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대주단 갈등 ‘슬슬’ 수면위로…지방 사업장 금융불안 뇌관
입력 23.10.13 07:00
이자 감당 힘들어지면서 대주단 갈등 수면위로
지방 사업장들 공매 놓고 소송전도
중후순위 들어간 증권사, 저축은행 부실 우려 커져
정부에 각별한 대책 요구 커져
  •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조금씩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지방 사업장을 중심으로 대주단 사이에서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특히 상호금융이 선순위 채권자인 지방 사업장에서 이들이 자금 회수에 나서면서 다른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는 상황에 직면한 곳들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조성하는 부동산PF 자금지원도 지방사업장까진 ‘온기’가 가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충남 아산시 A 사업장에선 대주단끼리 분쟁이 벌어졌다. 선순위 대출자가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하자 공매절차를 진행하면서다. 이에 따라 선순위 대출자는 자신의 대출금 정도를 회수하는 수준에서 해당 사업장을 한 건설사에 넘겼다. 이에 따라 중후순위 투자자는 투자금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중후순위 투자자들은 공매절차의 문제점을 이유로 재판을 진행하는 상황이다.

    대전의 B 사업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다. 선순위 대출자가 공매 절차를 진행하자 중후순위 투자자가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단 지방 사업장뿐 아니라 서울 강남에서도 한 호텔 개발사업에서 대주단끼리 갈등이 벌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출 만기연장을 협의 중인데, 대주단끼리 협의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공매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들 사업장 대부분은 새마을금고,신협, 농협 등 상호금융이 선순위 대출을 한 건들이다. 지역의 단위 조합이 컨소시엄 형태로 대출에 나섰다가 시행사가 이자 이익을 감당하기 힘들면서 EOD 또는 EOD가 날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에선 이런 사례를 막고자 부동산PF 대주단 협의체를 구성하고, 이들에 대한 자금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지방사업장의 경우 실제 혜택을 받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우선 일부 사업장은 대주단 협의체가 만들어 지기 이전에 EOD가 나면서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곳이 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분위기는 회수가 가능하다면 선순위 대출자가 공매를 진행하는 상황이다”라며 “이 경우 중후순위 투자자는 투자금 전액을 날릴 위기에 처한다”라고 말했다. 

    지방 사업장의 경우 정부 지원을 받기도 어려울 것이란 설명이다. 정부에선 펀드 형태로 이들에게 자금지원에 나서고 있는데 지방 사업장은 해당 펀드의 수익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른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지원 펀드의 요구 수익률이 8% 수준인데 서울이나 경기도 지역을 제외하고는 해당 수익률을 맞출 수 있는 사업장이 제한적이다”라며 “서울을 중심으로 자금지원이 이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지방사업장 등에도 중소형 증권사, 저축은행 등이 중후순위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매가 늘어날 수록 중후순위 투자자가 자금 회수 하기 힘들다는 점이 이들에게 부담이 고스란히 전달될 수밖에 없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증권사 부동산PF 연체율이 15.9%에서 17.3%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형 증권사의 부동산PF 연체 부담은 이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지방 사업장 부실이 취약한 금융기관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단 견해다. 

    한 로펌 관계자는 “공매 절차가 진행되면서 대주단 선순위와 중후순위 채권자간 갈등이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다”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