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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이하 LG생건)의 실적 부진 홍역은 계속 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연결 기준 3분기 영업이익이 12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4%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1조7462억원으로 이 기간 6.6%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913억원으로 28.3%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증권가 컨센서스(실적 추정치 평균)를 16.4% 밑돌았다. LG생활건강은 올해 연간 영업익 목표치를 기존 7300억원에서 4700억원으로 낮췄다.
주가는 급락했다. 실적 발표 다음날인 27일에 20% 가까이 떨어지며 31만대로 추락했다. 작년 초가지만 해도 주가가 100만원을 웃돌았던 점을 생각하면 추락의 속도는 너무 빠르다. 마침 LG생건 성장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차석용 부회장이 물러난 이후 벌어진 일이다.
지난 1년간 LG생건이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전략엔 과거 대비 큰 차별성이 없었다. 결국 ‘중국’이었다. LG생건은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크게 악화된 중국 시장을 재공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애초부터 중국 의존도가 높았는데 이를 뿌리치기엔 쉽지 않은듯 싶다.
회사가 IR 자료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뷰티 부문에선 ▲리브랜딩 활동으로 럭셔리브랜드 입지강화 ▲M&A 통한 색조 포트폴리오 확대 계획을 밝히면서 ‘더후‘의 대표라인 ‘천기단’의 리뉴얼 및 중국 오프라인 론칭 행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시장에선 LG생건에 궁금증을 갖고 있다. 중국의 소비심리가 회복되면 부진을 만회할 수 있을지다. 그만큼 LG생건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로열티’가 강하게 구축돼 있을까.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중국 소비자들의 변심 속도는 빠르고 또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좀 더 직접적으로 얘기하자면 더 이상 중국 소비자들에게 ‘한국’이라는 브랜드는 매력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소비 행태는 자국 제품을 애용하는 ‘애국 소비’와 글로벌 명품 브랜드에 집중하는 ‘럭셔리 소비’로 갈수록 양극화를 하면서 그 중간 지대에 있는 제품들은 관심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한국의 화장품 제품들이 딱 그 중간지대에 놓여있고 더 이상 한국 제품을 이용하는 것에 메리트가 없기 때문에 국내 브랜드 라인으로 매출을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경쟁사인 아모레퍼시픽의 전략 수정을 볼 필요가 있겠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지난해 기준 중국 매출 비중이 50% 이상으로 중국 시장에서의 고전을 맛봤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일본, 북미 시장으로 수익 다각화에 나섰다. 성공 여부는 지켜봐야겠지만 더 이상 중국만 쳐다봐선 안된다는 판단이 선 듯 하다.
결국 LG생건에 필요했었던 건 본인들의 장기였던 M&A다. 최근까지도 LG생건이 북미 시장 진출을 이유로 몇몇 M&A를 하긴 했지만 유의미한 결과는 없고 오히려 회사의 실적에 부담을 주는 상황이다. M&A 업계에선 LG생건이 한창 유동성이 넘치고 회사가 M&A에 적극적이었을 때 제대로 된 글로벌 코스메틱 브랜드를 인수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얘기한다.
회사 실적 부진을 어느 정도 상쇄시켜준 건 한국코카콜라였다. 그리고 그건 브랜드의 힘이다. 전 세계에서 ‘코카콜라’에 맞먹는 수준의 브랜드 가치를 가진 제품은 많지 않다. 뷰티 부문에서도 그런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현 라인의 리브랜딩이 얼마나 유효한 전략이 될까. 가뜩이나 샤넬, 디올 등 패션 명품 브랜드들이 코스메틱 분야에 힘을 싣고 있는데 중국 소비자들에게 리브랜딩한 한국 화장품이 얼마나 매력적으로 다가올까. LG생건이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Invest Column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3년 10월 27일 13:5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