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회장의 믿는 구석? '울며 겨자먹기'로 셀트리온 담는 기관들
입력 23.10.31 07:00
통합 셀트리온, 마지막 관문은 주식매수청구 규모
서 회장 "1조원 이상 청구해도 대응 가능" 자신감
국민연금 등 다수 기관들 매수청구시 부담은 불가피
현재 주가 살짝 웃도는 주식매수청구가격에 고민 깊은 기관들
"매수세 붙으면, 오히려 비싼 값에 주식 더 사야할 수도"
  •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이 수년 만에 가시권에 들어왔다. 양사의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가결되며 이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반대주주들의 주식을 사들이는 일만 남게 됐다.

    당초 셀트리온그룹이 정한 주식매수청구 금액의 한도는 1조원이다. 서 회장은 최근 1조원이 넘는 매수청구권이 들어와도 대응하겠단 자신감을 내비쳤다.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주총회에서 기권표를 행사, 매수청구권을 확보한 상황에서 서 회장의 발언은  '과연 실현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을 낳기도했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지분 전량에 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다면, 회사는 1조6000억원을 넘는 현금이 필요하다. 셀트리온의 주가는 지난 8월 18일 합병 추진 발표 이후 단 한번도 주식매수청구권 기준가(15만813원)를 넘은 적이 없다. 기관에 개인투자자까지 합세하면 그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은 10월 23일부터 11월 13일까지다.

  • 다만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이 실제 매수청구권 행사에 나설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주가가 매수청구금액(셀트리온 15만813원) 보다 낮게 형성돼 있지만, 그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기관투자가들이 매수청구권 행사의 실익을 따져야 한다.

    투자자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통해 주식을 매각하면, 장외거래로 분류해 양도소득세를 내야한다. 소액주주들의 경우 250만원을 공제하고 나머지 금액에 22%(지방소득세 2% 포함)의 세율이 적용된다. 대주주의 요건을 갖춘 투자자는 보유기간에 따라 최대 33%(1년미만 보유 경우)의 세율이 적용된다. 국민연금의 경우엔 직접 운용하고 있는 주식 외에 각 위탁운용기관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주식도 상당히 많기 때문에 더욱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다수의 기관투자자들은 실제 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현재 주가가 매수청구가격보다 낮기 때문에 (주주총회에서) 일단 기권 또는 반대표를 행사해 매수청구권을 확보해 두는 전략을 펼쳤다"며 "추후 주가 추이에 따라 행사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형 기관투자자가 셀트리온 주식을 전량 매도하고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할 수 있는가'는 또 다른 문제다. 

    셀트리온의 시가총액은 현재 약 21조원으로 코스피 상장기업 규모 기준 12위권이다. 즉 코스피200에 포함된 기업들을 시가총액 비중만큼 담는 펀드의 경우는 해당 주식을 전량 매도하기 어렵다.

    물론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고 이후 기존에 보유 비중만큼 포트폴리오를 채워넣는 전략을 취할 수도 있지만, 단기간 내 주가가 상승하면 자칫 주식매수청구 행사금액보다 비싼 값에 주식을 사들여야 하는 처지에 몰릴 수도 있다. 이 같이 포트폴리오를 채우기 위한 기관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유입되고 패시브펀드의 자금까지 몰린다면 단기간 내 주가 상승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단 평가다.

    특히 이번 합병은 코스피 상장사 셀트리온과 코스닥 상장사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이다. 합병을 통해 시가총액이 더 커져 코스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게 되면 일부 기관투자자들은 기존보다 더 많은 주식을 보유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기관투자자들의 고민은 셀트리온이 현재의 주가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전제다. 셀트리온은 주식매수청구를 접수하기 시작한 당일 또 한번의 자기주식 취득을 발표했다. 규모는 3450억원으로, 주가를 부양 또는 최대한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겠단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만약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 기관들은 고민의 여지 없이 매수청구권 행사에 나설 수 있다. 또한 액티브펀드 등 개별 종목의 포트폴리오를 비교적 자유롭고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펀드 운용사들은 일정 기간 셀트리온의 포지션을 줄이고, 추후 주가 상승이 가시화할 때 다시 투자에 나서는 전략을 사용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전략의 기저에는 셀트리온의 합병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깔려있다.

    국내 자산운용사 한 주식운용 담당자는 "셀트리온과 헬스케어의 합병으로 회사의 실적이 훨씬 좋아질 것으로 예단하긴 어렵고, 주가 또한 우상향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힘들다"며 "다만 단기간 내 수급상황으로 인해 주가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를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