 늘어난 것도 재정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비슷한 실적이 나온다면 올해 연간 배당액은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미국 국채 10년물짜리가 금리 5%에 가깝게 치솟은 상황에서, 기관 투자자들이 배당액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서울보증에 대규모 청약을 넣는 걸 꺼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거진 전세사기 이슈도 서울보증에 대한 투자 심리를 주춤하게 만드는 요소로 꼽힌다. 서울보증은 해당 상품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부동산 관련 보증 상품 전반에 대한 손실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거란 논리가 시장에서 득세하고 있는 까닭이다. 

  • 국내 은행ㆍ보험주 등 고배당 옵션도 늘어난 것도 흥행 분위기를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DGB금융지주(9.3%), BNK금융지주(9.3%), 우리금융지주(9.1%),기업은행(9.1%), 등은 올해 실적 기준 9% 이상 배당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지주(8.7%)와 JB금융지주(8.3%), KB금융(6.1%), 신한지주(6%) 등도 지난해 대비 높은 수익률이 예상된다.

    국내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배당 성향 50%는 수익성을 장담할 수 있을 때 의미있는 지표다. 배당 여력이 줄어드는 현 상황에선 (서울보증 주식이) 채권보다 나을 게 없다”며 “상장 당일 주가가 오버슈팅(과열)되는 테마주도 아니라서, 단기 성과가 필요한 운용역 입장에선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보증도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해외 IR에 집중하고 있다. 통상 공모 직후 시세 차익을 노리는 국내외 펀드보다,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큰손’을 대상으로 세일즈를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민연금의 청약 유치에도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실제로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와 주관사단인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은 최근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딜 로드쇼(DR)를 개최하고, 서울보증의 자산건전성과 배당 성향을 강조했다.

    오버행 이슈에 대한 해명도 이 자리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예보는 이번 공모를 통해 서울보증 지분의 10%를 시장에 유통하고, 향후 2~3년간 단계적으로 주식을 지분의 50% 이상 대규모 매각할 계획이다. 다만 주가 안정화 단계를 충분히 거친 후 주가에 큰 영향이 없는 방식으로 처분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서울보증 해외DR 질의응답에서 기관들의 질문도 오버행 이슈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주관사단은 서울보증이 ‘정부 딜’임을 강조, 예보가 헐값 매각 논란을 피하기 위해 주가가 상승해야만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고 달랬던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빅샷'의 존재는 다른 중소 기관들에게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 덩치 큰 롱펀드가 일부 지분을 틀어쥐고 보유해 유통 물량을 줄이면 주가 안정화에 도움이 된다. 차후 예보가 지분 추가매각에 나설 때에도 이들 대형 주주가 일부 물량을 소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한 중소형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국내 기관들은 상장 후 그로쓰(주가 상승)로 수익을 내고 싶어하지 기다렸다가 배당을 받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운용역 입장에서는 '국민연금과 GIC도 들어오는 대세 딜'이라는 명분이라도 있어야 투자심의위원회에 안건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