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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년 간 국내 상장회사들의 기조는 주주친화적 방면으로 빠르게 변모했다. 자사주를 사들여 매각하는 기업이 늘었고 배당을 강화하며 기업가치 제고에 힘쓰는 기업들이 눈에 띄었다. 대기업 그룹사들은 향후 수년 간 실행할 중장기 배당정책 계획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이는 주주들과의 소통을 통해 '미래가 예측 가능한 기업'으로 인정받기 위한 노력으로 비쳐지기도 했다.
이 같은 변화에는 주주권 강화 움직임과 소액주주들의 연대가 늘어나고, 행동주의를 표방한 주주들의 기업을 향한 직접적인 요구가 늘어난 배경이 있었다. 주주대표소송, 집중투표제, 전자투표가 속속 도입되면서 주주들이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안들이 생겨났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대형 기관투자가들은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며 수탁자 보호 장치를 마련했는데 대주주는 3%룰에 묶였고, 기업은 감사위원을 분리선출하면서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했다.
지난해 상반기 국내 상장회사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주주환원책은 박수 받아 마땅한 정책으로 평가 받았고 기업들 역시 경쟁적으로 환원책을 확대해왔다.
올해는 국내 상장기업들의 실적이 큰 폭으로 감소세를 나타내며 하락기에 접어들었다.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12월 결산법인의 2023년 상반기 실적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가증권 상장기업(연결 기준·대상 기업 615개)의 영업이익은 53조1083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52.5%가량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37조6886억원으로 57.94% 줄었다. 실적이 크게 꺾인 삼성전자를 제외해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연결기준 각각 37.94%, 48.81% 감소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2005년 거래소 출범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금리와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기업의 비용 부담은 단기간 내 해소하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기업들은 벌어들이는 현금은 줄고 있는데 그동안 늘려온 주주환원책은 그대로 유지 또는 확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지난해 말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배당에 참여한 상장회사는 총 557곳으로, 배당금은 26조6000억원이었다. 전년(28조6000억원) 대비 7.1% 줄어든 수치로 지난해 2분기 이후 기업들의 실적 하향세가 뚜렷해지면서 기업들의 배당 여력도 점차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가배당률은 최근 5년새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실적부진과 주가하락에도 불구하고 상장회사들이 배당 규모를 줄이지 않고 주주환원을 지속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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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가장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펼치는 기업중 하나다. 2018년 이후 배당을 대폭 확대했다. 3개년 배당 계획을 주기별로 발표하고, 1년에 네 차례 분기 및 결산 배당을 실시하는 삼성전자는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주주들에게 배당한다. 여기에 정규배당 외에 잔여 재원이 발생하면 추가적으로 환원한다는 정책을 펼치면서 지난 2020년 10조7000억원 규모의 특별배당을 실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실적이 큰 폭으로 하락했는데 연초엔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운영자금 20조원을 차입하기도 했다. FCF를 기반으로 한 배당정책인만큼 빚내서 배당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진 않겠지만 불안한 업황과 대규모 투자 계획 속에서 주주들과 약속한 환원책에 대한 부담이 상당히 클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주요 지주회사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진 않다. ㈜GS는 별도 재무제표 기준 최근 3개년 평균 당기순이익의 40% 이상, ㈜LG는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배당할 계획이다. CJ㈜는 개별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 70% 이상의 배당 계획을 발표했는데, 각 그룹별 사업 환경을 비쳐보면 상황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 상황이 악화했다고 해서 기존에 발표했던 주주환원책을 축소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며 "지난 수년 간 여러 요인들로 인해 적극적인 환원책을 펼쳐온 기업들은 어려운 사업적 환경, 예측이 어려운 대외 환경 속에서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신용평가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현금을 벌어들이는 규모에 비해 자본적지출(CAPEX) 비중이 크고 최근엔 그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전자와 석유화학, 자동차 등 대형 설비투자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장치산업이 주를 이루는 국내 산업구조의 특성 때문이다.
국내 시가총액 상위 100개 업체가 지난 10년간 영업활동을 통해 조달한 현금(1445조원) 대비 CAPEX가 차지한 비중은 약 82%로 조사됐는데 이는 전세계 비(非)금융기업들(영업창출현금의 50~60%)과 비교해 상당히 큰 규모다.
한국신용평가는 "CAPEX 지출 규모가 확대하는 상황에서 주주환원, M&A 재원 조절이 동반되지 않으면 자금조달 부담이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당확대로 대표하는 기업들의 주주환원책 마련 노력과 달리 투자자들의 일명 '배당을 많이 주는' 기업에 대한 관심은 시들해지는 모양새다. 수익률 5%대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 상품이 많은 상황에서 주가 하락의 위험성까지 갖고 있는 배당주의 투자 유인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최근엔 배당락 기일 전에도 주가하락이 나타나는 배당주 분류 기업들도 등장하면서 찬바람이 불면 '배당주'에 투자하란 말도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실적 우상향 기업들, 親주주정책도 확대
올 상반기, 코스피 기업 실적 감소 2005년 이후 최대치
국내 기업들 CAPEX 투자는 글로벌톱, 증가세도 뚜력
"환원책 조정 없으면 부담 상당히 늘어날 듯"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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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3년 10월 1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