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침체·판가하락 외 변수 증폭…내년 부담 인정한 LG엔솔, 시총 100조 아래로
입력 23.10.25 13:23
3분기 美 세액공제 덕 영업익 7300억 '호실적'에도
시선은 '내년'으로…LG엔솔 "올해만 못할 것" 인정
주가 연저점 경신…SK하이닉스와 몸값 역전 '코앞'
'모범답안' 대응책에도 당분간 눈높이 조정 불가피
  • LG에너지솔루션이 내년 2차전지 산업에 대한 시장 우려를 인정하며 시가총액 100조원 선이 무너졌다. 전방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와 메탈가 하락으로 인한 판가 하락 지속 외에도 보조금 출처인 미국의 대통령 선거, 노동조합 파업으로 인한 인건비 인상 압력까지 변수가 누적되고 있는 탓이다. LG엔솔이 모범답안에 가까운 대응책을 내놨지만 시장 내 2차전지에 대한 장밋빛 전망은 재차 조정에 들어간 모습이다. 

    25일 LG엔솔은 실적 발표회를 열고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8조2235억원, 영업이익이 7312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실적 자체는 증권가 전망치를 웃돌았다. 이번 분기 북미 생산 및 판매가 크게 오르며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택스 크레디트) 2155억원이 반영된 덕이다. 세액공제분을 제한 3분기 영업이익은 5157억원으로 마진율은 약 6.3%를 기록했다.  

    투자가들의 관심은 실적보단 4분기 이후 시장 전망과 LG엔솔의 대응책에 집중됐다. 연초 대비 리튬이나 니켈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지속 하락하며 판가 하락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전기차 고객사가 연거푸 악재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이창실 LG엔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메탈가 하락은 시차를 두고 판가에 계속 영향을 줄 것이고, 내년에는 주요 시장 경기 둔화 및 고금리로 인한 구매심리 위축, 북미 대선과 일부 OEM의 전동화 속도조절 문제로 매출 성장이 올해만큼 크진 않을 것으로 본다"라고 답했다. 

    LG엔솔 측이 전기차·2차전지 시장에 쌓여가는 변수로 인한 부담과 시장 우려를 담담하게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2차전지 산업은 그간 전방 전기차 기업의 공격적 투자 및 각국 지원책을 발판으로 수백조 단위 수주잔고를 확보해 최대 성장 산업 지위에 올랐다. 그러나 올 들어 최대 시장인 유럽 지역 성장 둔화가 두드러지고 전기차 기업은 목표대로 차를 팔지 못하고 있다. 부상하던 미국 시장은 고금리 장기화 및 물가인상 압력에 고객사는 전동화 전환 고삐를 늦추고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는 거세진다. 투자 부담이 집중될 시기 친환경 산업 세액공제 등 유인책을 내놨던 바이든 행정부는 연임이 불투명해졌다. 

    하반기 들어 핵심 변수로 떠오른 판가 하락으로 인한 일시적 평가손실 부담 외에도 거시 불안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전방 전기차 시장 불안이 커지면 이들을 고객사로 둔 2차전지 산업 역시 영향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배터리전기차(BEV) 시장 전망을 계속해서 낮춰잡았는데, 내년 전망은 더 불확실해 보인다"라며 "작년부터 고객사가 전기차를 못 파는 문제가 불거졌는데, 이외에도 예정된 신차 출시 일정이 늦춰지고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으로 인한 임금 인상 도미노에 대선까지 큰 틀에서 변수가 너무 많다"라고 설명했다. 

  • 25일 LG엔솔 주가는 전일보다 6% 이상 하락해 장중 42만원 아래로 내리막을 타며 연저점을 경신했다. 개장 직후 시작된 하락세는 실적 발표회 이후 지속 중이다. 올 초 미국 정부가 내놓은 세액공제로 인한 상승분 이상을 토해낸 셈이다. 시가총액 100조원 선도 다시 무너졌다. 

    LG엔솔이 내놓은 대응책에 대한 시장 신뢰와 별개로 2차전지 산업에 대한 시장 평가가 현실화하는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날 이 CFO는 "시장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고 원가를 절감하는 등 근본적인 경쟁력을 갖춰 성장을 이어나가려 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LG엔솔은 주요 셀 공급사 중 가장 풍부한 수주잔고와 시장 기반, 생산 역량을 갖추고 있다. 테슬라부터 도요타까지 주요 고객사 세그먼트 전반에 리튬이온배터리(LiB) 외 리튬인산철(LFP)까지 500조원 이상 수주를 확보 중이다. 파우치 외 승부처로 꼽히는 46시리즈 원통형 시장에서도 선두로 꼽힌다. 전기차 외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까지 어느 정도 다변화가 이뤄졌다. 

    그러나 2차전지 사업 가치에 대한 시장 눈높이 조정은 당분간 불가피할 거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LG엔솔은 시총 100조원 선이 깨지며 SK하이닉스와 몸값 격차는 지난 1년 중 가장 근소한 차인 5조원 이내로 좁혀졌다. 그간 시장에선 양사 시총을 두고 2차전지가 메모리 반도체보다 비쌀 수 있느냐는 물음이 적지 않았다. 

    증권사 2차전지 담당 한 연구원은 "LG엔솔 역시 내년 10조원 이상 투자비를 계속 투입해야 해 부담이 크지만 상장도 마쳤고 경쟁사보단 재무적으로나 사업적으로 대응 역량이 월등한 편에 속한다"라며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2차전지 대장주를 필두로 국내 관련 상장사 전반 주가 조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