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카타르 LNG선 수주 잭팟?…"규모는 역대 최대, 수익성은 글쎄"
입력 23.11.07 07:00
신조선가 比 13.6% 낮은 가격에 계약 체결
카타르와 계약 앞둔 한화오션·삼성重 '난색'
현대중공업, "규모의 경제로 비용 절감 가능"
납기 늘어나는 만큼 변수 늘어나는 문제도
  • HD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5일 카타르에너지와 39억달러(약 5조2000억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신규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예상 물량이었던 10척보다 7척을 초과 계약해 총 17척을 계약했는데, 단일 계약으론 국내 조선업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사실 수주 규모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수익성이 그리 높은 계약은 아니란 냉정한 평가가 나온다. 신조선가(새로 건조되는 선박 가격)보다 13% 가량 낮은 계약으로 인해 HD현대중공업에 돌아갈 이익은 사실상 매우 낮다는 지적이다.

    카타르에너지는 지난해 LNG운반선을 1차로 발주한 데 이어 올해 2차 발주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총 발주 규모는 총 65척이었는데 이중 이중 54척을 국내 조선 3사(HD현대중공업 17척·대우조선해양 19척·삼성중공업 18척)가 수주했다. 나머지 수주는 중국 조선사가 차지했다.

    최근 2차 발주에선 17척을 HD현대중공업이 가장 먼저 수주했다. 한 척당 약 2억2940만달러(약 3035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이는 최근 약 2억6500만달러(약 3506억원)인 신조선가와 비교해 한화로 약 13.6%(약 500억원) 낮은 수준이다.

    국내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정확하게 수익성을 판단할 순 없지만 현대중공업의 카타르 수주 건은 다들 '적자가 아닌 수준' 정도로 추정한다"며 "이미 이전에 슬롯을 계약해 놓은 데다 워낙 대규모로 발주한 선주인 만큼 향후 선주와의 관계 측면을 고려해 정해진 선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타르에너지와 계약을 앞둔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은 덩달아 낮은 가격에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상황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 조선 3사 중 첫 계약을 따낸 HD현대중공업이 지나치게 낮은 금액에 체결하면서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 역시 높은 가격을 제시할 수 없게 됐다는 지적이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카타르에너지와 LNG운반선 약 30척을 놓고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이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이 신조선가 대비 13% 이상 낮은 금액으로 계약을 체결해 이후 카타르와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상당히 아쉬워하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다만 HD현대중공업은 동일한 선박을 반복해서 건조하는 만큼, 비용 절감이 가능해 신조선가와의 비교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LNG운반선의 설계 기간은 6개월 정도 걸리는데 (똑같은 선박을 반복 건조하면)이 기간이 사라지면서 시간과 인건비가 절약되고, 반복 건조하다보면 시행착오도 줄어들어 효율이 극대화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이 기존에 예상했던 수주물량(10척)보다 초과 수주한 만큼 납기도 기존 2027년에서 2029년까지 2년이 늘어나게 됐다. 변수도 그만큼 늘었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단 평가다.

    국내 신용평가사 한 관계자는 "인도 일자가 가장 늦은 선박이 2029년이라 그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단하기 어렵다"며 "후판 가격 등 원가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늘어난 만큼 앞으로 카타르 수주 계약의 수익성을 계속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