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식 에코프로 어쩌나'...이차전지 급락 속 '차가운 이성' 찾아가는 증권가
입력 23.11.16 07:00
공매도 중단ㆍ매도리포트 연구원 봉변 등
이차전지株 비이성적 시장 분위기 지속되나
증권가선 주가 하향조정에 힘 싣는 분위기
"LG엔솔 실적 이후 밸류 정상화 단계 거쳐야"
  • 매도 리포트를 냈던 연구원의 출근길 봉변, 공매도 전면 중단을 불러온 종목 개인투자자들의 항의 시위, 코스피 기대주로 불렸던 계열사의 공모 흥행 부진…

    사건의 중심에 있는 국내 이차전지 관련 대장주, ‘에코프로’를 두고 증권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에코프로는 매출 성장세가 줄어드는 반면, PER(주가순이익비율)은 300배를 넘어서는 이상(異常) 종목이다. 개인과 기관 투심의 간극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앞으로 에코프로 및 이차전지 종목들이 밸류(기업가치) 조정 구간을 거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매도 중단에도 불구,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의 악재 및 국내 배터리사들의 3분기 실적 부진이 단초가 됐다.

    14일 에코프로는 전일 대비 약 6% 상승한 72만9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간밤 테슬라가 인도의 세금 감면 소식으로 미국 증시에서 강세를 보이면서 이차전지주도 반등한 영향이다. 

    다만 일주일 전(-12%)과 비교하면 70만원선을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면서, 정부의 공매도 중단 결정의 영향으로 보였던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지난 7월 기준으로 에코프로는 장중 한때 153만9000원을 찍었고, PER은 700배에 달했던 종목이다. 

    이차전지주는 개인투자자들의 비중이 높은 종목이다. 특히 에코프로는 올해 8월 소액주주 수가 25만명을 넘었다. 공매도 중단 이후에도 지속된 주가 하락에 불안감을 느낀 개인투자자들은 매도리포트를 발표했던 연구원을 대상으로 물리적 항의를 하거나, 국내 증권사들로 구성된 시장조성자(MM)와 유동성공급자(LP)의 차입공매도까지 막자고 주장하며 거리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애정에도 불구, 에코프로를 향한 기관투자자들의 투심은 크게 꺾인 상황이다. 관계사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던 일이 대표적이다. 이번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자의 76%는 공모가를 희망범위 아래로 제시했고, 결국 주관사는 밴드 최하단 가격으로 공모가를 확정하면서 공모 주식 수도 축소해야 했다. 

    개인과 기관 사이의 간극이 벌어지고, 정치권까지 공매도 제도로 압박하자 증권가에서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적에 따라 조정도 못 거치는 비정상적 시장’이라는 비판이 주를 이룬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실적 부진을 겪는 기업들의 매도세가 주가에 반영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공매도를 악마화하는 방식으로 처리하는 관치가 황당할 뿐”이라며 “외인들로부터 콜이 들어오면 어떻게 설명을 해야할지 난처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도 “단순히 시장가격 왜곡을 넘어, (제도 변화로) 누군가는 득을 보고 누군가는 피해를 보게 된 것이 문제”라고 거들었다. 

  • 그럼에도 증권가는 불확실성이 높아진 업황과 실적 부진을 근거로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목표주가를 하향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있다.

    올해 3분기 에코프로는 전년 동기 대비 69% 줄어든 영업이익 650억원을 기록했고, 에코프로비엠 역시 68% 줄어든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분할 상장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피어그룹인 엘앤에프도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148억원(전년比 -85%)을 기록하며 기대치를 하회했다.

    유럽 시장 전기차 출하량 감소와 더불어, 유럽 내에서의 중국산 전기차ㆍ배터리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악재로 해석된다.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대규모 증설이 발표됐던 미국마저도 2025년 이후 배터리 공급 과잉 현상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이에 하나증권은 화제의 매도리포트를 통해 에코프로의 목표주가를 42만원으로 제시했다. 현 주가에서 반토막 수준의 가격을 적정 밸류라고 판단한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자회사 에코프로비엠의 목표주가를 12만원으로 제시했는데, 이는 보고서 발간 당시 28만4500원보다 57.8% 내린 가격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연구원은 “LG엔솔과 SK온을 포함한 주력 배터리사의 3분기 실적이 감소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밸류 조정을 해야한다는 것이 시장 합의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배터리 소재업계 관계자도 “올해 4분기 실적은 3분기보다 대체로 다들 안 좋을 가능성이 높다. LG엔솔의 3분기 어닝쇼크도 올해 가이던스에 대한 ‘이실직고’ 성격에 가깝다”며 “폭스바겐, 포드 등 완성차 고객사들이 분기 매출목표액을 절반 수준으로 줄였기 때문에 올해 주가가 더 이상 오르기엔 재료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