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대주단 눈치싸움에 진척없는 캠코 PF 정상화 펀드
입력 23.11.01 07:06
운용사 5곳, 총 1조1050억 규모로 조성된 PF정상화펀드
계약 체결된 사업장은 '삼부빌딩' 한 곳
"대주단-운용사 '눈치싸움' 길어져"
  •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PF정상화 지원 펀드(이하 캠코 펀드) 투자가 지지부진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펀드 조성 이후 계약이 체결된 사업장은 한 곳에 불과하다. 사업장 정상화를 위해 대출채권을 사들이는 펀드 운용사와, 채권자인 PF대주단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당초 1조원 규모로 계획됐던 캠코 펀드는 총 1조1050억원 규모로 확대 조성됐다. 캠코가 5개 운용사(신한·KB·캡스톤·이지스·코람코)에 각각 1000억원씩 출자하고, 개별 운용사들이 민간 자금을 1000억원 이상씩 모집했다. 캠코 펀드는 캠코와 금융권이 PF 사업장을 공동 발굴해 '캠코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식, 운용사가 자체적으로 발굴해 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캠코 위탁 운용사의 지원 대상은 주로 PF 브릿지론 단계에 있는 사업장이다. 본 PF로 넘어가지 못하는 PF 브릿지론 사업장은 위험성을 고려해 대출채권을 평가절하한 후 채무를 조정하는 '헤어컷'을 통해 구조조정을 실시한다.

    26일 기준 캠코 펀드를 통해 계약이 체결된 사업장은 서울 중구의 삼부빌딩 한 곳이다. 신한자산운용은 브릿지론 단계의 비주거 오피스 PF 사업장인 '삼부빌딩'을 1022억5000만원에 낙찰받아 650억원은 캠코 펀드를 통해, 차액은 브릿지론으로 조달했다. 삼부빌딩의 감정평가액은 1523억5000만원으로 500억원 이상 낮게 낙찰받은 것이다.

  • PF업계에선 검토 및 협상 중에 있는 사업장은 많지만 실제 계약 체결까진 난항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캠코 펀드가 처음 이뤄지는 사업인 만큼 대주단과 운용사 사이의 '눈치싸움'이 길어지며 협상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대주단과 운용사와의 눈높이가 달라 매매가 성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대주단은 굳이 할인해서 매각하느니 (만기를) 연장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고, 이는 현재 정부 정책에도 부합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대주단과 운용사 간) 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존 사업장의 대주단과 운용사가 서로 탐색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캠코 펀드를 통해 올해 안에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여주려 했던 캠코의 목표가 사실상 달성이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캠코 플랫폼을 통한 딜은 대주단 눈이 높긴하지만, 계속 협의는 이뤄지고 있다. 다만 사업 난도가 높고 협의 과정도 길어 올해 안에 여러 건의 계약이 체결되긴 어려워보인다"고 말했다.

    '캠코 플랫폼'에 올라온 사업장들이 거래가 안 된다면 다른 사업장들에 대한 낙인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진다. 캠코 플랫폼은 캠코와 금융권이 공동 발굴한 사업장을 모아놓은 플랫폼으로, 재구조화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 80~90여곳이 등록돼 있다. 캠코가 검증한 사업장도 거래가 안 된다면 캠코 플랫폼에 등재되지 않은 사업장의 거래는 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캠코 플랫폼에 있는 사업장은 캠코가 추리고 추린 사업장인데, 해당 플랫폼 사업장들이 거래가 안 된다면 캠코 입장에선 걱정이 상당히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