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격적인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로 코스닥이 7% 폭등하며 3년 3개월만에 상승 사이드카(일시거래제한)가 발동한 6일 오전, 금융위원회가 운영하는 공식 블로그에 자료가 하나 게시됐다.
'공매도 전면금지 추진은 확정된 바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보도해명자료였다.
해당 자료는 말 그대로 공매도 전면 금지 여부가 확정된 바 없으니 보도에 유의해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지난 3일 오후 일부 미디어를 통해 시장에 공매도 전면 금지 가능성이 타진되자, 이를 사실상 부인하는 메시지를 공식 채널로 내놓은 것이다. 자료 작성 및 배포 일자는 3일이었다.
문제는 이틀 뒤인 5일, 금융위원회가 전격적으로 내년 6월까지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발표했다는 점이었다. 부인에 가까운 공식 메시지를 내놓은지 이틀만에 이를 완전히 뒤집는 새 정책이 시행된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여당이 공매도 금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위 내부적으로 전면 금지 실현 가능성에 대해 논의가 없지 않았을텐데, 그렇다면 부인하는 내용의 해명자료를 3일에 내놓으면 안됐던 것"이라며 "보도해명자료에 대한 시장 신뢰의 근간을 스스로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5일 전면 금지 정책 발표 후 의미가 사라진 보도자료를 6일 오전 공식 블로그에 업로드했다는 점이다. 해당 포스트가 공개된 후 일부 투자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뭐가 맞느냐'는 혼란이 일었다. 금융위 블로그에도 이례적으로 많은 문의 댓글이 달렸다.
민원이 이어지자 금융위는 서둘러 해당 포스트를 비공개 처리했다.
증권가에서는 금요일 장 마감 후 늦은 시간에 올라온 보도자료를 월요일 출근 후 기계적으로 올리는 과정에서 빚어진 실수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그렇다 해도 증시에 정책이 미치는 영향이 극대화된 현 상황에서, 시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자료 게시에 신중을 기하지 않은 책임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금융위 내 혼선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한다. 금융위 내부적으로는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가 증시에 득(得)보단 실(失)이 더 많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게 복수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금융위는 당장 올해 상반기만 해도 '전면적 공매도 재개'로 방향을 잡고 시기 등을 조율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대했던 MSCI 선진국 후보 지수 편입에 실패한데다,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여당이 '이슈 몰이'에 나서며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여당에서 공매도를 악(惡)으로 규정한 상황에서 태세 전환 외에는 답이 없었을 거란 지적이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3일 부인 자료도, 5일 전면 시행 자료도 모두 동일한 담당자 명의로 작성ㆍ배포됐다"며 "담당부서인 자본시장과 내부적으로 오락가락 메시지에 대한 자괴감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취재노트
공식 블로그에 3일자 보도해명자료 늦장 게시
'금지냐 아니냐' 문의 쏟아지자 부랴부랴 '비공개'
'아니다' 해명 후 불과 이틀만에 '전면 제한' 전격 발표
갈팡질팡 정책 여과없이 대외 공개..."내부선 자괴감"
공식 블로그에 3일자 보도해명자료 늦장 게시
'금지냐 아니냐' 문의 쏟아지자 부랴부랴 '비공개'
'아니다' 해명 후 불과 이틀만에 '전면 제한' 전격 발표
갈팡질팡 정책 여과없이 대외 공개..."내부선 자괴감"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3년 11월 06일 14:3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