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만기 연장해도…흥행 불투명한 '르피에드 청담'
입력 23.10.23 07:00
완강한 새마을금고, 대주단 협의체에 참여조차 안해
르피에드 청담, '한강뷰' 막히고 분양 흥행 장담하기 어려워
정부 지원에도 새마을금고 참여한 PF 사업장 연쇄 디폴트 가능성
  • 청담동 프리마 호텔을 공동주택 및 오피스텔로 개발하는 '르피에드 청담' 브릿지론이 기한이익상실(EOD) 위기에 처했다. 대주단과 시행사는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선순위 투자자인 새마을금고는 자금 회수를 중점적으로 고려하는 상황이다. 사업을 진행해도 해당 프로젝트의 흥행을 장담하기 어려울 거란 분석도 나온다.

    브릿지론의 만기는 지난 18일이었지만 선순위 투자자인 새마을금고의 반대로 만기연장이 이뤄지지 않았다. 새마을금고는 총 464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에서 약 39%인 1800억원의 자금을 선순위로 대출했다. 

    새마을금고를 제외한 다수 대주단은  만기 연장에 동의했지만, 채권액 기준으로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 새마을금고가 반대해 만기 연장이 이뤄질 수 없었다. 올 초 진행된 '금융권 PF 대주단 협약'에 따르면 채권액 기준으로 전체의 3분의 2가 동의해야 시행사 또는 시공사가 받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만기를 연장할 수 있다. 

    당초 이 사업장의 브릿지론 만기는 지난 8월이었다. 그러나 새마을금고의 각종 부실·비위 등 각종 '이슈'로 대주단 협의체는 이미 두 차례 만기를 유예하고 연장을 논의한 바 있다.

    브릿지론에 대주단으로 참여한 금융회사는 새마을금고를 비롯해 은행·증권사·카드사·캐피탈사 등을 포함해 총 26곳에 달한다. 만기가 연장되지 않으면 브릿지론은 EOD를 선언하고 토지 공매로 자금 회수를 시작한다.

    최근 새마을금고는 대주단협의체에 참여조차 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한 대주 관계자는 "대주단은 주 2회씩 만나서 만기 연장을 논의하고 있지만, 새마을금고는 얼굴을 비친 지 오래됐다"며 "자금 회수를 원하는 새마을금고는 만기 연장에 부정적인 입장을 완강하게 내비치고 있으며, 이외의 대주는 새마을금고가 추후에라도 만기 연장에 동의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 문제는 새마을금고가 만기를 연장하는 방안으로 가닥을 잡아도 사업성이 낮아 본PF로 전환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시행사인 디벨로퍼 미래인이 지난 5월 570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 리파이낸싱을 논의한 것도 본PF 전환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디벨로퍼 미래인은 알짜 부지를 사들여 하이엔드 시설로 탈바꿈시킨다는 전략을 내세우며 2021년 '르피에드 청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도산대로 하이엔드 주거시설 중 최대 규모인 데다 한강과 인접해 있어 기대가 컸던 사업이다. 디벨로퍼 미래인은 한강 조망권을 확보한 분양 호실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 설계를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강 조망권을 확보하는 데 차질이 생겼다는 평가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3월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부터다. 한강 변 거점에 '도시혁신구역'을 적용하고 용도 구역이나 높이 제한 등 규제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앞서 주거용 건축물의 35층 이하 높이 제한을 해제한 데 이어 한강변 아파트(주동) 15층 높이 제한도 폐지한다.

    다른 대주 관계자는 "당장 영동대로 변에 105m(지상 20층)로 들어서는 '리카르디 아스턴 청담'만 해도 르피에드 청담의 '한강뷰'를 막는다"며 "새마을금고 뿐 아니라 일부 대주도 본PF는 어려울 거라 판단하지만, 대주간 및 대주와 시행사의 이해관계에 만기를 연장하기로 한 것"이라 밝혔다.

    이외에도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며 분양 흥행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4월 분양한 '그랑 르피에드'(디벨로퍼 미래인 시행)는 총 832가구 모집에 7건의 접수를 받아 순위 내 대규모 미달을 기록했다. 경쟁률은 0.008대 1에 그쳤다. 그랑 르피에드 또한 새마을금고가 2700억원의 선순위 대출을 확정해 사업을 진행했으며, 투자자 역할도 맡아 900억원을 출자했다.

    최근 정부 주도로 새마을금고의 연체율 관리 및 유동성 지원 등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새마을금고가 참여한 사업장에서 꾸준히 '잡음'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새마을금고의 부동산 관련 여신이 2019년 이후 빠르게 증가한 영향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7월 "정책 효과에도 불구하고 새마을금고의 연체율, 유동성 관리 차원에서 새마을금고 참여 사업장을 중심으로 부동산PF 익스포져 감축 기조(브릿지론 만기 연장 차질 및 경·공매 등의 회수 조치 진행)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부동산 PF 관계자는 "시행사의 사업부지·사업권 매각 가능성도 제기되는 만큼 사업 완결 가능성을 섣불리 예상할 수 없다"며 "새마을금고는 부실·임직원의 비위 행위 등 내부 이슈가 많아 만기 연장을 쉽사리 결정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