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로보틱스, 상장 2주만에 임직원 줄퇴사…'우리사주 차익 실현 목적'
입력 23.10.27 07:00
10월 한달만 임직원 10% 이상 퇴사
보호예수 적용 주식, 퇴사하면 매도 가능
우리사주 매도시 2억원 이상 차익도
"밸류 욕심에 실적 압박…주가 높을 때 퇴사해야"
  •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 최대 흥행에 성공한 두산로보틱스 직원들이 상장 2주 만에 대거 퇴사하며 상장 수의 우리사주 차익실현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 첫날 3조원을 훌쩍넘긴 두산로보틱스의 시가총액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산업계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의 상장일인 10월 5일 이후 퇴사한 임직원 수는 전체의 10%가 넘는다. 회사의 임직원 수는 상장일 직전 총 200여명에 달했는데, 10월 한달 새 20명 이상 줄어들었다. 퇴사한 직원들 대부분은 영업ㆍ경영지원을 담당하는 부서 소속으로 확인됐다.

    지난 두산로보틱스 청약에서 임직원들은 상장 주식의 2.5%에 달하는 157만6495주를 우리사주로 배정받았다. 상장 당시의 직원 수와 공모가(2만6000원)로 단순 계산하면 직원 1명 당 7840주, 약 2억400만원 수준의 자사주를 산 셈이다.

    퇴사한 직원들 중 상당 수는 주식을 시장에 매도해 현금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사주를 보유한 임직원들은 상장 후 1년 동안 의무적으로 주식을 보유해야 하지만, 퇴사할 경우엔 바로 시장에 매도할 수 있다. 

    퇴사한 임직원이 얻을 수 있는 차익은 이달 초부터 24일 종가 기준으로 최소 8000만원에서 최대 2억원에 달한다. 두산로보틱스의 지난해 평균 급여가 4281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2년치에서 5년치까지의 급여에 해당하는 금액을 벌어들인 셈이다.

  • 지난 5일부터 24일까지 우리사주 물량이 시장에서 풀리는 동안, 두산로보틱스의 주가는 5만1400원에서 3만5200원까지 30%가량 떨어졌다. 

    기존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두산로보틱스의 성장성에 대해 의심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사주 의무보유기간이 풀리는 내년 10월의 주가가 현재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IPO 당시 밸류(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설정한 '실적 목표치'가 영업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져 퇴사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두산로보틱스는 당해연도 실적이 아닌 오는 2026년의 잠정 실적(영업이익률 24.3%)을 기준으로 PER(주가수익비율) 38배를 산정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애초에 산업계에서도 협동로봇 시장의 성장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최근 회사가 추진하고 있는 AMR(자율주행로봇) 기업 인수에 대한 회의론도 컸던 분위기"라며 "여기에 실적에 대한 압박도 맞물려 퇴사 후 우리사주 차익실현이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로보틱스 측은 "비상장사의 IPO 이후 퇴사자 발생은 우리사주 주가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사안"이라며 "회사는 IPO로 인한 직원들의 퇴사를 어느정도 예상했으며, 실제 퇴사자는 R&D가 아닌 일부 스텝부서에서 발생해 업무조정, 채용 등을 통해 이를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