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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인사 시즌이 다가오면서 CEO(최고경영자) 교체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작년에는 '위기에 장수 교체는 없다' 기조에 대부분 연임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올해는 증권가 사건사고가 잦아 세대교체에 힘이 실릴 수 있단 목소리가 나온다.
대형 증권사 CEO 다수인 '82학번'들이 물러날지가 증권가 초미의 관심사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최고 실적을 경신하며 순탄히 연임했지만, 올해는 실적 악화 및 잦은 금융 사고에 어깨가 무겁다. 이들은 주요 증권사의 유능한 '장수 CEO'라는 평가와 함께, 인사 적체ㆍ뒤늦은 세대교체의 원인이 된다는 비난도 한 몸에 받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초대형 증권사 중 올해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 임기 만료를 앞둔 82학번 CEO는 박정림·김성현 KB증권 대표,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 등 5명이다.
KB증권 박정림·김성현 각자 대표는 취임 5년 차인 장수 CEO로 올해 12월 임기가 만료된다. 불황에도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KB금융지주회장 교체·당국 제재 등 변수가 있어 연임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KB금융은 지난 9월 양종희 부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했다. 이와 함께 계열사 대표들이 다수 교체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성현 대표는 IB 전문가로 KB증권의 IB 역량을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많지만, 재신임받을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정림 대표는 금융위원회의 라임·옵티머스 제재 결과에 따라 제재리스크가 부상할지 관심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박정림 대표에게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내렸는데 금융위원회에서 이를 확정할 경우 금융권 재취업에 제한이 걸린다. 업계에선 이달 내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림 대표와 함께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의 연임에도 라임·옵티머스 제재 결과가 중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영채 대표는 옵티머스 펀드 판매와 관련해 지난해 3월 금감원으로부터 문책경고를 받았다.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펀드 불완전판매의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정영채 대표는 2018년부터 두 차례나 연임에 성공한 바 있어 장수 CEO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위기에 장수 교체 없다'는 기조에 힘입어 연임을 점치는 목소리가 크지만, 업황이 둔화하며 관리형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분위기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선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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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의 연임 여부에도 관심이 모인다. 최근 정일문 대표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소환된 일이 연임에 변수가 될 수 있단 목소리도 있다. 공정거래 및 기술탈취 의혹, 횡령 등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리더십이 도마위에 올랐다는 평가다.
다만,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내부 안정을 강조하고 있고 이전 대표들도 장수 CEO로 이름을 올렸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연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관측이 많다. 증권 업황이 둔화한 가운데 업계 1위 수준의 호실적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연임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초 임기가 만료되는 삼성증권 장석훈 대표의 거취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연임한 전례가 거의 없는 삼성그룹 내에서도 6년째 장수 CEO로 재직 중이다. 연임 당시만 해도 삼성그룹이 안정을 지향했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삼성그룹 총수로 자리를 잡은 이재용 회장의 인사정책이 연임 변수로 지적된다.
이들은 코로나19 대유행의 '혜택'을 받았다는 게 증권가의 중론이다. 국제 교역까지 마비되는 미증유의 재난 속에 각국 중앙은행들은 발권력을 이용해 경기 침체를 막았고, 이렇게 풀린 돈이 증권가로 쏟아 들어오며 국내 대부분의 증권사가 2020~2021년 최근 10년래 최고의 실적을 올렸다.
실적이 좋으니, 이사회의 연임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았다는 평가다. 대면영업 제한이라는 상황 속 리스크 관리에 대한 필요성도 있었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이 기간 동안에는 대표이사를 교체하지 않았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연임 CEO에게 1년이 아닌, 2년의 기간을 부여해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양적완화는 끝나고 긴축이 시작되며 금융은 물론 증권업 시스템 곳곳에서도 파열음이 나고 있다는 평가다. 주식 거래량 급감으로 인한 리테일 수익 감소, 금리 상승으로 인한 채권 평가 손실, 부동산 금융 잠재 부실 등 증권사를 둘러싼 리스크 요인만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 일각에서는 하반기부터 코로나19 이전부터 경영을 맡아 온 '82학번' CEO들이 이제는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양적완화로 인한 실적 급등으로 연임의 혜택을 받았다면, 고금리 긴축으로 인한 실적 급락 역시 본인의 책임으로 받아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 창업 공신으로 꼽히는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1961년생, 81학번)이 최근 물러나며 '물꼬'를 텄다는 평가다. 회장 선임 절차에 참여했던 허인ㆍ이동철 부회장이 윤종규 회장과 임기를 함께 하겠다고 방향을 잡은 상황에서, 비(非) 부회장으로 유일하게 1차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던 박정림 KB증권 사장 역시 연임의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한 증권사 고위 임원은 "증권가에는 '82학번' CEO들이 후계자를 키우지 않아 교체하고 싶어도 교체할 사람이 없어 자연스레 '장수 CEO'가 된다는 농담도 있다"며 "가장 변화가 느린 은행가조차 1965년생 전후 행장들이 임명되고 있는 만큼, 증권가도 곧 CEO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 인사 시즌 다가오며 증권사 CEO 교체설 활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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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3년 11월 0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