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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회계법인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자리에서 회계 투명성을 당부하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회계감사'를 주문했다.
다가올 1월부터 기말 감사 시즌이 시작되는 만큼 해당 발언은 사전 당부에 가까울 것이란 분석이다. 지정감사제도가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음에도 중소형 회계법인들의 부당행위가 발견되고 있다. 경기 부진으로 경영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회계를 치장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를 감독할 필요성도 생기고 있다. 발언의 당위성 자체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회계법인 대표를 소집한 '시기', '국민의 눈높이'를 강조한 '표현'은 상당히 아쉽다.
지난주 카카오모빌리티에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된 이래 해당 기업이 실제로 분식회계 처리를 했는지 여부는 가려지지 않은 상태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감리에 나섰는데 혐의가 확정될 경우 외부감사인인 회계법인(삼일·삼정·한영)들은 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간담회 자리에서 회계법인 대표들에게 회계감사 품질을 높이라고 주문한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에 칼을 겨눈 금감원의 행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국내 대형회계법인 한 관계자는 "매출의 총액인식과 순액인식 논란은 상당히 자주 논란되는 주제다. 이를 문제 삼으면 많은 기업들이 매출 부풀리기 의혹을 받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회계법인 관계자는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르면 규정이 아닌 원칙 중심이어서 회사가 원칙을 세우고 회계 처리를 했고 감사인이 오래 인정을 해왔다면 자본시장에서 인정돼야 하는 부분"이라고 반대의 입장을 나타냈다.
카카오모빌리티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까지 나서 '부도덕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총선을 불과 6개월 앞둔 상황에서, 이를 의식한 정부가 '카카오 때리기'에 나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복현 원장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감사'를 주문했다.
여러 상황을 종합하면 이복현 원장의 제언은 '원론적 당부'보단 '정치적 발언'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상생과 관련한 논란에서 항상 중심에 있었는데, 해석이 엇갈리는 카카오모빌리티 회계 처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국민 눈높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의도에 과연 정치적인 고려가 전혀 없었는지 미지수다. 회계감사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 국민 여론을 반영해야하는지 여부도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모두 떠나 감사 품질 제고를 기대하기 위해선 감사 수수료에 대한 논의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회계법인들은 다른 나라 기업들에 비해 국내 기업들이 지불하는 감사 수수료가 낮은 편인 탓에 한정된 인력으로 감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토로하지만, 반대로 기업들은 회계법인의 감사 수수료가 과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형 회계법인 고위 관계자는 "회계법인은 자본시장의 파수꾼 역할을 하는데 국민 정서를 반영해서 감사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본다"라며 "회계감사는 회계기준과 감사 기준, 준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취재노트
카카오모빌리티 분식회계, 해석과 평가 엇갈려
'분식회계', '국민 눈높이' 언급, “정치적 의도”로 읽힐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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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3년 11월 0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