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설 '솔솔' 정영채 대표...쇄신이냐 안정이냐 기로에 선 NH證
입력 23.10.24 07:00
정영채 NH證 사장, 임기 만료 앞둬
호실적·채권회수 등 연임 명분 많아
세대교체·내실다지기 기조는 부담
  • 6년째 NH투자증권을 이끌고 있는 정영채 대표가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두면서 연임 가능성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위기에 장수 교체는 없다’는 기조에 힘이 실리면서 정 대표의 연임을 점치는 목소리도 속속 들려온다. 

    하지만 이를 위해 정 대표가 넘어야할 산 역시 만만치 않다. 증권가 특유의 세대교체 분위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 치더라도, 올 들어 잇따르는 각종 금융사고에 ‘관리형 최고경영자(CEO)’가 각광을 받는 점은 정 대표로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지난 13일 정 대표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국정감사(국감)에 출석해 답변을 하는 과정에서 ‘(대표직으로서) 장수하는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들었다. 해당 국감 출석이 일본 태양광발전소 손실 위기와 관련이었던 만큼 다소 이례적인 질의로 풀이된다. 

    그만큼 정 대표의 연임 여부가 증권업계 안팎으로 초미의 관심사라는 점을 방증하는 셈이다. 그간 정 대표는 여러 차례 대표직을 내려놓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금번 국감에서도 ‘작년에 사의를 표했지만 농협중앙회장이 연임을 시켰다’는 점을 강조하며 채권 회수에 적극 임하라는 뜻으로 보인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의 연임에 무게가 실리는 데는 그가 NH투자증권에서 쌓아온 업적과 무관하지 않다. ‘IB(투자은행) 대가’로 불리는 정 대표는 임기 마지막인 올해 선방한 실적 성과를 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3분기 ECM(주식자본시장)과 DCM(채권자본시장) 주관 순위에서 각각 2위를 차지했고 상반기엔 ‘깜짝’ 호실적을 내기도 했다. 

    IB부문을 이끄는 역할을 놓고서도 대내외적인 평가는 나쁘지 않다. 대표가 직접 주관사 선정 프레젠테이션(PT)에 발벗고 참석하는가 하면, 영업을 위한 저녁 술자리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우증권 시절 인사부, 자금부를 거친 비(非) IB맨 출신으로 NH투자증권을 이 정도로 키운 것은 대단한 일”이라며 “본인 스스로도 자부심이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증권업계 분위기를 감안하면 정 대표의 연임 여부가 쉽지만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증권업계의 화두가 ‘내실 다지기’, ‘관리형’ 등으로 변화하고 있는 탓이다. 연달아 터지는 각종 금융사고에 증권업계가 바짝 긴장해 있다. 메리츠증권은 이화전기 매도 논란, 임직원의 내부정보 활용 등으로 국감에서 뭇매를 맞았고 하이투자증권 역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꺾기’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IB 영업 일선에서 활약해온 정 대표의 경영 스타일이 이제는 시대착오적이 아니냐는 평가다. 올해 초 관 출신인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신임 수장에 오른 만큼 지주 차원에서도 ‘계열사 관리’ 기조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더욱이 NH투자증권 대표 자리는 농협금융지주 계열사 중에서도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이미 농협금융지주 일부 임원과 농협은행 부행장급 인사들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NH투자증권 대표 자리를 두고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그간 정 대표가 IB부문 위주로 NH투자증권을 키워오면서 어느 정도 브랜드 파워를 일궈놓았다”라며 “이는 바꿔 말하면 비(非) 증권계 인사가 오더라도 기존의 회사 시스템을 통한 실적 성장이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증권업계로 좁혀서 보더라도 ‘세대교체’는 여전한 화두다. 작년 말부터 금융투자업계에는 ‘80년대생 임원’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1980년생인 홍완기 이사대우를 임원으로 올렸고 미래에셋증권에서는 1989년생인 조영혜 부동산개발3팀 이사대우가 그룹 최연소 임원 자리를 꿰찼다. 실무 임원들의 연령대가 점점 내려가는 상황이 63년생인 정 대표로서는 부담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 관계자는 “어느 증권사나 후배들에게 길을 터줘야 한다는 기조가 있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라며 “다만 작년부터 80년대생 부서장들의 상징성이 커진 만큼 NH투자증권 역시 해당 분위기를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